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기업맞춤형 고용정책

2022. 12. 8.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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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삼성, SK, 현대차 등 대기업 임원인사를 보면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재무 안정성과 동시에 위기대응 역량을 높이기 위해 재무·전략 출신의 최고경영자(CEO)를 중용하고 있는 모습이 감지된다.

성장 잠재력 확충을 위한 경제·산업정책의 혁신에 기업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수다. 그러나 정작 현실은 대출이자도 감당하기 어려운 한계기업 비율이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높은 39.5%로 크게 늘어났고, 청년이 가고 싶어 하는 대기업 채용시장은 더욱 위축됐다는 것이다. 대기업들은 매출 상승에도 쉽게 고용을 늘리지 않고 있는 반면, 지역 중소기업들은 경직된 노동시장, 낮은 노동생산성, 외국인 근로자 수급 등의 구조적인 문제로 인한 일자리 미스매치로 인력난에 허덕이고 있다.

정부는 복합위기인 만큼 한 방향의 정책만을 펴서는 안 된다. 기업에 대한 혁신성장 및 세제혜택 등의 지원을 통한 경제 전반의 고용 수요 개발과 함께 근로자의 노동생산성 향상을 위해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2022년 한국 기업이 미국에서 창출한 일자리만 3만5000개가 넘는다. 미국이 자국 내 투자 활성화 정책을 통해 리쇼어링을 추진하면서 복귀한 기업 수는 2010년 95개에서 2021년 1300개로 급증했다. 한국도 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유턴을 촉진하기 위해 인센티브 정책을 확대하고 있지만 정작 지원 조건이 까다로워 실질적인 성과가 미약한 것이 현실이다. 규제를 피해 사업장을 나라 밖으로 옮긴 기업 입장에서 세금 일부를 감면받고 규제를 잠시 유예해주는 수준의 근본적인 원인이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의 말 한마디에 해외 사업장을 철수하고 본국으로 돌아오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제위기를 풀어낼 실마리는 고용 창출에 있다. 필자가 2016년 미국 조지아주 기아 공장을 방문했을 당시 말로만 듣던 '퀵스타트(Quick Start)' 프로그램을 직접 접했다. 기업이 투자계획을 밝힌 시점부터 사전 협의를 통해 주정부가 필요한 인재를 선제적으로 육성해 적합한 채용풀을 제공하는 투자지원 정책이다. 모든 경비를 주정부가 부담하고 기업이 요청하는 대로 '맞춤형 직업훈련'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돼 있다. 최근 SK배터리아메리카(SK battery America)도 조지아주에 진출하면서 퀵스타트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러니어공대와 2600개 신규 일자리 창출과 관련한 교육협약을 체결하고 주요 생산 분야 및 유지보수에 대한 직무교육은 물론, 전문성 향상과 품질 및 생산성 제고를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파격적인 기업 맞춤형 정책과 인센티브 도입, 해외 기업 유치를 통한 지역 일자리 창출을 위해 전력을 다하는 지자체 공무원들의 노력이 눈물겹다.

국가의 영향력과 역할이 아무리 크다 해도 일자리를 저절로 만들어낼 수는 없다. 일자리를 만들고 만들어낸 일자리의 질을 좋게 하는 것은 기업의 고유 영역이다. 국가는 기업이 더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도록 길을 닦아주고 생산성이 높은 노동력을 공급할 수 있도록 작살형 기업맞춤형 직업훈련 과정을 제공해야 할 것이다.

[윤동열 건국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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