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석화 "업무개시명령 시의적절"…정유업계는 울상
철강·석유화학업계가 화물연대 총파업 15일만에 한숨을 돌렸다. 정부는 8일 철강·석유화학 분야를 맡은 운송사와 차주에 업무개시명령을 내렸다. 다음주부터 공장 가동 중단 등 피해가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됐었기 때문에 적절한 시점에 업무개시명령이 떨어졌다는 반응이다. 다만, 업무개시명령에서 제외된 정유업계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8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임시 국무회의를 열고 "철강과 석유화학 제품의 출하 차질은 자동차·조선·반도체 등 핵심 산업으로 확대된다"며 화물연대에 철강·석유화학 분야에 대한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했다.
운송사 및 화물차주는 명령서를 송달받은 다음날까지 집단운송거부를 철회하고 운송업무에 복귀해야 한다. 업무개시명령 발동 대상은 철강 분야 운송사 155곳 6000여명, 석유화학 분야 운송사 85곳 4500여명 규모다. 정당한 사유 없이 복귀 의무를 불이행할 경우, 운행정지·자격정지 등 행정처분 및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 등 형사처벌이 이뤄진다.
대표적인 수출 업종인 철강·석유화학업계는 화물연대 파업으로 전날까지 각각 1조3000억원씩, 총 2조6000억원 규모의 출하 차질 피해를 겪은 것으로 추산된다. 정부는 전날 기준 철강재 출하량은 평시 대비 52%, 석유화학 수출물량 출하량은 25% 수준으로 내려간 것으로 파악했다.
철강과 석유화학 분야는 누적된 출하 차질로 공장 내외 적재공간이 부족한 상황이었다. 석유화학업계에선 일부 기업들이 가동을 중단하기 시작했다. 다음주부턴 대대적인 공장 가동 중단이 불가피할 것으로 봤다. 공장 가동이 중지되면 하루 평균 1238억원의 매출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된다. 공장 가동 중단과 재가동에 최소 15일 이상이 소요되고 막대한 재가동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업계에선 정부의 업무개시명령 발동을 촉구했다.
한국석유화학협회 관계자는 "많은 기업이 이번 주말부터 가동 중단을 검토했기 때문에 시기적으로 굉장히 적절한 결정이었다"며 "정부에서 오늘 명령을 전달하고 내일 복귀가 시작되면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철강업계도 다음주부터 일부 가동 중단을 검토했지만 숨통이 트였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전날부터 화물연대 비조합원들의 운송 참여로 각각 전체 하루평균 계획량의 50%를 출하하고 있다. 포스코의 이달 기준 육송 출하 지연량은 2만6000톤인데 1만3000톤이 출하되고 있다. 현대제철도 포항, 당진 등의 공장에서 하루 계획량의 최대 50% 출하를 목표로 철강재 운송을 진행하고 있다. 업계에선 정부의 업무개시명령 발동까지 추가되면서 출하 차질이 곧 정상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이번 2차 업무개시명령 대상에 제외된 정유업계는 아쉬움을 나타냈다. 정부는 군 유조차(탱크로리) 긴급 투입으로 재고 소진 주유소가 점차 줄어드는 등 사태가 심각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휘발유 등 재고가 소진된 '품절 주유소'는 지난 5일 96곳에 달했지만, 지난 7일 오후 2시 기준 78곳으로 줄었다. 정부는 지난 6일 기준 정유업계 출하량이 평시 대비 97%까지 회복했다고 본다.
정유업계는 출하량을 회복하기 위해 무리해서 노력하고 있지만, 언제까지 지속할 수 있을지 모른다고 토로하고 있다. 품절 주유소는 숫자가 줄었지만, 선박이나 항공유 등 산업용 제품은 출하 차질이 지속되고 있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정유사들은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유조차 기사들에게 요청해서 간신히 버티고 있다"면서도 "이분들도 피로도가 누적되는 상황이라 적시수송이 어려워질 수 있어 업계에선 업무개시명령이 조속히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만약 문제가 발생하면 주유 등 국민 생활에 가장 직접적이고 지대한 피해를 미칠 수 있는 것이 정유분야"라며 "특히 기름보일러를 사용하는 가정은 겨울철에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민경 기자 eyes0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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