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첨단소재 매각 무산…1.3조 빅딜 좌초

강우석 기자(wskang@mk.co.kr), 강두순 기자(dskang@mk.co.kr) 2022. 12. 8.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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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협상대상자 베어링PEA
거래 종결일 3주 앞두고
글랜우드PE에 인수 철회 통보
주가 폭락·인수비용 부담 영향
베어링PEA, 신뢰 타격 불가피
일방적 파기에 소송 가능성도

전 세계 폴리이미드(PI) 필름 시장 1위 기업 'PI첨단소재'의 매각 작업이 원점으로 돌아갔다.

지난 6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베어링프라이빗에퀴티아시아(베어링PEA)가 매각 측에 계약 파기를 통보했기 때문이다. 거래 가격만 1조3000억원에 달해 시장 충격이 상당할 전망이다. 협상을 벌였던 양측 간 소송전도 불가피해 보인다.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PI첨단소재는 베어링PEA와 주식매매계약(SPA)을 파기했다고 밝혔다. 베어링PEA가 PI첨단소재의 최대주주 글랜우드PE에 계약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통보한 데 따른 것이다.

글랜우드PE는 올해 초부터 PI첨단소재 매각을 추진해왔다.

매각 측은 입찰 절차를 거쳐 지난 6월 베어링PEA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 양측은 지난 9월 말까지 거래를 종결할 예정이었으나 해외 기업결합 심사가 늦어지면서 마무리 시기를 12월 말로 미뤘다. 하지만 약속된 거래 종결 기한을 3주 남짓 남겨둔 상황에서 베어링PEA가 일방적으로 '거래 파기'를 선언하면서 거래는 원점으로 돌아가게 됐다.

베어링PEA가 거래를 파기한 가장 큰 이유는 인수 발표 후 주가 급락이다. 베어링PEA는 PI첨단소재의 주당 가격을 8만원 선으로 책정했다. 하지만 8일 유가증권시장에서 PI첨단소재의 종가는 3만1800원에 그쳤다. 시가총액도 1조원 미만으로 떨어지면서 베어링PEA의 지불 가격(1조2750억원)을 크게 밑돌게 됐다. 베어링PEA 입장에선 계약금 포기를 감수하더라도 거래를 완주하지 않는 게 '남는 장사'라고 판단한 것이다.

베어링PEA가 금리 인상 국면에서 수천억 원대 인수금융을 조달하는 것에도 부담을 느꼈을 것이란 분석이다. 현재 투자은행(IB) 업계에선 만기 2~3년짜리 인수금융을 주선받을 경우 연 8~9%에 달하는 이자비용을 감내해야 한다. 통상적으로 인수금융 비용은 여전채 시장금리에 가산금리(스프레드)를 더해 책정하는데, 기준금리가 치솟아 자금 조달 부담까지 매우 커진 상황이다. 예전처럼 인수대금의 절반가량을 인수금융으로 충당하는 게 불가능해졌다는 얘기다.

베어링PEA는 계약 파기를 통보하는 이유로 '계약 조건 미비'란 명분을 제시했다. 하지만 IB 업계에선 베어링PEA의 이 같은 결정이 향후 거래 쌍방의 소송으로 이어질 것이라 보고 있다. 매각 측과 별도의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계약 해지 의사를 건넸기 때문이다.

거래에 정통한 관계자는 "아직 열흘 넘게 남아 있는데 베어링PEA가 사전에 특별한 협의 없이 매각 측에 인수 포기 의사를 통보한 것으로 안다"며 "법정공방으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PI첨단소재의 매각 작업은 원점으로 돌아가게 됐다. 당초 진행된 공개입찰에는 프랑스 아르케마와 롯데케미칼, KCC글라스 등이 참여했었다. 칼라일그룹과 KKR, 블랙스톤 등도 인수 타당성을 검토한 바 있다. 정식 입찰에 돌입하기 전엔 한솔제지가 관심을 표명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PI첨단소재의 최대주주 글랜우드PE는 잠재 인수 후보군과 다시 협상을 벌일 계획이다.

PI첨단소재의 전신은 2008년 설립된 SKC코오롱PI다. 당시 SKC와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세계적인 PI 필름 회사를 만들자고 의기투합해 50대50 지분율로 합작회사를 세웠다. PI첨단소재는 2014년부터 전 세계 PI 시장에서 1위 사업자 자리를 굳건히 유지하고 있다. PI는 슈퍼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으로 분류되는 화학 소재다. 범용 플라스틱에 비해 내열성과 절연성이 매우 높다. 극한과 초고온에서 변형이 없고 철과 강도가 동일한데도 무게는 약 10분의 1에 불과하다. 전 세계에서 PI첨단소재의 시장 점유율은 32% 정도로 듀폰, 가네카, 도레이보다 높다.

글랜우드PE는 2020년 지분 54%를 약 6070억원에 인수하며 최대주주에 올랐다. PI첨단소재는 새로운 주인을 맞이한 뒤 사업 다각화에 박차를 가해왔다. 기존 주력 부문인 연성회로기판(FPCB)과 방역시트를 넘어 첨단 사업 분야로 보폭을 넓혔다. 최근에는 전기차 배터리 절연용 PI 필름과 바니시에 공을 들이고 있다.

[강우석 기자 / 강두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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