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강제동원 양금덕 할머니 수상 제동···양 할머니 “여간 기분 나쁜 게 아냐”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91)가 ‘2022 인권상·국민훈장 모란장’ 수상자로 결정됐다가 시상식 직전에 수상이 보류돼 파장이 일고 있다. 특히 외교부가 양금덕 할머니에 대한 정부 서훈 추진에 “협의 절차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 수상이 보류된 것으로 밝혀지면서 강제동원 피해자 지원단체 등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양금덕 할머니는 국가인권위원회가 주관하는 2022년 대한민국 인권상의 포상자로 선정돼 오는 9일 오전 10시 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열리는 시상식에 참석할 예정이었지만 서훈 안건이 지난 6일 국무회의와 8일 임시국무회의에 상정되자 않아 시상식이 무산됐다. 이 과정에서 외교부가 “절차상 관계기관과 사전 협의한 필요한 사안”이라는 의견을 제시해 양 할머니에 대한 서훈 안건이 국무회의에 상정되지 않았다.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은 외교부가 일본을 의식해 제동을 걸었다고 반발하고 있다.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판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본과 협의중인 외교부가 협상에 방해가 될 수 있는 변수를 차단하기 위해 양 할머니에 대한 서훈을 막았다는 주장이다.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8일 정례브리핑에서 이 문제와 관련, “서훈 수여는 상훈법상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대통령이 재가하는 사안”이라며 “외교부로서는 관계부처 간의 사전 협의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보고 있었고, 그에 따라 관련된 의견을 제시한 바가 있다”고 말했다. 임 대변인은 외교부가 지난주 중반에 서훈 계획을 처음 통보받았으며, 지난주 후반에 유관 부처에 의견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외교부는 또 일본을 의식해 서훈을 막았다는 시민단체의 주장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고 부인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법에 규정된 절차를 따라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이지 양 할머니의 서훈에 반대한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인권위가 선정한 수상자를 주무부처도 아닌 외교부가 뒤늦게 석연치 않은 이유로 수상에 제동을 걸어 강제징용 피해자인 양 할머니에게 또 한번 마음의 상처를 준 것에 대해 여론의 질타가 쏟아지고 있다. 양 할머니는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을 통해 “정부에서 상을 준다고 하니 흐뭇하고 좋았는데 갑자기 상을 안 준다고 하니 이것에 무슨 짓이냐. 여간 기분 나쁜 게 아니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강제동원 피해자들을 지원해온 임재성 변호사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인권위라는 독립적인 기구의 내부 심사절차를 거쳐 선정한 인권상 대상자에게 국내적으로 서훈을 주는 것조차 외국의 눈치를 보아야 하느냐”며 정부를 비판했다.
양 할머니는 미쓰비시중공업의 나고야항공기제작소에 동원돼 강제노동을 당한 피해자로 2012년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광주지법에 소송을 제기해 2018년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 판결을 받았다.
유신모 기자 sim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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