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정무한] 카이스트 회원들과 晩秋 지리산 산행

김윤세 본지 객원 기자, 인산가 회장 2022. 12. 8.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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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노고단, 대원사 계곡
지리산 노고단 정상에서 카이스트 알파인 클럽 회원들.

지난 10월에는 1일의 82차 산행을 필두로 매주 토요일, 일요일마다 쉬거나 거르는 일 없이 '힐링 산행'을 이어가 23일까지 운봉 고남산, 함양 법화산, 남원 서룡산, 제주 한라산 등 모두 10차례 산에 올랐고 올해 들어 총 91차례의 산행을 기록했다.

29일에는 '함양 바이크' 회원들과 할리 데이비드슨 오토바이로 달리면서 만추의 덕유산 풍광을 즐기는 모터사이클 라이딩으로 인해 산행을 거르고, 그날 저녁의 과음으로 인한 심신의 피로 누적으로 30일에는 올해 들어 처음으로 온종일 휴식을 취했다.

50대 중반부터 80대 초반까지

11월 5일에는 카이스트KAIST 정보경영자 과정 등의 원우들로 구성된 '카이스트 알파인 클럽' 회원 33명과 함께 지리산 노고단을 등반하기 위해 오전 11시 30분 남원시 인월 흥부골 추어탕집에서 만나 추어탕으로 점심 식사를 마친 뒤 지리산 성삼재로 이동해 오후 1시 산행을 시작했다. 올해 들어 92회째 산행이다.

'카이스트 알파인 클럽'은 50대 중반부터 80대 초반에 이르는 연령대인지라 산행의 걸음걸이가 속보速步는 아니지만 '소걸음으로 천 리를 간다牛步千里'라는 말처럼 길 좌우로 펼쳐지는 늦가을 풍광을 즐기며 한 걸음, 한 걸음 걷다 보니 1시간쯤 걸었을 무렵 출발점에서 1.8km 지점인, 코재에 다다라 멀리 화엄사와 섬진강을 바라보며 숨을 돌린다.

이곳 물길은 자연적으로 달궁·뱀사골·남강을 거쳐 낙동강으로 흐르는데 인위적으로 한 줄기 물길을 돌려 구례 방면 섬진강으로 흐르게 함으로써 물이 고개를 넘어 흐른다는 것을 뜻하는 '무넹기'라는 지명도 얻게 되었다. 지리산 종주를 위해 화엄사에서 출발하면 이곳 코재까지 거리는 5.7km이고 대략 3~4시간 소요되는, 쉽지 않은 등산길이다.

다시 뚜벅뚜벅 걸어서 노고단 대피소를 지나 출발점으로부터 4km 지점인 노고단 고개에 이르니 삼삼오오 흩어져 산길을 오르던 알파인 클럽 회원들이 노고단 정상으로 들어가는 관문 앞에 모여서 10명 단위로 통과해 정상까지 마지막 700m 구간을 오른다. 회원들이 모두 노고단 정상에 도착한 것은 출발 후 2시간 남짓 지난 오후 3시 무렵이다.

출발 이후 줄곧 비탈진 산길을 바라보며 걷다가 마침내 해발 1,507m의 노고단 정상에 오르니 시야가 탁 트이면서 멀리 천왕봉이 위용을 드러내고 가까이로는 활 궁弓자를 엎어놓은 듯한 형상, 즉 필기체 m자 형용의 신비로운 반야봉이 바로 코앞으로 다가오고 서북 능선상에 우뚝 솟은 만복대 역시 듬직한 자태를 뽐낸다.

늦가을의 지리산 풍광을 배경으로 노고단 정상에서 사진을 찍은 뒤 약간의 간식을 먹고 나서 오후 3시 30분경 하산길에 나서서 느긋한 마음으로 성삼재에 도착해 대기하고 있던 버스에 오르니 오후 4시 50분이었다. 지름길을 이용하지 않고 오로지 평탄한 큰길로만 걸은 산행 거리는 왕복 9.6km이고 소요 시간은 모두 3시간 40분이다.

