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유럽 주택시장 급냉각 … 가전업계 실적비상

이새하 기자(ha12@mk.co.kr) 2022. 12. 8.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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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휩쓴 고금리 긴축정책
주택매매 줄고 가격도 하락세
LG 가전사업 4분기 적자 예상
월풀 이익전망 낮추고 생산줄여
'허리띠 졸라매기'가 생존전략

고강도 긴축 정책으로 전 세계 주택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가전업계 실적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주택 매매 수요가 줄어들면서 새 집을 채울 냉장고와 세탁기, TV 등 필수 가전 판매도 위축됐기 때문이다. 가전업계는 각종 비용 감축으로 허리띠를 졸라매며 '혹한기'를 버티고 있다.

8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LG전자의 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증권사 전망치 평균)는 약 5660억원이다. 이는 전년 동기(6777억원)보다 16.5% 줄어든 규모다. 영업이익이 줄어든 이유는 생활가전을 담당하는 H&A사업본부의 적자 전환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증권사들은 LG전자 H&A사업본부가 올해 4분기 56개 분기 만에 적자를 기록할 것이란 예상을 내놓고 있다. 이는 가전 수요가 줄어든 데다가 재고 처리를 위한 마케팅 비용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분석된다. TV 사업을 담당하는 HE사업본부는 이미 2분기부터 적자로 돌아섰고, 4분기도 적자라는 게 증권가 예상이다.

가전사업 부진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미국·유럽을 강타한 주택 시장 침체가 꼽힌다. 주택을 새로 짓거나 매매가 활발해야 냉장고와 에어컨, TV 등 가전 구매도 활발해진다. 하지만 미국 중앙은행(Fed)의 고강도 긴축으로 주택담보 대출 금리가 급등하자 부동산 경기도 빠르게 식고 있다.

높은 금리에 사람들이 주택 구매를 미루면서 주택 가격 하락 폭도 커지고 있다. 가전 시장의 큰 축인 미국에선 이미 주택 판매가 연초 650만건에서 10월 기준 440만건으로 9개월 연속 감소했다. 미국주택건설업협회와 웰스파고가 발표한 지난달 주택시장지수(HMI)는 전달보다 5포인트 하락한 33으로 집계됐다. 이 지수가 50 밑으로 떨어지면 부동산 경기가 위축되고 있다는 신호다.

한국도 부동산 거래절벽이 이어지면서 부동산 가격이 하락 추세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번주 서울 아파트값은 0.59% 하락했는데, 이는 2012년 5월 부동산원 조사 이래 가장 큰 폭의 하락이다. 여기에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지갑이 얇아지는 것도 가전 구매 심리를 얼어붙게 만들고 있다.

글로벌 가전업계도 실적 악화를 피할 수 없다. 미국 가전업체인 월풀은 지난 10월 올해 예상 이익을 당초 전망치의 절반으로 낮췄다. 동시에 수요 감소에 맞춰 생산량을 약 35% 줄였다.

당분간 고금리에 부동산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가전업계는 '경비 절감'을 최우선 목표로 세웠다. 마크 비처 월풀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0월 블룸버그와 인터뷰하면서 "비용관리를 위한 공격적인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이러한 도전이 내년 상반기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LG전자도 지난 10월 3분기 실적발표에서 "원가 경쟁력 강화와 비용 절감 활동으로 수익성을 확보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지산 키움증권 연구원은 "거시 환경 악화를 고려하면 내년 상반기까지 TV와 가전, PC·모니터 등 IT 소비재 수요 부진이 계속될 것"이라며 "유통 재고 건전화와 원가 절감 노력이 (실적의)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이새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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