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 몰래 찍는 거 봤다"…범죄자 잡는 유튜버들, '폭행' 아찔 상황도

박수현 기자 입력 2022. 12. 8. 16:46 수정 2022. 12. 8.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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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이리 와요. 핸드폰 보여줄 수 있어요? 여자들 쫓아다니는 거 보고 온 거거든요."

지난 5일 한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영상.

이들의 영상에는 "응원한다", "연말에도 쓰레기 수거해줘서 고맙다", "나쁜 사람 잡아줬다" 등 응원 댓글이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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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21일 유튜브 채널 '딸배헌터'에 올라온 영상. 번호판이 미부착된 오토바이 운전자 등을 경찰에 신고하는 내용이 담겼다. /사진=유튜브 채널 '딸배헌터' 갈무리

"잠깐 이리 와요. 핸드폰 보여줄 수 있어요? 여자들 쫓아다니는 거 보고 온 거거든요."

지난 5일 한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영상. 여기엔 검은 옷을 입은 남자가 서울 서초구 강남대로를 돌아다니며 여성들을 불법 촬영하는 모습이 담겼다. 그의 뒤를 밟던 유튜버는 직접 팔을 붙잡고 휴대전화를 요구한다. 결국 불법 촬영물이 발견되고, 해당 남성은 출동한 경찰의 손에 이끌려 경찰차를 타고 사라진다.

일상에서 범죄자를 추적하는 유튜브 채널이 인기를 끈다. 단순 관찰을 넘어서 직접 사건에 관여하고 범죄 용의자를 수사기관에 넘긴다는 데에 차별점이 있다. 마약, 불법 촬영, 성 착취물, 교통법규 위반 등 사건 유형도 다양하다. '권선징악'을 압축해서 보여주는 유튜버를 응원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범죄 혐의가 확정되지 않은 일반인을 소재로 영상을 만드는 만큼 부작용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불법 촬영 용의자를 신고하는 영상을 올리는 유튜브 채널 '감빵인도자' 구독자는 8일 기준 12만8000여명으로 총조회수는 400만여회다. 배달 라이더의 교통법규 위반 관련 영상을 올린 '딸배헌터' 채널의 구독자는 23만1000여명, 총조회수는 9289만여회다.

이들은 영상 속에서 교통법규 위반자나 범법자를 추적한다. 번호판이 없거나 불법 개조한 오토바이를 모는 사람부터 장애인 주차구역에 주차하는 운전자, 교통 신호 위반자, 번화가 한복판에서 불법 촬영을 하는 사람까지 다양하다. 최근 범죄자를 추적하는 콘텐츠가 인기를 끌면서 마약 소지자, 아동·청소년 성 착취물 소지자, 다단계 사기 용의자, 음주 운전자 등을 추적하고 직접 경찰을 불러 체포되는 모습을 보여주는 콘텐츠도 나왔다.

이들의 영상에는 "응원한다", "연말에도 쓰레기 수거해줘서 고맙다", "나쁜 사람 잡아줬다" 등 응원 댓글이 달린다. "추운 날 고생하는데 커피 한 잔 마셔라"라며 채널에 유료 회원으로 가입하거나 후원을 보냈다는 시청자도 있다. 그러나 일반인이 범죄 용의자를 잡는 콘텐츠의 특성상 아찔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한다. 유튜버가 추적하던 사람에게 멱살을 잡히거나 폭행당하기도 하고 범죄 혐의자가 추적을 피하기 위해서 높이 3m가 넘는 지하철 역사에서 뛰어내리기도 한다.

지난 5일 유튜브 채널 '동네지킴이'에 올라온 불법 촬영 용의자 현행범 체포 영상. 용의자를 따라가고(왼쪽) 경찰이 용의자 휴대전화를 확인하고(가운데) 해당 용의자가 경찰차에 타고 떠나는 모습을 담았다. /사진=유튜브 채널 '동네지킴이' 갈무리


전문가들은 대중의 대리 만족감과 형사 사건에 대한 관심이 이 같은 유튜브 채널을 키웠다고 평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인원과 자원이 한정돼 활동에 제약이 있는 수사기관과 달리 유튜버들은 사건을 일일이 쫓아다니며 생중계하기 때문에 범죄와 관련된 대중의 관심이 쏠리는 것"이라고 했다.

일반인이 현행범을 체포하는 것이 법적으로 문제될 소지는 크지 않다. 김기윤 변호사는 "형사소송법 제212조에 따라 현행범인은 누구든지 영장 없이 체포할 수 있다"며 "현행범을 잡는 과정에서 팔을 잡는 등 신체 접촉을 하더라도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했다.

이어 "영상에서 신원을 알아볼 수 없도록 얼굴을 모자이크 처리한다면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이나 명예훼손으로 문제 될 여지도 없다. 목소리를 그대로 내보내더라도 형사적인 책임은 지지 않는다"며 "다만 실시간 방송을 하면서 모자이크가 들어가지 않았다면 형사 책임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고 했다.

그럼에도 일반인이 용의자를 추적하는 콘텐츠 특성상 위험한 상황이 연출되는 때가 잦아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웅혁 교수는 "범죄자를 추적하고 처벌하는 일은 개인이 아니라 국가가 해야 하는 일"이라며 "'네티즌 수사대'처럼 증거를 수집하고 제보하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용의자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명예훼손, 사생활 침해 등 파생적인 위법 행위들은 부정적인 측면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박수현 기자 literature1028@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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