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I·초음파 검사 남용 의심사례, 건보 혜택 못받는다...재외국민·외국인 피부양자도 규제

이병철 기자 2022. 12. 8.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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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 재정 지출 늘고, 수입 줄 듯
정부 재정건전성 확보 위한 정책 검토 시작
건보 보장 줄이고, 외국인 자격 제한
건강보험 지속가능성·필수의료 지원 대책 공청회가 8일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 호텔에서 열렸다. /연합뉴스

정부가 건강보험 적용을 받는 급여 항목 중 남용이 의심되는 자기공명영상장치(MRI) 검사와 근골격계 초음파 검사에 대해 전문가가 필요하다고 인정한 경우에만 급여를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외국인이나 입국한 재외국민에 대해서는 입국 후 일정 기간이 지나야 건보 혜택을 줄 것으로 보인다. 지나치게 자주 의료서비스를 이용해 건강보험을 과다 사용한 사람을 대상으로 본인부담을 높이는 방안도 추진한다. 필수의료를 강화하기 위해 의료기관과 의료진에 대한 보상을 늘리기로 했다.

보건복지부는 8일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호텔에서 ‘건강보험 지속가능성 제고방안 및 필수의료 지원대책’ 공청회를 열어 이런 내용을 담은 ‘건강보험 지속가능성 제고방안’과 ‘필수의료 지원대책’을 발표했다.

복지부는 의료 현장에서 의학적 필요가 불명확한 경우에도 MRI, 초음파 검사가 시행되고 있다고 보고 남용이 의심되는 항목의 급여기준을 명확하게 개선하기로 했다.

대책에 따르면 급여화(건강보험 적용)가 추진되던 근골격계 초음파와 MRI 검사는 의료계의 의견을 들어 필요한 검사에만 제한적으로 급여화를 추진할 방침이다. 지난해 기준 척추 관련 질환자는 1131만명, 관절질환 환자는 736만명에 달하는 만큼 근골격계 검사를 모두 급여화하면 건강보험 재정에 부담이 큰 상황이다. 현재 4대 중증질환을 제외한 관절 MRI 촬영은 질환 진단 후 1번에 한해서 건강보험을 적용하고 있다.

그간 논란이 일었던 외국인 피부양자, 일부 국외영주권자의 건강보험 적용 기준도 손보기로 했다. 해외의 비싼 치료비를 피하기 위해 국내에 입국해 치료만 받고 다시 출국하는 사례를 막기 위해서다. 정부는 입국하고 6개월이 지나야 건강보험 자격을 얻도록 한다. 해외 이주 신고를 하지 않은 국외영주권자는 건강보험 시스템에서 확인이 어려운 만큼 외교부를 통해 자격요건을 확인하는 시스템도 구축한다.

건강보험 과다 사용자에 대해서는 현행 병원급 40%, 의원급 30% 수준인 본인 부담률을 최대 90%까지 늘려 재정 부담을 최소화하거나, 민간 실손보험과 연계해 건강보험 급여항목을 조정하는 등 제도도 마련할 예정이다.

복지부에 따르면 건강보험 재정은 지난해 말 20조2000억원으로 3개월 분이 남아 당장 운용하기에는 문제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재정 지출은 빠르게 늘고 있다. 2018~2022년 건강보험 재정 지출 증가율은 2.7%로, 이전 5년(2013~2017년)의 1.1%보다 2.5배 증가했다.

지출이 빠르게 늘고 있는 이유로는 과다진료, 외국인과 재외국민의 건강보험 적용, 자격 도용 등이 꼽힌다. 특히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한해 동안 병원 진료를 365번 이상 받은 사람이 2500명에 이른다. 1년 동안 2050차례 병원진료를 받은 사례도 있을 정도로 과다 진료 심각성이 나타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앞서 2018년 10월 뇌경색증 환자의 진단에 필요한 뇌, 뇌혈관 MRI가 급여화되면서 2021년까지 늘어난 건강보험 지출은 136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같은 기간 뇌혈관 MRI 검사를 받은 환자 중 뇌경색증 수가 여전히 1위를 유지하면서 적정한 진료였는지 대한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건강보험 재정 수입은 앞으로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건강보험 재원 일부를 정부가 지원하는 ‘국고지원 일몰제’가 올해 말 시행되면서 내년부터는 국민들이 납입한 보험료만으로 재정을 운영해야 한다. 건강보험 국고 지원과 건강증진기금을 더한 정부의 지원금은 지난해 기준 총 9조6000억원, 전체 건강보험 재정 수익의 13.8%를 차지하고 있다. 국회에서 일몰제를 폐지하거나 연장하는 등 건강보험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지만, 여야 간의 의견차이로 보류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지난 8월 건강보험 재정개혁추진단을 발족해 건강보험 지출을 절약해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방안을 검토해 왔다.

임인택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근골격 통증은 환자의 주관적인 평가가 크게 작용하고, 판단 근거도 너무 많아 과잉진료가 우려된다”며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 의료적으로 반드시 필요한 항목에 대해서만 급여화해 건강보험 재정 누수를 막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 실장은 이번 조치로 건강보험 보장성 70% 달성을 목표로 한 문재인 정부의 ‘문케어’ 정책이 폐지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 “2020년 기준 건강보험 보장률 65.3%를 달성했고, 보장률은 계속 높여갈 것”며 “다만 이번에는 불필요하거나 오남용이 우려되는 일부 항목을 조정해 많은 국민이 건강보험 서비스를 적정하게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번 정책을 통해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고, 절약한 재원은 지역의료, 중증질환, 의료인력 충원 등 공공의료 기능을 강화하는 데 활용할 예정이다.

급여 기준을 엄격히 해 건강보험 재정을 건전화하자는 취지이지만, 이날 발표를 놓고는 보장성을 후퇴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성명을 통해 “한국의 의료 보장성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저 수준인데도, ‘재정 건전화’를 빌미로 보장성을 축소시키려는 퇴행을 시도하고 있다”며 “MRI, 초음파 급여 재검토는 부족한 문재인케어 조차 되돌리려는 보장성 후퇴의 시작”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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