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멸 직전 소아청소년과…가톨릭·세브란스, 정원 10분의 1도 못 채워

박정연 기자 2022. 12. 8.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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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 시대 기피 진료과로 전락한 소아청소년과의 전문의 부족이 현실로 다가왔다.

국내에서 가장 규모가 큰 주요 대형병원 중 하나인 세브란스병원에 단 한 명의 전공의도 지원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혜리 서울아산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대한소아혈액종양학회 조사에 따르면 현재 강원도에는 중증질환인 소아암 치료가 가능한 전문의가 단 한 명도 없다"며 "전공의 지원률 떨어지면 다른 세부 분야에서도 전문의가 부족해질 것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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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5 병원 총 정원 52명 중 지원자는 24명으로 절반 안돼
전국 67개 수련병원은 7일 오후 '2023 전반기 레지던트 모집'을 진행했다. 소아청소년과는 지원자가 모집정원을 밑도는 미달사태가 속출했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저출산 시대 기피 진료과로 전락한 소아청소년과의 전문의 부족이 현실로 다가왔다. 국내에서 가장 규모가 큰 주요 대형병원 중 하나인 세브란스병원에 단 한 명의 전공의도 지원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정원의 약 30%를 간신히 채웠던 소아청소년과 전공의는 올해 충원율이 더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8일 의료계에 따르면 전국 수련병원 67곳은 전날 2023년도 전반기 레지던트 전공의 모집 서류전형을 마감했다. 

소아청소년과는 전공의들의 선호도가 높은 주요 대형병원까지 예비 전문의를 모으지 못했다. 이번 모집에서 이른바 빅5 병원의 소아청소년과 경쟁률은 서울대병원 0.7:1, 가톨릭중앙의료원 0.1:1, 서울아산병원 1.3:1, 삼성서울병원 0.5:1로 서울아산병원을 제외하고 지원자가 모집인원을 밑돌았다. 세브란스병원은 지원자가 단 한 명도 없었다. 5개 병원의 소아청소년과 총정원은 52명인데 지원자는 절반도 되지 않는 24명에 그쳤다.

수도권으로 범위를 넓혀도 지원자가 정원을 채운 경우가 드물었다. 서울 소재 상급종합병원 중에서는 서울아산병원과 강북삼성병원만이 모집정원을 채웠다. 경희대병원, 중앙대병원, 길병원, 이대목동병원 모두 지원자가 없었으며 산하 3개 병원에서 전공의를 모집하는 고려대의료원은 단 한 장의 지원서를 간신히 받았다.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수급률은 최근 3년간 급격히 감소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간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충원률은 90.7%→97.4%→99.6%→100%→100%→100.9%→101%→94.2%→74.1%→38.2%이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정원을 거뜬히 채웠지만 2020년 이후 해마다 거의 반토막이 났다. 

소아청소년과 기피 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전공의들의 전문과목 선택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개원의들의 상황이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이 올해 국정감사에서 복지부에게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지난 8월까지 662곳의 소아청소년과 의원이 폐업했다. 대부분 환자가 없어 병원 문을 닫았다.

의료계는 소아청소년과 진료인프라가 무너질 위기에 놓였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인다. 특히 희귀난치병, 중증질환, 응급상황 등 생명과 직결된 진료를 할 전문의가 부족해질 것이란 지적이다. 김혜리 서울아산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대한소아혈액종양학회 조사에 따르면 현재 강원도에는 중증질환인 소아암 치료가 가능한 전문의가 단 한 명도 없다”며 “전공의 지원률 떨어지면 다른 세부 분야에서도 전문의가 부족해질 것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오후 정부는 소아청소년과를 포함한 필수의료 인력부족 해결을 논의하기 위한 공청회를 열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공청회에서 필수의료인력 확보 방안으로 전공의와 당직의사 근무시간 개선, 불가항력 의료사고 지원확대, ‘한국의 의사상’ 도입을 통한 포상정책 등을 제시했다.

이 같은 대책안에 대해 한 상급종합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일자리와 처우 등 전문과목 선택에서 가장 중요한 유인책이 빠져 있다”며 “소청과의 경우 저출산으로 개원 상황이 좋지 않은 만큼 대학병원에서의 일자리를 확대하는 방안 등 일자리 마련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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