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 관저 정치
미국 역대 대통령들은 정부 예산과 법안을 놓고 정국 대치가 이어지면 여야 의원들을 백악관에 초청했다. 대통령 의지를 전달하고 협조를 구하기 위한 일종의 로비였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은 참석 의원들에게 직접 핫도그를 구워 대접했다. 또 백악관 수영장도 개방해 수영복 차림으로 시간을 보내면서 오해를 풀었다. 린든 존슨 대통령도 취임 후 10개월 동안 모든 의원들을 부부 동반 형태로 한 번씩 백악관에 초대했다. 남성 의원들은 만찬이 끝나면 존슨과 위스키를 마시며 시가를 피웠고, 부인들은 퍼스트레이디인 버드 여사의 안내로 백악관을 둘러봤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도 권위를 벗고 의원들과 음식을 함께 나누면서 감세안 통과를 당부했다. 그는 자신의 정책을 사사건건 반대하던 거물정치인 토머스 오닐 하원의장까지 불러 설득했다. '관저 정치'가 미국 지도자들에겐 국익과 민생을 위한 대야 '소통 창구'였던 셈이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관저 정치'가 화제다. 지난달 '윤핵관' 4인방(권성동·장제원·이철규·윤한홍 의원)과 부부 만찬을 가진 데 이어 25일엔 국민의힘 지도부와 만찬을 했다. 30일에는 당권주자인 김기현 의원과 만났고, 주호영 원내대표와도 심야 회동했다. 이달 초에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관저를 찾았다고 한다.
'관저 정치'는 격의 없는 소통을 통해 국정을 안정적으로 도모하기 위한 통치 수단이다. 그런 점에서 초청 인사 대부분이 여당 지도부나 측근에 머문 것은 아쉽다. 자칫 계파갈등이 불거질 수 있는 데다 참석 인사 일부가 '윤심'을 팔아 자기 정치에 나설 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으로선 자신의 의중을 여권에 알려 불협화음을 없애고 장악력도 높이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더 급한 것은 집토끼보다 여당 내 비윤(非尹)계나 야당과의 대화다. 대통령이 이들을 초청해 극진한 예우를 하면서 협조를 당부한다면 소모적 정쟁도 잦아들 것이다. 이제라도 '통 큰' 리더십을 보여줄 차례다.
[박정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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