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24시] 꺾이지 않는 마음보다 중요한 것

이용익 기자(yongik@mk.co.kr) 2022. 12. 8.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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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월드컵에서 포기하지 않는 투혼을 보여주며 사상 두 번째 원정 16강 진출에 성공한 벤투호의 모습은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중꺾마)'이라는 문구로 요약된다.

리그 오브 레전드 2022 월드 챔피언십(롤드컵)에서 약체로 꼽혔음에도 기적적인 우승을 이룬 DRX 팀에서 시작된 이 문구는 이제 어려운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도전하는 이들의 모습을 표현하는 대중적인 표현으로 완전히 자리 잡은 듯하다. 벤투호 선수들조차도 포르투갈전에서 극적인 승리를 거둔 뒤 이 문구가 적힌 태극기를 흔들며 기뻐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처럼 포기하지 않는 불굴의 의지를 보여주는 이들의 모습은 분야를 막론하고 숭고하며 아름답다. 여건이 좋지 않아도 도전하는 것은 현대 사회에서 스포츠가 주는 희망이자 존재 가치일 것이다.

하지만 '중꺾마'를 외치는 것보다 우선시해야 할 일이 있다. 문제점을 찾고, 필요한 투자를 이어가면서 애초에 마음이 꺾일 위기를 만들지 않는 것이다. 벤투호의 중원을 책임졌던 미드필더 황인범은 월드컵 탈락이 결정된 뒤 똑같이 16강에 진출한 일본과 우리의 현실을 비교하며 "아등바등 노력해서 기적을 일구는 것이 아니라 꾸준히 좋은 모습을 보이려면 많은 부분이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대로라면 오늘의 성과가 단발성 기적에 그칠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아는 현장 전문가의 목소리인 셈이다. 벤투호는 4년이 넘는 기간 팀을 유지해오며 성과를 거뒀지만 벤투 사단과 결별한 뒤 한국 축구국가대표팀이 어디로 흘러갈지는 미지수다. 벌써부터 해외 명장들과의 협상설이 흘러나오는 일본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이기도 하다.

결국 언제까지나 꺾이지 않는 마음 같은 것은 없다. 기적적인 우승을 이뤘다는 DRX조차 시즌이 끝난 뒤에는 재정 문제로 감독과 주전선수 대부분을 계약 해지하며 공중분해가 되고 말았다. 그게 엄혹한 현실이다. 새 시작을 하려는 대한축구협회 역시 이 부분을 새기며 벤투호의 유산이 공중분해되지 않도록 후임 인선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래야만 20년 전 외쳤던 '꿈은 이루어진다'는 말도 다시 해볼 수 있을 것이다.

[이용익 문화스포츠부 yongik@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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