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실 여전한데…인천공항 "임대료 올려라"

정슬기 기자(seulgi@mk.co.kr), 노현 기자(ocarina@mk.co.kr) 2022. 12. 8.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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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前 임대료 복귀 논란
사활 걸린 중소중견 면세점
매출보다 임대료 더 높기도
임대료 최대 100억 더 낼수도
여전히 한산한 인천국제공항 출국장 면세점. <김호영 기자>

코로나19 때문에 주어졌던 임차료 감면 혜택이 올해 말 종료되면서 면세업체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인천국제공항이 고정 임차료 대신 매출에 연동한 수수료를 받았던 방식을 이달 끝내기로 한 것이다. 업계는 아직 업황이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고정 임차료 방식으로 되돌리는 것은 막대한 부담이라는 입장이다.

최근 업계에 따르면 인천공항은 지난달 인천공항 면세사업자들에 '임대료 특별 감면 제도 안내 및 계약 변경에 대한 의향 조회' 공문을 발송했다. 공문에는 2019년 대비 여객 수가 40% 이상 감소한 달은 임차료에서 여객 감소율의 절반을 감면해 주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예를 들어 여객 감소율이 50%면 임차료에서 25%를 감면해주는 셈이다. 단 여객 수가 코로나19 이전의 60% 이상을 회복하면 정상 임차료를 부과한다. 일일 여객 수는 지난달 말 기준 10만명을 넘어 코로나19 이전 수준의 절반가량을 회복했다.

면세사업자들은 바뀐 방식을 적용하면 당장 내년부터 월 수억 원에서 많게는 100억여 원의 임차료를 더 내야 한다고 한탄했다. 한 면세업체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손님이 한 명도 없는 날에도 나간다는 업체들을 붙잡아가며 인천공항 요청으로 계속 문을 열었다"면서 "지금도 인천공항 면세점 매출은 코로나19 이전 대비 3분의 1이 안 되는데, 이제는 막대한 고정비 부담으로 공항면세점의 정상 운영은 물론 시내면세점 등 면세 산업 자체에 대한 고민까지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제1여객터미널에서는 신세계, 현대백화점, 그랜드, 경복궁 등 업체들이 면세점을 운영하고 있다.

반면 인천공항은 더는 적자 누적을 감수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인천공항 관계자는 "인천공항공사도 코로나19로 3년째 적자를 보고 있다"며 "본래 6월 말 끝내기로 한 것을 6개월 더 연장하면서 적자도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공항공사는 코로나19로 3년간 약 1조7000억원의 적자가 누적됐다고 밝힌 바 있다.

중소·중견 면세업체는 회사 사활이 걸린 문제라고 반발하고 있다. 한 중소·중견 면세점은 인천공항 매출이 월 6억원 수준인데 임차료만 7억~8억원을 부담할 처지에 놓였다. 이 면세점 관계자는 "이를 수용하지 않으면 인천공항공사에서 바로 임차료를 12억원으로 정상화하겠다고 압박했다"면서 "지난 3년 동안 직원 몇백 명을 구조조정하고, 무급휴직과 임금 30% 삭감을 단행하며 겨우 버텼다"고 꼬집었다.

한국면세점협회는 인천공항공사에 "10월 현재 인천공항 출발여객 수는 2019년의 39.1% 수준까지 회복됐으나 면세품인도장은 2019년 대비 인도 건수가 3.5%, 인도 금액은 4.1%에 불과해 여객 수 증가에 따른 효과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며 "월별 인천공항 여객 수가 2019년 동월 대비 80%에 도달할 때까지 월 임차료를 여객 감소율만큼 감면해달라"고 요청했다.

일단 면세점 매출은 회복 단계를 걷고 있으며, 앞으로 더욱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 10월 국내 면세점 총매출은 1조8855억원으로 2020년 1월(2조467억원) 이후 최대치였다. 다만 한국을 방문하는 중국 다이궁(보따리상) 등에 지급하는 수수료가 코로나19 이전보다 3~4배 올라 매출 회복세와 달리 수익은 아직 저조하다고 업계는 설명한다.

이런 가운데 인천공항은 이달 말께 제1여객터미널(T1)과 제2여객터미널(T2)의 면세점사업자 공고를 낼 계획이다. 인천공항 면세점은 연 매출 2조원을 웃도는 규모가 큰 사업장이라 상징성이 있다. 다만 부담스러운 고정 임차료 방식 때문에 입찰을 고민하는 업체도 있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인천공항에서 요구하는 고정 임차료 입찰은 최소 기준이 굉장히 높아 영업 요율 방식을 적용해주길 바라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슬기 기자 / 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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