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코픽스 산출, 이대로 방치할 것인가

2022. 12. 8.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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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오르는 대출금리가 은행 빚을 진 가계와 기업의 숨통을 조인다. 반면 은행업계는 사상 최대 실적이 예상된다. 대출금리는 지표금리인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와 개인 신용에 따른 '가산금리'의 합이다. 코픽스는 작년 1월 0.9%에서 올해 11월 3.98%로 급등했다.

신용위험을 제외하면 우리나라 은행업은 변동금리로 돈을 조달해 변동금리로 빌려주는 리스크 없는 사업이다. 미국 은행들이 변동금리로 조달해 고정금리로 대출하는 것과 다르다. 코픽스가 변동되면 즉시 대출이자가 변동된다. 대부분의 가계와 기업이 은행 빚을 쓰고 있기에 코픽스는 국민경제에 직접적이고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픽스 산출 과정은 허술하다. 매월 전국은행연합회가 8대 시중은행에서 자금조달 비용 자료를 받아 가중 평균해서 발표한다. 코픽스와 관련해 은행은 조달 비용을 부풀려 보고할 유인이 매우 높다. 우리나라 가계대출 총액이 약 1900조원이다. 기업대출까지 포함하면 2100조원을 상회한다. 0.1%(10bp)만 부풀려도 무려 2조1000억원의 이익이 발생한다. 은행을 딱히 의심하는 것은 아니지만 허위 보고할 유인이 많다는 점은 분명 큰 함정이다.

실제로 해외에서는 오랫동안 국제금융 거래의 지표금리가 돼온 리보 조작 사건이 있었다. 런던은행연합회는 대형 은행들에서 자료를 받아 매일 리보를 발표한다. 그런데 2011년 글로벌 대형 은행들이 공모해 리보를 조작한 사건이 밝혀졌다. 세계가 발칵 뒤집힌 것은 물론이다.

리보는 글로벌 지표금리로 한때 관련 파생상품 시장 규모가 350조달러를 상회할 만큼 어마어마했다. 리보를 조작하면 떼돈을 벌 수 있어 유혹이 컸기 때문이다. 리보 조작은 도이체방크 직원이 미국 금융선물위원회에 내부 고발을 하면서 알려졌다. 조작에 가담한 은행들은 천문학적인 벌금을 맞았다. 세계적인 대형 은행들도 탐욕을 부렸는데, 한국만 특별하다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 사건 이후 세계 각국의 금융당국은 직접 지표금리를 산출하는 방식으로 정책을 바꿨다. 미국도 뉴욕연방준비은행이 개발한 SOFR(1일물 담보부 조달금리)라는 새로운 지표금리를 사용할 계획이다.

단순한 조작만으로도 국민은 엄청난 피해를 입게 될 수 있는데, 은행들의 양심에 맡기자는 것은 정책당국의 자세가 아니다. 우리나라는 2012년 금융기관들이 CD 금리를 담합해 조작한 전례도 있다. 코픽스 산출을 이렇게 방치하는 것은 금융당국의 직무유기로 볼 수밖에 없다.

과거 투자신탁회사 딜러로 일했던 사람의 이야기다. 당시 채권 시장은 3대 투자신탁회사의 딜러들이 좌지우지했다. 딜러가 실수로 CD 금리를 잘못 계산한 사건이 발생했다. 수백억 원의 손실을 본 고객도 있었겠지만 아무 조사 없이 넘어갔고, 누구도 책임지지 않았다고 한다. 은행이 고의로 자료를 조작하지 않더라도 실수까지 하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

국민은 금융을 어렵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은행 돈을 빌려 쓰지만 대출이자를 결정하는 코픽스는 생경하다. 은행이 소비자에게 쉽게 다가가는 것은 자율이지만, 정부가 국민을 보호해야 하는 것은 의무다. 내가 내는 은행 이자가 정확한지, 혹시 조작이나 실수는 없는지와 관련해 국민은 정부의 보호를 받아야 한다. 금융당국의 역할이 절실하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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