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팝업’이라는 놀이터

2022. 12. 8.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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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의 트렌드 플랫폼

말 그대로 ‘팝업’은 잠시 생겼다 사라지는 걸 의미한다. 이 순간을 즐기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모여든다. 그야말로 ‘팝업 전성시대’라 일컬어도 전혀 무방하다. 아니, 그게 지금의 트렌드다.

어그 팝업 스토어(사진 이주영)
작금의 브랜드 마케팅 대세는 ‘팝업’

필자는 매거진 만드는 일을 업으로 삼고 있다. 직업 특성상 패션 및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의 이벤트에 초대되는 경우가 많다. 근래 이 같은 초대 관련 메일을 열어보면 대부분 ‘팝업’이라는 타이틀을 내걸고 있음을 명확하게 인지할 수 있다. 브랜드의 전략적 마케팅에 있어 작금의 대세는 ‘팝업 스토어’ 및 ‘팝업 전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장 근래 필자는 패션 브랜드 ‘어그’의 성수동 팝업 이벤트에 다녀왔다. 많은 이들이 아는 브랜드다. 스웨이드 외피에 양털 안감으로 채워진 부츠로 유명한 브랜드다. 한때 유명했었지만 언제부터인가 유행의 불꽃이 꺼져간다고 생각했던 신발이다. 하지만 틀렸다. 올겨울 최고의 트렌드 아이템은 바로 어그 부츠라 해도 될 만큼 잘 팔리고 있다. 더욱이 해외 유명 모델 벨라 하디드의 착용 사진이 SNS를 통해 확산되면서 그가 신은 신발은 없어서 못 파는 제품이 되어버렸다.

바로 그 어그라는 브랜드의 행사장을 둘러보며 무릎을 탁 칠 수밖에 없었다. 과거의 팝업 스토어는 제품을 홍보하기 위한 일종의 작은 매장(숍)이었다. 그러니까 작은 공간에 매장을 꾸미고, 그 제품을 홍보하고 팔아 매출을 향상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여는 게 팝업 스토어였다는 의미다. 현재는 그 개념이 완전히 바뀌었다. 취향을 존중하고, 개성을 중시하며, 놀이를 우선으로 삼는 MZ세대 소비자를 집중 공략하기 위해 전술과 전략의 급선회가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사례로 삼고 있는 브랜드 어그의 팝업 스토어에서 개념의 변화를 확연히 느낄 수 있었다. 일단 공간으로 들어서면 제품들이 반긴다. 여기에 브랜드는 Z세대의 메타버스 ‘제페토’와의 협업을 선보였다. 록 밴드 새소년의 리더이자 근래 축구 예능 등으로 잘 알려진 보컬리스트 황소윤을 캠페인 모델로 삼았고, 그를 제페토의 캐릭터로 구현해낸 LED 스크린이 공간의 중심에 자리하고 있었다. 준비된 브랜드의 옷을 입고 그 스크린 앞으로 가면 전자 태그를 인식해 꼭 같은 옷을 입은 제페토 캐릭터가 등장한다. 그럼 소비자는 그와 사진을 찍을 수 있다. 1층에서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곳곳에는 최근 Z세대 소비자가 좋아한다는 무지개 조명이 설치되어 있고, 그 조명을 가지고 그림자 놀이를 할 수 있는 장치도 마련되어 있었다.

