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성장 하방 리스크에도 물가 오름세…안정 중점"

중·장기 경제 안정에 기여

한국은행이 경기가 하락함에도 물가 안정에 중점을 두고 통화정책을 운용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연합뉴스

한국은행이 물가 안정에 중점을 두고 통화정책을 운용하는 것이 중·장기 경제안정에 기여할 것으로 판단했다.

한은은 8일 국회에 제출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서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높은 물가 오름세가 지속되는 경우 이같은 정책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한은에 따르면 국내경제는 그간 소비 회복세에 힘입어 잠재수준을 상회하는 성장흐름을 이어왔지만 대내외 정책금리 인상과 대외여건 악화 등의 영향으로 투자와 수출을 중심으로 성장세가 점차 둔화했다.

한은은 경기선행지수가 하락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재고-출하 순환도 상에서도 경기가 둔화 국면에 진입했다고 진단했다.

물가는 소비자물가와 일반인 기대인플레이션이 그간 목표수준을 큰 폭 상회하는 오름세를 보이다가 7월 이후 상승세가 다소 완화되고 있다.

한은은 "최근 물가 오름세가 다소 둔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다음과 같은 물가상방압력 요인을 고려할 때 당분간은 고물가 상황이 지속될 가능성도 적지 않은 것으로 판단한다"며 "로벌 공급차질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지정학적 리스크, 기상이변 등에 따른 에너지 및 농산물 가격 상승 위험도 잠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경제주체의 높아진 물가 인식이 임금을 매개로 물가 오름세를 확대시킬 가능성, 달러화 강세가 수입물가 경로를 통해 시차를 두고 물가상승압력으로 작용할 우려를 제기했다.

한은은 이에 향후 성장세는 대내외 불확실성이 증대됨에 따라 약화될 것으로 전망하면서 물가안정 중심 통화정책 운용이 적절할 것으로 판단했다.

거시경제모형을 활용한 분석 결과도 물가상승·경기둔화가 동반될 경우 물가에 중점을 두고 통화정책을 운용할 때 중·장기적으로 물가와 성장이 정상수준으로 빠르게 회복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한은은 "물가의 둔화 흐름이 뚜렷해지고 기대인플레이션도 목표수준을 향해 점차 안정세를 찾아가는 가운데 주요국 경기둔화, 금리상승 등에 따른 대내외 수요 위축으로 성장의 하방압력이 빠르게 확대될 경우에는 이에 적절히 대응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문혜현기자 moone@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