삼봉산 해발 500여 m에 자리한 인산가와 웰니스 호텔은 고지대인 만큼 봄 여름이 늦게 오고 가을 겨울이 일찍 찾아오는 특성을 보인다. 하물며 해발 고도 1,000m 이상 차이 나는 지리산 노고단은 더 말할 것도 없을 정도로 추위가 일찍 밀려오는 청계淸界임이 틀림없다. 만추의 감회를 읊은 당나라 시인 온정균의 시가 떠오른다.

산근각한조山近覺寒早

초당산기청草堂山氣晴

수조창유일樹凋窓有日

지만수무성池滿水無聲

과락견원과菓落見猿過

엽건문녹행葉乾聞鹿行

소금기려정素琴機慮靜

공반야천청空伴夜泉淸

산골이라 추위 일찍 찾아드니/초당 가을 기운 더없이 상쾌하네

나뭇잎 떨어지매 창에 햇볕 들고/연못에 물 가득 차니 소리가 없구나

산과가 떨어지자 원숭이 보이고/낙엽 마르니 사슴 발소리 들린다

깊은 밤 맑은 샘물 벗을 삼아/거문고 타노라니 온갖 시름 사라지네

지리산 대원사 계곡의 아름다운 연못.

晩唐의 대표적 시인 온정균

만당晩唐의 대표적 시인 온정균溫庭筠(818~872)의 '산중에 찾아든 이른 가을山中早秋'이란 시이다. 그는 만당의 이름난 시인 이상은李商隱과 함께 쌍벽을 이루어 '온이溫李'로 불렸을 정도로 유명했던 인물이다.

산 중의 초당은 속기俗氣에서 멀리 벗어나 청량한 분위기 속에 살 수 있는 반면 왕래의 불편함과 산 아래 세상에 비해 일찍 찾아드는 추위를 감내해야 한다. 무성하던 나뭇잎이 떨어지면서 창을 통해 따스한 햇볕을 쬘 수 있게 되고, 연못에 물이 가득 차니 졸졸 흘러드는 물소리조차 사라지면서 또다시 적막 속에 새로운 세상이 열리고 있음을 시인은 온몸으로 깨닫는다.

바람은 바람대로, 나무는 나무대로, 물은 또 물대로 시인 묵객들의 시와 그림 속에 각양각색의 모습으로 등장하면서 나름대로 아름다움을 연출하며 다양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1,000년이라는 시간과 수만 리 공간의 한계를 넘어 가을은 언제나 청량한 바람과 붉은 단풍, 노란 잎사귀들이 어울려 한 폭의 산수화를 연출하고 시인 묵객들은 그 아름다운 광경들이 빚어내는 자연 속에 동화되어 시어詩語로써 진경산수화를 그려낸다.

노고단을 다녀온 다음날인 11월 6일에는 카이스트 알파인 클럽 회원들과 함께 늦가을 풍광이 더없이 아름다운 지리산 대원사 계곡 길을, 마치 꿈속의 선경仙境을 노니는 것처럼 느긋하게 걸은 뒤 힐링 산행을 마무리했다.

인산가 김윤세 회장 인산가는 독립운동가이자 사상가였던 인산仁山 김일훈金一勳 (1909~1992) 선생의 유지를 펴기 위해, 차남인 김윤세 現 대표이사이자 회장이 1987년 설립한 기업이다. 인산 선생이 발명한 죽염을 비롯해 선생이 여러 저술을 통해 제시한 물질들을 상품화해 일반에 보급하고 있다. 2018년 식품업계로는 드물게 코스닥에 상장함으로써 죽염 제조를 기반으로 한 회사의 가치를 증명한 바 있다. 김윤세 회장의 대표적인 저서로는 『내 안의 의사를 깨워라』, 『내 안의 自然이 나를 살린다』 등이 있으며, 최근에는 노자 사상을 통해 질병에 시달리는 현대인에게 올바른 삶을 제시한 『自然 치유에 몸을 맡겨라』를 펴냈다.

월간산 12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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