어그 팝업 스토어 현장(사진 이주영)
이렇게 공간을 둘러보며 가장 먼저 인지되고 인식된 건 바로 ‘놀이’라는 개념이었다. 불과 1~2년 전의 팝업 스토어에서의 주인공은 바로 그 브랜드의 제품이었다. 하지만 놀이 개념을 포용한 최근의 팝업 공간들은 주력 제품에 시선을 끌기 위해, 일종의 흥미로운 장치들을 곳곳에 배치한다는 점이다. 놀이라는 단어 속에는 많은 의미들이 내재되어 있다. 브랜드 어그의 팝업 공간이 사진을 찍고, 메타버스 속 캐릭터와 어울리는 행위를 제시했다면, 또 다른 팝업 공간들은 전시를 통해 시각적 쾌감을 주기도 하고, 또 어떤 팝업 공간은 대화의 장을 제공하기도 한다. 그래서 놀이라는 단어는 무한의 확장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브랜드 어그 이벤트를 둘러본 후 성수동 산책에 나섰다. 지금 현재 성수동은 놀이 개념을 탑재한 ‘팝업’의 성지와도 같은 곳이라 해도 무방할 정도다. 짧은 도보 나들이 속에서 굉장히 많은 브랜드들의 이벤트 공간을 만날 수 있었기에 그렇다. 바로 근처에서는 문구 브랜드 파이롯트의 스토어가 있었고, 패션 브랜드 톰보이의 팝업 스토어가 있었고, 스포츠 브랜드 푸마가 월드컵 기간 동안 운영하는 팝업 공간도 있었다.
팝업 스토어에서 취향 소비, SNS로 업로드

이왕 성수동 근방을 배회하기로 한 바, 푸마의 팝업 공간인 ‘푸마 펍’에도 가보기로 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 했던가? 그날은 마침 ‘2022 피파 월드컵 카타르’의 H조 예선 중 ‘한국 vs 우루과이’의 경기가 있던 날이었다. 브랜드 푸마는 성수동의 오래된 건물을 런던의 어느 곳에 존재할 법한 펍으로 바꿔 놓았다. 실내에는 브랜드의 축구 관련 헤리티지를 둘러볼 수 있는 구역들이 마련되어 있었고, 맥주 및 스낵을 무료로 제공해주고 있었다. 친구들과 서둘러 자리만 잡으면 굳이 별도의 장소를 예약하지 않더라도 한바탕 응원전이 펼쳐질 수 있는 공간이다. 더욱이 브랜드가 제공하는 음료와 다과까지 있으니 금상첨화였다. 심지어 공짜다. 이 또한 MZ세대 소비자를 겨냥해, ‘놀이’ 개념을 적용한 또 다른 사례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다.

푸마 월드컵 팝업 스토어(사진 푸마코리아)
최근 ‘대학내일 20대 연구소’가 Z세대의 소비 트렌드를 발표한 바 있다. Z세대는 “절약하는 삶을 추구하는 한편, 더 나은 삶을 만들어주는 것으로 여겨지는 제품에는 과감한 투자도 아끼지 않는다”고 한다. 무조건적 절약보다는 ‘선택과 집중’을 스스로의 소비 행태로 명시한다는 점이다. 그들은 ‘힙하다’고 느끼면 소비를 한다. 동시에 위스키, 파인다이닝, 오마카세 등의 프리미엄 소비에도 과감하다. 직접적 경험을 하는 과정에서 지식을 확장하고 새로운 성장의 기회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Z세대 소비자를 특징하면서 소비 트렌드 보고서는 “놀이 여정 속 필수 코스로 ‘팝업 스토어’와 웨이팅이 필요한 핫플레이스를 자주 찾는다”고 전했다.

이제 ‘놀이’는 Z세대에게 필수적인 행위가 된 상태다. 보통 놀이를 위해서는 비용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유행한다고 해서 그 모든 것에 비용을 지출하기란 쉽지 않은 것 역시 사실이다. 여기에서 ‘팝업 스토어’가 라이프스타일 트렌드의 하나로 급부상할 수밖에 없는 지점이 생겨난다. 그건 바로 팝업 공간에서는 내 지갑을 굳이 열지 않아도 충분히 즐길 거리가 있다는 점 때문이다. 필자가 이 지면을 통해 여러 차례 언급했던 것처럼, 새로운 세대의 소비자들은 자신이 즐기는 모든 경험(놀이)의 최종 목적지를 SNS 업로드로 한다. 소비하고, 즐기는 모든 행위를 SNS에 노출함으로써, 새로운 세대는 취향을 드러내고 자랑한다. 이들의 특성을 마케팅적으로 수렴한 것이 바로 팝업 스토어(공간)가 아닐까 한다.

