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영' 말썽꾼이 실종자 구조 '영웅'으로… 군견 달관이 전역 신고

김진욱 2022. 12. 8. 16:3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8일 세종시 소재 육군 32사단 기동대대.

은퇴하는 날까지 달관이의 일상과 훈련을 함께해 온 군견병 김민수 일병은 "달관이는 낯선 군대에서 희로애락을 함께하며 신뢰와 우정을 쌓은 소중한 전우"라고 말했다.

은퇴한 군견은 군견훈련소에서 남은 생을 보내거나 민간에 분양되는 경우도 있지만 달관이는 '말뚝'을 박았던 정든 부대에서 전우들과 함께하는 생활로 제2의 견생을 누릴 예정이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019년 조은누리양 실종사건 때 최초 발견
육군 32사단 장병들이 직접 은퇴식 열어 줘
남은 '견생'도 정든 부대에서 장병들과 함께
8일 오후 세종 금남면 육군 32보병사단 기동대대에서 군견 달관이의 은퇴식이 열린 가운데, 지난 2019년 실종 열흘째 만에 달관이의 도움으로 구조됐던 조은누리(당시 14세) 양 가족이 은퇴식에 참석해 달관이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있다. 세종=연합뉴스

8일 세종시 소재 육군 32사단 기동대대. 연병장에 군견 한 마리가 섰다. 장병들에 둘러싸인 군견의 이름은 ‘달관’이. 10년 가까운 군 생활을 끝마치고 명예롭게 은퇴하는 자리다. 달관이는 파란만장한 정찰견 생활을 회상하듯 주변을 둘러보며 장병들과 인사를 나눴다.

달관이는 2012년 태어난 셰퍼드다. 올해로 만 10세. 사람 나이로 치면 70대 고령이다. 출생 이듬해인 2013년 육군 군견훈련소에서 20주간 강도 높은 훈련을 받고 그 해 11월 32사단 기동대대에 배치됐다. 32사단에서만 만 9년을 채운 셈이다. 32사단은 “체력적인 문제로 달관이가 더 이상의 임무 수행이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편안하게 남은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은퇴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달관이는 군견 에이스였다. 2016년 제2작전사령부 군견경연대회 최우수상 수상을 비롯해 군견훈련소 보수교육에서도 매년 종합성적 1, 2위를 차지할 정도로 뛰어난 실력을 발휘해 왔다. 달관이와 호흡을 맞춘 군견병만 9명이나 된다.

한때 방황도 했다. 2014년 2월 28일 훈련 장소인 육군 제1군견교육대로 입교하기 위해 이송되던 중 고속도로에서 군용트럭 철망을 뚫고 달아나 ‘탈영’한 것이다. 군은 물론 경찰과 한국도로공사까지 투입돼 대대적 수색에 나선 끝에 달관이는 충북 증평 IC 인근 음식점 뒤편 야산에 있다가 하루 만에 주민 신고로 붙잡혀 부대에 복귀했다.

실제 작전에 투입된 횟수는 12회에 달한다. 특히 2019년 7월 충북 청주시에서 가족과 등산에 나섰다가 실종됐던 조은누리양을 구조한 작전이 ‘견생’ 최고의 일이었을 듯싶다. 산속에서 홀로 열흘을 버틴 조양을 가장 먼저 찾아낸 달관이는 경찰로부터 ‘포상 간식’도 받았다.

조양과 가족들은 이날 달관이 은퇴식을 맞아 부대를 찾았다. 조양의 아버지 조한신씨는 “육군 장병들과 달관이가 없었다면 지금 이 자리의 우리 가족도 없었을 것”이라며 “국가와 국민을 위해 헌신한 달관이가 여생을 행복하고 편안하게 보내길 바란다”고 말했다.

달관이가 군 생활을 마감하고 전역하는 순간에 소중한 전우들이 함께했다. 군견 은퇴식 행사는 보통 군견훈련소장 주관 통합행사로 열린다. 하지만 이번 은퇴식은 달관이의 공로와 헌신을 기억하고 고마운 마음을 전하기 위해 이례적으로 사단 장병들이 직접 마련했다. 장병들은 선물을 직접 만들어 전달하기도 했다. 은퇴하는 날까지 달관이의 일상과 훈련을 함께해 온 군견병 김민수 일병은 “달관이는 낯선 군대에서 희로애락을 함께하며 신뢰와 우정을 쌓은 소중한 전우”라고 말했다.

달관이는 현역에서는 은퇴하지만 군을 떠나지는 않는다. 은퇴한 군견은 군견훈련소에서 남은 생을 보내거나 민간에 분양되는 경우도 있지만 달관이는 ‘말뚝’을 박았던 정든 부대에서 전우들과 함께하는 생활로 제2의 견생을 누릴 예정이다. 작전도, 훈련도 없는 말 그대로 ‘달관’한 여생이 될 듯하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