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온라인 플랫폼 심사지침' 강행…업계·전문가 즉각 반발
이해관계자 의견 수렴하지 않은 공정위, 재검토 필요 주장
(서울=뉴스1) 이주현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가 '카카오 먹통' 사태를 계기로 플랫폼 독과점 규제를 추진하자 학계와 업계 전문가들이 반대하고 나섰다.
공정위는 지난달 30일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균형감 있게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은 지 불과 1주일 만에 온라인 플랫폼 독과점 심사지침을 이달 21일 전원회의에서 안건으로 상정하기로 했다.
일각에선 심사영향권이 있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수렴도 거치지 않은 졸속 강행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업계 의견수렴 거치지 않은 막무가내식 규제"
8일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과 소비자단체 컨슈머워치는 국회에서 '소비자 중심의 온라인 플랫폼 현황 및 과제' 토론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학계와 업계 전문가들은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단 한 번도 수렴하지 않았으며 부작용이 심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는 입을 모았다.
하명진 한국온라인쇼핑협회 정책실장은 "공정위는 이해관계자 의견을 충분히 듣고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의견 수렴은 커녕 지침 초안조차 받지 못했다"며 "이 가운데 심사지침의 안건 상정은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어 "심사지침 내용은 중소 온라인 플랫폼을 운영하는 다수 사업자에게도 적용되는 만큼 '불공정 행위 유형'을 제고해야 하며 구체적 행위의 유형을 적시하는 것은 반드시 제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정위는 카카오 데이터 센터 화재 직후인 10월 말 플랫폼 독과점 심사지침을 연말까지 제정해, 자사우대·최혜대우 요구·끼워팔기·멀티호밍 등을 불공정거래 등 시장 지위 남용 위반 행위로 규제하겠다는 방침이다.
심사지침이 전원회의에서 심의·의결되면 곧바로 효력이 발휘되고 국내 여러 온라인 플랫폼 기업들이 해당 규제를 받을 수 있다. 빠르게 추진되고 있지만 공청회 등을 통한 사회적 의견 수렴, 부처간 의견 조율 부족하다는 것이 전문가들 주장이다.
심재한 영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규제를 추진하기 전 6개월~1년간 사회적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가 필요한데 현재 규제의 범위가 어떤지, 어떤 상황에서 규제 받는지 알려진 것이 없다"며 "지금대로라면 사전에 규제 대상을 지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글로벌 경쟁력 갉아먹고 역차별 낳을 가능성 높아"
이날 토론회에선 공정위 심사지침 가운데 '자사우대'가 역차별 소지가 높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오프라인 유통업체와 달리 온라인 유통기업이 만든 PB상품의 인터넷 노출은 '자사우대 제한' 규제를 받을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조형기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사무국장은 "유독 온라인에 대한 강력한 규제는 새롭게 부상하는 시장에 대한 규제 권한을 강화하려는 의도인지 의문"이라며 "무리한 온라인 플랫폼 심사지침을 시도하기 전에 사업자들의 입장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심재한 교수도 "PB상품은 품질 면에서 경쟁상품과 크게 다르지 않은데 가격이 소비자에게 유리한만큼 왜 규제 하는지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플랫폼 규제 방향과 국내는 전혀 상황이 다르다는 의견도 쏟아졌다. 조 국장은 "한국은 미중 글로벌 플랫폼 기업에 맞설 수 있는 유일한 국가"라며 "글로벌 경쟁을 위해 토종 플랫폼이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규제가 아닌 지원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정위가 제정할 심사지침에 대해 업계에선 "세부내용이 전혀 공개되지 않고 있는 만큼 시장 독점 기업뿐 아니라 모든 플랫폼 사업자가 규제를 받게 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를 내놓는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지난달 말 "그동안 사업자의 점유율 자체를 규율한 적이 없고, 앞으로도 규제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그러면서도 "매출액 외 이용자 수 등을 따져 시장지배력을 판단하겠다"고 해 말의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견해도 있다.
하명진 실장은 "이번 심사지침은 사법권과 입법권을 침해하고 있어 위헌 소지가 강하다"고 지적했다.
서울대 이승훈 명예교수는 "국제적으로 구글, 애플 등 빅테크 기업에 대항하는 움직임이 있는만큼 한국은 플랫폼 기업을규제가 아닌 육성을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jhjh1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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