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속 실종 여중생’ 찾은 군견 달관이, 복무 10년 성대한 전역식

노석조 기자 2022. 12. 8.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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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 “희로애락 같이한 소중한 전우”
8일 세종시 육군 32보병사단에서 열린 군견 달관이의 은퇴식. 달관이는 지난 2019년 충북 청주시 일대에서 실종됐던 조은누리(당시 14세) 양을 구조하는데 결정적 공을 세워 큰 인기를 얻었다. 달관이는 2012년생 수컷 셰퍼드로 2013년 육군군견훈련소에서 20주간 강도 높은 훈련을 받고 그해 11월 32사단 기동대대에 배치됐다. /신현종 기자

육군이 8일 10년간 복무한 군 정찰견 달관(달관이)의 전역식을 세종시 32보병사단 예하 기동대대에서 성대하게 치렀다. 군 관계자는 “달관이는 활약상이 널리알려진 군견이라 각별히 대우를 했다”면서 “달관이는 우리의 전우”라고 말했다.

달관이는 2012년생 수컷 셰퍼드로 2013년 육군군견훈련소에 입소하며 군견의 길에 들어섰다. 20주간의 훈련을 받고 그해 11월 32사단 기동대대에 배치됐다.

8일 세종시 육군 32보병사단에서 열린 군견 달관이의 은퇴식. 달관이는 지난 2019년 충북 청주시 일대에서 실종됐던 조은누리(당시 14세) 양을 구조하는데 결정적 공을 세워 큰 인기를 얻었다. 달관이는 2012년생 수컷 셰퍼드로 2013년 육군군견훈련소에서 20주간 강도 높은 훈련을 받고 그해 11월 32사단 기동대대에 배치됐다. /신현종 기자

초년병 시절은 달관이에게도 고됐다. 적응을 잘 하지 못했다. 달관이는 2014년 2월 28일 육군 제1군견교육대 입교를 위해 이송되던 중 고속도로에서 군용트럭 철망을 뚫고 달아났다. ‘탈영’이었다. 군은 물론 경찰과 한국도로공사까지 투입돼 대대적 수색에 나선 끝에 달관이는 충북 증평 IC 인근 음식점 뒤편 야산에 있다가 주민 신고로 하루 만에 생포됐다.

군 고참들은 이런 그를 나무라지 않고 보듬었다. 이후 달관이가 달라졌다. 달관이는 2016년 2작전사령부 군견경연대회 최우수상 수상을 비롯해 군견훈련소 보수교육에서도 매년 종합성적 1∼2위를 차지할 정도로 뛰어난 실력을 발휘했다.

그러다 달관이는 2019년 큰 임무를 맡았다. 그해 7월 23일 청주에서 가족과 등산에 나섰던 조은누리(당시 14세) 양이 실종돼 수색 작전에 긴급 투입된 것이다. 경찰, 소방, 군 등 연인원 5700여 명이 실종 수색에 나섰지만 쉽지 않았다. 달관이는 쉬지 않고 수색 작전을 벌였다. 실종 열흘째이던 8월 2일, 박상진 원사와 함께 야산을 헤집고 다니던 달관이가 갑자기 무언가를 발견했다는 ‘보고 동작’을 보였다. 박 원사가 살펴보니 3m가량 떨어진 바위 구석에 조 양이 있었다.

산속에서 홀로 열흘을 버틴 실종자를 가장 먼저 찾아낸 것이다. 큰 공을 세운 달관이에게 당시 경찰이 15만 원 상당의 간식을 제공하는 등 각계의 찬사가 이어졌다.

그간 조 양 수색 작전 등 실제 작전에 12회 투입돼 활약한 달관이는 어느덧 올해 나이 10세가 됐다. 사람으로 치면 약 70대 고령이 된 것이다. 이에 군은 달관이가 체력적인 문제로 더는 임무 수행이 어렵다고 판단해 편안하게 여생을 보낼 수 있도록 달관이의 은퇴를 결정했다.

달관이와 호흡을 맞춘 군견병은 총 9명이다. 은퇴하는 날까지 달관이의 일상과 훈련을 함께 해온 군견병 김민수 일병은 “달관이는 낯선 군대에서 희로애락을 함께하며 신뢰와 우정을 쌓은 소중한 전우”라 말했다.

32사단 윤상순 기동대대장 주관으로 열리는 행사는 은퇴 명령 낭독, 은퇴견 명찰 부착 및 약력 소개, 장병들이 직접 제작한 선물 전달 순으로 진행됐다.

8일 세종시 육군 32보병사단에서 열린 군견 달관이의 은퇴식. 달관이는 지난 2019년 충북 청주시 일대에서 실종됐던 조은누리(당시 14세) 양을 구조하는데 결정적 공을 세워 큰 인기를 얻었다. 달관이는 2012년생 수컷 셰퍼드로 2013년 육군군견훈련소에서 20주간 강도 높은 훈련을 받고 그해 11월 32사단 기동대대에 배치됐다. /신현종 기자

이날 행사에는 특별한 손님이 찾아와 의미를 더했다. 3년 전 달관이가 구조했던 조 양과 가족들이 달관이의 은퇴를 축하하기 위해 부대를 방문한 것이다.

조 양 아버지 조한신(52) 씨는 “육군 장병들과 달관이가 없었다면 지금 이 자리의 우리 가족도 없었을 것”이라며 “국가와 국민을 위해 헌신한 달관이가 여생을 행복하고 편안하게 보내길 바란다”고 말했다.

국가와 군을 위해 작전과 훈련에 매진해온 달관이는 은퇴 후 사단에서 정든 전우들과 제2의 견생을 살게 될 예정이라고 육군은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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