대부분의 브랜드 팝업 공간들은 일종의 핫플레이스로 등극한다. 그곳에 가서 놀았냐 놀지 않았냐가 트렌드 인싸냐 아싸냐를 규정하기도 한다. 이런 이유로 대부분의 유명 팝업 공간은 입장을 위해 대기를 하거나 혹은 재빨리 예약해두어야 한다. 또 이런 인기의 연유는 새로운 트렌드를 학습할 기회의 장이 되기도 하고, 대부분 무료로 즐길 수 있는 놀이 공간이기 때문이다. 이곳을 다녀간 이들은 자신들의 경험을 곧장 SNS에 업로드한다. 브랜드 입장에서는 이만한 홍보도 없다. 제법 큰 자본이 투여되긴 하지만, 일단 잘만 꾸며놓으면 앞다퉈 입장하려는 소비자들의 대기 줄로 화제가 되고, 자연스러운 바이럴 효과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브랜드 팝업 공간에는 오픈 직전에 셀러브리티 또는 인플루언서들을 초청하는 경우가 많다. 거기서 첫 바이럴이 시작되고, 이후 그들 때문에 그곳을 찾는 소비자들로 인해 유기적 바이럴이 형성된다.

메종마르지엘라 팝업 카페(사진 OTB코리아)
젊은 소비자들에게 각광받는 패션 브랜드 메종 마르지엘라는 최근 여의도 소재의 백화점에 자신들의 팝업 카페를 열었다. 한시적 공간이긴 하지만 소비자들은 그곳에서 커피 한 잔씩을 꼭 사 먹는다. 해외에서도 브랜드가 직접 카페를 운영하는 경우는 흔하다. 그런데, 굳이 왜 이곳에서 커피를 마시냐고? 스타벅스가 아니라 마르지엘라이기 때문이다. 팝업 카페에서는 바로 옆에 마련되어 있는 브랜드 제품들을 경험할 수 있다. 굳이 구입까지는 하지 않더라도 커피 한 잔의 놀이에 브랜드 경험이 가미되는 트렌드가 어김없이 적용되어 있다. 성수동의 어느 갤러리에서는 고가 패딩 브랜드 몽클레르가 자신들의 브랜드 설립 70주년을 기념하는 전시를 열었다. 몽클레르는 꽤나 비싼 패딩을 판매하는 브랜드다. 브랜드의 히스토리가 담겨 있는 그 전시를 둘러보다 보면 어느새 자신의 취향과 브랜드의 가치가 맥락을 같이한다는 걸 느끼는 소비자도 있다. 전시를 관람하는 것까지는 일종의 놀이다. 하지만 그 놀이에 취향이 접합되면 실제 소비로까지 이어진다. 브랜드들이 큰 비용을 들여 팝업 공간을 마련하는 건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몽클레르 70주년 팝업 전시(사진 이주영)
놀이에 취향이 접합되면 실제 소비까지 이어져
탬버린즈 금호 팝업 공간(사진 탬버린즈)
뷰티 브랜드 중 탬버린즈라는 브랜드가 있다. 이 브랜드는 아이웨어 브랜드로 유명한 젠틀몬스터가 론칭한 또 다른 브랜드다. 탬버린즈는 론칭 단계부터 젠틀몬스터가 해왔던 길을 고스란히 답습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신들의 주요 소비자인 MZ 세대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일까를 잘 이해하고, 그것을 실천으로 옮기는 일을 잘한다는 뜻이다. 브랜드의 뷰티 제품 자체는 여타 브랜드와 크게 차이를 지니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탬버린즈는 셀러브리티, 공간, 전시, 문화라는 새로운 세대의 소비자가 추구하는 지향점을 명확하게 캐치했다. 일단 블랙핑크의 제니를 앰배서더로 선정하면서 K-콘텐츠 시대의 아이콘을 자신들의 인물로 내세웠다.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가질 법한 일임이 틀림없다. 이를 바탕으로 이 브랜드는 독특한 전시와 팝업 공간을 지속적으로 열었다. 가장 최근에는 MZ세대 사이에서 핫플레이스로 떠오르고 있는 금호동 한편에 팝업 공간을 마련했다. 찾아가기도 힘든 골목길 안쪽에 많은 인파가 몰렸다. 일단 제니의 광고 사진이 건물의 거대한 벽면에 걸렸다. 내부에는 브랜드의 신제품 향수를 전시했는데, 제품 진열이라기보다는 자신들의 세계관을 압도적인 아트 설치물을 통해 표출하는 데 더 공을 들였다. 거대한 거인이 건물 속에 웅크리고 있다. 그리고 작은 향수병들이 곳곳에 배치되었다. 소비자들은 이곳을 멋진 전시 공간이라고 느꼈음에 틀림없다. 이런 놀이 속에 향수 제품은 자연스레 소비자들에게 인식되었다. SNS상에서 이 공간은 뜨거웠다. 일명 ‘제니 향수’는 그렇게 잘 팔려나갔다.
탬버린즈 금호 팝업 공간(사진 탬버린즈)
새로운 세대의 놀이 개념을 도입한 팝업 공간들에 대한 반응은 위와 같은 이유들로 항상 관심을 끈다. 청춘은 놀기 좋아한다. 계속 놀기로 마음먹지만, 무작정 상업공간에서만 놀기에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 극장에서 영화 한편을 보려 해도 팝콘, 관람 후 식사 등을 따지면 인당 수만 원의 비용이 발생한다. 이 부분에 브랜드 마케팅이 개입한 셈이다. 이왕 놀기로 했다면 우리 공간에 와서 놀다 가라고. 앞서 말했듯 Z세대를 위시한 새로운 세대의 놀이는 언제나 SNS 플랫폼에서 종결된다. 수많은 브랜드와 기업들은 그래서 자신들만의 개성을 살린, 여기에 Z세대의 취향에 부합되는 아이템으로 공간을 꾸미기 시작한다. 새로운 소비자를 위한 일종의 놀이터, 즉 플레이그라운드를 만드는 것이다. 모든 팝업 공간이 시쳇말로 ‘대박’나긴 어렵겠지만, 그래도 이 놀이터는 지속적으로 관심을 받는 건 틀림없다. 다른 전략으로 비용을 쓰는 것보다, 놀이터를 마련해두는 게 트렌드에 최적화된 전술이기 때문이다.

