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선 예산안, 정기국회 하루 남기고 감액도 합의 못한 여야
여야가 정기국회 회기 종료 전날인 8일 내년도 예산안을 두고 막판 대치했다. 예산안 자동부의 제도가 포함된 국회선진화법(개정 국회법)이 도입된 2014년 이후 정기국회 회기 안에 예산안을 처리하지 못하는 불명예를 안을 갈림길에 섰다.
주호영 국민의힘·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김진표 국회의장 주재로 639조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 합의를 위해 만났지만 별다른 소득 없이 헤어졌다. 김 의장이 “국민 앞에 최소한의 책임을 다하려면 정기국회 내 어떤 일이 있어도 반드시 여야가 예산안을 합의해야 한다”고 압박했지만 소용 없었다.
여야는 증액은커녕 감액 규모에도 합의하지 못했다. 국민의힘은 3조원 감액이 양보할 수 있는 최대치라고 밝혔고, 5조~6조원 감액을 목표로 세웠던 민주당은 반발했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정부는 재정 건전화를 위해 올해 (기존 재정사업들에서) 24조원이나 지출 구조조정을 했기 때문에 3조원 이상 삭감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본예산 규모가 더 작았던 문재인 정부 5년간 평균 5조1000억원을 국회에서 감액했다”며 “감액은 찔끔, 증액은 묵묵부답”이라고 여당을 비판했다.
여야는 증액안을 두고도 대치했다. 국민의힘은 대통령실 이전과 행정안전부 산하 경찰국 신설 예산은 지켜내면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숙원사업인 지역화폐 예산을 깎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민주당은 정부·여당의 ‘초부자 감세’와 대통령실 이전 관련 예산 등을 깎아서 기초연금 부부합산제 폐지, 서민 금융 지원, 지역화폐, 공공임대주택 공급 예산으로 돌리겠다는 계획을 마련했다.
169석의 다수당인 민주당은 증액 없이 삭감한 예산안 수정안을 야당 단독으로 처리할 수 있다고 최후통첩했다. 박 원내대표는 “민생 예산 대폭 증액을 위한 초부자 감세 철회와 감액 규모 최대한 확보라는 민주당의 최종 제안을 정부와 여당이 끝내 거부한다면 정기국회 내 처리를 위해 단독 수정안이라도 제출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민주당이 오는 9일 본회의에서 예산안을 단독으로 표결하려면 김 의장의 안건 상정 협조가 필요하다. 김 의장은 여야 합의 없는 수정안 처리에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은 예산안이 합의되지 않으면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건의안 처리도 할 수 없다고 맞섰다. 송언석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예산안 합의가 늦어지면 내일(9일) 예산안 처리는 물론 해임건의안 표결도 연기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의장이 예산안 합의를 촉구하며 9일로 예정된 본회의를 열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국무위원 해임건의안은 국회에 보고된 지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표결하지 않으면 폐기된다. 이 장관 해임건의안이 이날 본회의에 보고된 만큼, 민주당으로서는 늦어도 11일에는 해임건의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가 열려야 하는 셈이다.
여야가 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9일 예산안 처리에 극적으로 합의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 여야는 예산안 합의를 한다면 12월 임시국회 첫날인 오는 10일 본회의에서라도 예산안을 통과시킬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본회의 직후 “예산이 내일(9일) 아니면 내일과 이어진 차수 변경 때 처리될지 밀릴지인데, 민주당이 해임건의안을 72시간 내에 처리하려고 하면 어려움이 생긴다”며 “예산안이 처리되면 해임건의안도 논의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최대한 빨리 매듭지을 테니 내일 결과를 지켜봐달라”고 말했다. 여야가 9일까지 합의점을 찾지 못한다면 예산안 처리 기한이 12월 임시국회 이후로 넘어갈 수도 있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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