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cal Mania] 공평도시유적전시관

2022. 12. 8.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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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골목에서 조선을 보다

2015년 공평동 도시환경정비사업을 추진하던 중 조선 한양에서 근대 경성에 이르는 역사도시 서울의 골목길과 건물터가 온전히 발굴되었다. 서울시는 도시유적과 기억을 원래 위치에 보존하기 위해 공평도시유적전시관을 만들었다. 서울 한복판 종로에 위치한 이곳은, 도시유적의 개발과 보존의 좋은 예이다.

공평도시유적전시관(사진 장진혁)
종로구 공평동에는 양반과 관리들의 비리를 감찰, 수사하던 조선 시대의 의금부가 있었다. 해서 1914년 동명을 제정할 때 의금부에서 공평하게 재판을 처리한다는 뜻을 담아 ‘공평公平’동이라 했다. 공평동은 한양의 행정구역에서 중부 건평방에 속한다. 건평방은 조선 최고의 번화가이자 시전의 중심지였다. 의금부, 의료와 약재를 관장하던 전의감 등의 관청이 있었다. 공평동의 동쪽은 인사동, 서쪽은 청진동과 접하며 북쪽은 인사동길을 경계로 하고 남쪽은 종로이다. 이 부근에 ‘이문里門’이 설치되어 이문동의 동명이 유래되기도 했다. 특히 이문 안 설렁탕집이 유명하다.

공평동 북쪽으로는 여러 궁가가 입지했다. 순화궁은 헌종의 후궁 경빈 김 씨가 살았던 곳으로 영웅대군의 사위 구수영이 세조에게 집터를 하사받아 살았다. 이밖에 수진궁, 용동궁, 사동궁, 죽동궁 등이 있었다. 이렇듯 공평동은 조선부터 현재까지 사람 냄새가 물씬 나는 시전부터 왕족의 주거지까지 서민적이면서도 위계 높은 장소의 특징을 갖고 있다.

2010년 공평지구 문화재 제표조사를 하고 2014년부터 정밀발굴조사를 하였다. 지표면을 기준으로 약 2.8~3.9m 깊이까지 조사한 결과 조선부터 일제강점기까지 4개의 시대별 문화층에서 108동의 건물지와 도로 유적, 약 1000여 점의 다양한 유물이 출토되었다. 여러 문화층 가운데 16~17세기 유구는 총 34개소의 건물지에서 출토되었는데 학술적 가치가 높고 유구의 상태가 온전히 남아 있어 전시관 내부로 이전하여 복원하였다. 이는 도심 정비에서 발굴 매장 문화재를 최대한 ‘원위치 전면 보존’한다는 ‘공평동 룰’을 적용한 첫 사례이다.

전동 큰 집, 골목길 ‘ㅁ’자 집, 이문안길 작은 집의 3개 건물지가 핵심 콘텐츠로 각 건물지별로 1/10 축소 모형, VR체험, 1:1 복원 모형 등 다양한 전시기법을 통해 16~17세기 한양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와 함께 조선 시대부터 현대까지 사용했던 골목길이 확인되어 이문안길과 전동 골목길을 직접 걸으면서 조선 시대에 와 있는 느낌을 직접 체험할 수 있다.

전동 큰 집은 발굴된 가장 큰 규모의 건물지로 중인 이상의 가옥 또는 관청의 부속 시설물로 추정된다. 안마당을 둘러싼 기단석, 적심석, 그리고 긴 초석 등이 발굴되었으며, 4개 동의 건물이 하나의 집을 이루고 있다. 골목길 ‘ㅁ’자 집은 지금의 우정국로에 해당되는 큰 길에서 갈라진 골목길 안쪽에 위치하고 있다. 초석, 기단석, 고맥이석, 마당 박석, 배수로 등이 상당히 잘 남아 있어 ‘ㅁ’자 모양의 구조를 명확히 확인할 수 있다. 이문안길 작은 집은 온돌과 마루, 아궁이 등의 주택 바닥형식이 모두 발굴되어 조선 전기 한옥의 발전 과정을 보여준다. 6칸의 작은 집이지만 마룻널의 크기, 초석과 큰 길에 마주하고 있는 점 등을 보아 기와집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전동 골목길도 특색있다. 공평동 유적의 중앙부에서 폭 210~305㎝ 내외의 골목길 3곳이 확인되었다. 전동 골목에 난 길이라 전동 골목길이라 부른다. 이곳은, 잠시 서울 도심에서 한양을 걷는 느낌이다.

공평도시유적전시관(사진 장진혁)
글과 사진 장진혁(프리랜서)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858호 (22.12.13)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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