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 총파업 보름째···퇴로 없는 화물연대의 선택지는
지난달 24일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 및 차종·품목 확대’를 요구하며 시작한 화물연대의 총파업이 8일 분수령을 맞았다. 정부가 화물연대의 굴복만을 요구하며 강경기조를 이어가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이 이날 정부·여당에 ‘일몰 시한 3년 연장’과 ‘안전운임제 품목 확대를 위한 합의 기구’를 제안하고 나섰다.
‘일몰 시한 3년 연장’은 파업 돌입 전 정부가 화물연대에 제안했던 방안이다. 안전운임제 품목 확대도 논의를 하자는 것일 뿐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파업을 시작할 때 화물연대는 ‘3년 연장안’을 명확하게 거부했다. 그러나 보름이 지난 8일 오후 화물연대는 대전지역본부에서 중앙집행위원회를 열어 정부안과 크게 다르지 않은 민주당의 제안을 논의했다. 장기 파업은 그만큼 노조에도 큰 부담이다.
화물연대가 업무개시명령 발동 등 정부의 강경 대응에도 투쟁을 이어나간 이유는 간단하다. 그 외 다른 선택지가 없었기 때문이다. 정부가 앞장서 안전운임제 효과 자체를 부정하는 발언까지 하는 상황에서 화물연대가 총파업을 접을 명분은 없었다.
정부가 요구하는 ‘선 복귀 후 협상’은 더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지난 6월 1차 총파업 이후 5개월여 동안 손놓고 있던 정부와 여당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대화에 임할지도 알 수 없었다. 안전운임제 일몰시한까지 20여일밖에 남지 않았기에 정부의 ‘선처’를 바라고 기다릴 여유도 없었다.
화물연대는 파업동력을 유지하려고 애썼다. 민주노총은 정부 압박에도 전국 곳곳에서 동조파업을 독려했다. 부산, 울산, 경남 지역에선 지난 5일부터 콘크리트 타설 노동자 1000여명이, 8일부터는 레미콘과 펌프카 노동자 4000여명이 무기한 동조파업에 들어갔다.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 배달플랫폼노조, 택배노조 등도 화물연대 파업을 연대지지 한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정부의 업무개시명령 발동 등 지속적인 압박은 파업 대오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었다. 당장 화물차 할부금을 갚아야 하는 화몰노동자에게 파업 장기화는 생계문제와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정부 강경대응 기조가 이어질 수록 화물연대의 선택지도 줄었다. 대화하지 않으니 파업이나 굴복 외에 다른 선택지를 찾을 수 없었다. 김재광 화물연대 교육선전실장은 “지지율 상승을 등에 업고 대통령부터 장관까지 연일 노조 혐오 발언을 하는 상황에서 대화도 못 하니 저희로서는 최대한 버티고 싸울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한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계와 전문가들은 국회의 역할이 필요한 때라고 조언해 왔다. 타협의 공간을 만들어 양측이 대화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문이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8일 더불어민주당의 제안을 거부했다. 법안 합의 이전 화물연대 복귀가 우선돼야 한다고 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노정관계에서 노조를 굉장히 적대시하는 게 문제의 뿌리로, 철저히 탄압하겠다는 초강수 태도가 파업을 장기화하고 화물연대에 부담을 안기게 되는 결과로 이어졌다”며 “힘으로 누른다고 해도 이는 단기 봉합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내년, 내후년 노정관계에서 또 다른 격돌을 예상해볼 수 있다는 이야기로, 정부의 유연한 노동 기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선희 기자 yu@kyunghyang.com, 조해람 기자 lenn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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