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국적·신분 위장 북한 IT 인력 고용 ‘합동주의보’ 발령···“국내기업 일감 수주 가능성 있어”
정부는 북한 정보기술(IT) 관련 노동자들이 국적과 신분을 위장해 한국 기업들로부터 일감을 수주하는 사례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이를 막기 위해 정부기관 합동주의보를 8일 발표했다.
외교부·국가정보원·과학기술정보통신부·통일부·고용노동부·경찰청·공정거래위원회는 이날 국내 기업들이 국적과 신분을 위장한 북한 IT 인력을 고용하지 않도록 주의와 신원 확인을 강화할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북한이 불법 사이버활동을 통해 핵·미사일 개발 자금을 확보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다.
정부는 북한 IT 인력 대부분이 군수공업부·국방성 등 안보리 대북 제재 대상 기관에 소속돼 있으며 이들이 외국인으로 위장하거나, 외국인으로부터 구인·구직 사이트 계정을 빌리는 등의 방식으로 신분과 국적을 숨겨 일감을 수주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정부가 이날 발표한 합동주의보에는 북한 IT 인력들의 구체적 활동 행태와 신분 위장 수법, IT 분야 구인·구직 플랫폼 기업 및 프로그램 개발 의뢰 기업의 주의사항 등이 포함돼 있다.
정부는 “북한 IT 인력을 대상으로 일감을 발주하고 비용을 지불하는 행위는 기업 평판을 해칠 뿐만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는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국내법이나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에 저촉될 소지도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이어 “이번 조치가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자금 조달을 위한 사이버 공간에서의 불법적인 외화벌이 차단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도 국제 사회와의 긴밀한 공조 하에 북한 IT 인력에 대한 국내외 경각심을 제고하고, IT 분야 국내 기업들의 주의를 강화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준일 외교부 북핵외교기획단장은 이날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에서 “2016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가 강화돼 북한의 수출이 감소함에 따라 북한 정권이 핵·미사일 개발 자금 확보 등 외화벌이에 있어 IT 인력을 활용한 수법이 차지하는 비중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 단장은 또 “전세계 기업들이 북한 인력임을 인지하지 못한 상황에서 이들에게 일감을 주고 업무 협력을 한 경우들이 있다”며 “북한 인력들이 국내 기업들을 대상으로 일감을 수주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구인·구직 플랫폼상 본인 인증 절차 등을 선제적으로 점검한 결과 이들이 한국 기업으로부터 일감을 수주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북한의 IT 인력이 국내 기업에 위장 취업을 시도한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파악하고 있는 북한의 IT 인력 일감 수주 방법은 외국인들의 운전면허증 등 신분증을 불법으로 수집한 뒤 이를 위조하는 신분증 조작이 대표적이다. 구인·구직 플랫폼의 인증 절차가 한층 강화되면서 외국인에게 사이트 계정을 빌리고 이들과 수익을 나누는 방식으로 인증 절차를 우회하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북한의 불법 활동 수법은 워낙 다양하고 상황에 따라 계속 진화하고 있어 어떤 유형의 방식을 조심해야 하는지 특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 인력의 용역을 제공받는 것은 남북교류협력법상 반드시 통일부 장관의 사전 승인이 필요하다”면서 “이를 위반하면 3년 이하 징역,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북한 인력임을 모르고 용역을 제공받았다면 처벌하기 어렵지만, 알게 된 시점 이후에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처벌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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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신모 기자 sim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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