크리스마스 등 ‘연말연시’ 시기가 도래하고 있어서일까? 이 계절에 걸맞는 팝업 공간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다. 대형 쇼핑몰 및 백화점들은 크리스마스를 위한 공간들을 소개하고 있다. 어떤 백화점은 한 층 전체를 크리스마스 마을로 꾸미기도 한다. 이 역시 놀이의 중심이 되는 일종의 팝업 스페이스임이 틀림없다. 백화점이지만 그 크리스마스 타운을 보기 위해 온 소비자들이 그곳에서 놀고 자신의 취향에 맞게 쇼핑하고 푸드코트를 이용해주면 되는 것이니까. 당분간 Z세대의 놀이 개념에 포커스를 맞춘 팝업 스토어 및 전시 공간 붐은 지속될 것으로 예측된다.

롯데월드몰 크리스마스 마켓(사진 이주영)
필자의 이메일 수신함은 매일 같이 팝업과 유사한 이벤트를 대부분의 브랜드가 개최할 것이라는 소식으로 가득하다. 각양각색의 브랜드들에서 송출되는 메일 제목을 쭉 나열해두고 보면, 뭔가 거대한 놀이공원에 와 있는 듯하다. 어떤 브랜드는 MZ세대의 취향에 맞춰 이런 공간을 연다. 또 어떤 브랜드는 자신의 개성을 도드라지게 만들어 이색적인 공간을 연다. 그리고 짧게는 며칠, 길게는 한 달여까지 그 놀이터를 유지한다. 이렇게 놓고 보니 세상에는 공짜로 놀 수 있는 공간이 참 많다는 생각도 든다. 브랜드 팝업 공간만 찾아 다녀도 식사와 음료 비용을 제외하고는 모두 절약할 수 있을 것만 같다. 놀이를 위한 부대 비용이 거의 들지 않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SNS를 통해 이런 팝업 공간들을 한번 찾아보길 바란다. 그럼 당신의 환상적인 놀이터가 생겨날 테니까.

이주영(라이프스타일 칼럼니스트) 사진 이주영, OTB코리아, 루이비통코리아, 푸마코리아, 탬버린즈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858호 (22.12.13)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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