실·군번줄도 재료가 된다… 독창적 작품들 전세계 미술관에 [K-스컬프처와 한국미술]

조용철 2022. 12. 8.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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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석이나 청동 같은 전통 재료 이외에 다양한 재료의 도입을 통해 조각의 기존 범주와 한계를 넘어서려는 시도는 많이 있어 왔지만 서도호(60) 만큼 천, 실, 플라스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재료를 사용해 새로운 형태의 구상 조각을 제작한 예술가도 흔치 않다.

이처럼 재료의 혁신 속에 심오한 사상을 담아낸 그의 작품이 전하는 진심과 독창적인 예술적 접근은 국제 미술계에서 그를 가장 잘 알려진 한국 동시대 미술가 중 한 사람으로 자리매김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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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한국 현대조각 컬렉션 : 서도호
'원인과 결과'(Cause & Effect, 2007). 3개의 에디션으로 제작된 작품으로 한 점은 일본 모리미술관에, 다른 한 점은 아시아 동시대 미술품 컬렉션으로 유명한 울렌스 컬렉션에 소장돼 있다.
대리석이나 청동 같은 전통 재료 이외에 다양한 재료의 도입을 통해 조각의 기존 범주와 한계를 넘어서려는 시도는 많이 있어 왔지만 서도호(60) 만큼 천, 실, 플라스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재료를 사용해 새로운 형태의 구상 조각을 제작한 예술가도 흔치 않다. 재료의 혁신만이 아니라 그는 철학, 불교 사상, 그리고 인간이 상호 연결되는 방식 등에 대해 깊이 생각하며 다양한 구상 조각들을 만들어 왔다. 또 작품 안에 이러한 관념들을 담아내면서, 관객으로 하여금 인간은 어디에서 왔으며, 그 끝은 어디이고, 그 다음은 어디서 시작되는가 하는 질문을 꾸준히 던져왔다.

이처럼 재료의 혁신 속에 심오한 사상을 담아낸 그의 작품이 전하는 진심과 독창적인 예술적 접근은 국제 미술계에서 그를 가장 잘 알려진 한국 동시대 미술가 중 한 사람으로 자리매김하도록 했다. 그의 작품은 휘트니, 구겐하임, 뉴욕현대미술관, 워커 아트센터 등 미국 유명 미술관을 비롯해 전세계 각지의 유수 미술관에 소장돼 있으며, 2001년에는 제49회 베니스 비엔날레에 한국 대표로 참가한 바 있고, 2013년에는 월스트리트저널에서 선정하는 '올해의 혁신가' 부문에 선정되기도 했다. 그의 대표 연작 중 하나인 '원인과 결과' 중 한 점은 아시아 동시대미술 컬렉터로 유명한 울렌스 컬렉션에 소장되어 있는 등, 미술관만이 아니라 개인 컬렉터들에게도 서도호의 작품은 큰 사랑을 받고 있다.

1962년 서울 출생인 그는 수묵 화가로 명성을 쌓은 아버지 서세옥(1929~2020)의 영향으로 예술적인 환경에서 성장했다. 하지만 예술가의 길에 접어들면서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예술적인 스타일을 개발할 수 있는 자유를 추구하기 위해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낯선 도시의 이방인으로서, 서도호는 한국에 있는 어린시절의 집에서부터 오랜 가구에서 영감을 얻어 작품 속에 자신의 내면에 평화를 가져오는 익숙한 환경을 구축하는 작업을 선보여왔는데, 얇은 천으로 만들어진 한옥과 가구들이 그것이다. 이 작품 중 한 점과 그의 다른 작품들이 2000년 2월 뉴욕현대미술관에서 기획한 '더 위대한 뉴욕'이라는 전시에 출품돼 대중과 평론가들로부터 모두 큰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서도호는 1990년대부터 문화적 정체성의 경계를 질문하고 개인과 집단 등 인간의 복잡한 관계들에 대해 탐구해 왔는데, 일례로 울렌스 컬렉션에 소장된 '원인과 결과'는 그 좋은 예이다. 작은 인물 조각상들이 서로를 올라타, 마치 샹들리에 같은 형상을 하고 있는 이 작품은 전생, 이생과 연속적인 환생이라는 불교 사상과 밀접한 연관을 지니며 인간 관계의 복잡한 그물망이 우리의 운명이라는 사실을 은유적으로 보여준다. 이전 세대에서 유래한 어떤 원인들, 성과들, 행위들에 의존하여 오늘의 내가 있으며, 내세는 이생의 업보에 의해 결정되고, 모든 원인에는 결과가 따른다는 자신의 믿음을 반영한 작품이다. '그들/한 사람'이라는 작품도 서도호의 예술 사상을 잘 보여준다. 군번줄로 제작된 긴 갑옷으로 마치 전장에 나가는 장수의 옷처럼 보이는 이 작품은 개인과 그 개인이 속한 사회의 관계에 대한 성찰을 담고 있으며, 동시에 설치와 전통 조각의 경계에 대한 서도호의 지속적인 실험의 결과이다.

정윤아 크리스티 홍콩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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