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안조차 하지 않는 원소속구단···역대급 차별의 FA 시장

김은진 기자 2022. 12. 8.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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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 투수 한현희. 연합뉴스



2023 KBO리그 자유계약선수(FA) 시장이 역대급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보여주고 있다.

올해 FA 신청서를 내 시장에 나온 선수는 21명이다. 그 중 12명이 개장 일주일 만에 일찍이 계약을 마쳤다. 100억원대 계약은 둘이 나왔고 총 729억3000만원 어치 계약이 쏟아졌다. 11월24일 포수 박세혁, 내야수 김상수, 오태곤이 NC, KT, SSG와 각각 계약하면서 주요 FA 계약은 모두 마무리 됐다. 2군 FA로서 20억짜리 계약을 한 이형종까지 더하면 약 750억원의 FA 계약이 나왔다.

그 중 3년 9억3000만원에 한화에 잔류한 투수 장시환을 제외하면 모두 10억원 이상이고, 절반 넘는 7명이 40억원 이상의 대형 계약을 했다. 포수 4명을 중심으로 뜨거운 바람이 몰아쳤다. 그러나 눈 깜짝할 새 ‘한파’로 돌아섰다.

그 이틀 뒤인 11월29일 내야수 오선진이 친정 팀 한화와 1+1년 최대 4억원에 계약했고 이후 일주일 넘도록 한 건도 계약이 나오지 않다가 8일에야 투수 김진성이 LG와 2년 7억원에 계약했다.

아직도 7명의 FA가 미계약자로 남아있다. 투수 한현희·정찬헌·이재학·강윤구, 외야수 이명기·권희동, 내야수 신본기다. 최근 FA 시장에서는 거의 매년 선수별로 훈풍과 한파가 극명하게 엇갈린다. 현재 남은 미계약 FA들은 공통적으로, 큰 계약을 노리기는 어려운 선수들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더 두드러지는 현상이 있다. 극과 극을 달리는 일부 구단의 성향이 미계약 FA의 체감 온도를 훨씬 더 낮추고 있다.

미계약자 7명 중 2명이 키움, 3명은 NC 소속이었던 선수들이다. 이 중 4명은 타구단은 물론 원소속구단과 제대로 협상 한 번 갖지 못한 상태다. FA는 자유 협상이지만 늘 출발점은 원소속구단과 협상이다. 소형 FA들일수록 원소속구단의 자세는 협상 자체에 큰 영향을 미친다. 협소하나마 계약을 제안받은 선수와 그조차도 받지 못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선수 사이에는 어마어마한 차이가 있다.

키움과 NC는 이번 FA 시장을 뒤집어놓은 구단들이다.

수년 동안 FA 시장에서 움직이지 않던 키움은 갑자기 외부 FA를 2명 영입했다. 30대 후반의 베테랑 투수 원종현을 4년간 25억원에 영입했다. 이번 FA 1호 계약이었다. 이어 2군 FA인 외야수 이형종을 4년 20억원에 영입했다. 꽤 여러 구단이 영입을 시도했으나 선수가 1군 FA 이상의 액수를 부르자 주저하거나 돌아선 상태였다. 2군 FA 제도가 이번을 끝으로 폐지되지 않았다면 두고두고 큰 영향을 미쳤을 법한 계약이다.

지난해에는 처음 FA가 된 4번타자 박병호에게도 제시액조차 내놓지 않던 키움은 이번 FA시장에는 어느 구단보다 과감하게 움직였다. 그러나 내부 FA 한현희와 정찬헌은 다시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

NC는 FA 시장에서 매번 큰손이다. 2019년 양의지에게 125억원, 지난해 박건우(100억원)와 손아섭(64억원)에게 164억원을 쓴 NC는 올해는 내야수 박민우를 무려 5+3년 140억원에 계약했다. 그러나 이재학, 이명기, 권희동은 답보 상태다.

그 중 이명기, 권희동에게는 한 번의 제안도 하지 않았다. 이명기, 권희동 역시 2020년 NC 우승 멤버다. 미래 가치에 있어서 20대인 박민우와 비교할 수 없지만 그동안 NC가 요긴하게 활용해온 주축 선수들이다.

현재 FA에서 가장 찬 바람을 맞고 있는 이 선수들에게는 꼬리표가 하나 붙어있다. 코로나19 시대에 일탈해 징계까지 받은 전력이 있다. 실질적으로는 FA 등급을 떠나 타 구단들이 관심을 갖기 꺼리는 상당히 큰 이유가 되고 있다. 그러나 원소속구단이 외면할만한 명분은 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요할 때는 징계가 끝나자마자 바로 복귀시켜 잘 기용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그 중 한 명이었던 박민우에게는 140억짜리 계약을 안겼다.

‘사인앤트레이드는 할 수 있으니 직접 구단을 구해오라’는 구단의 말은 FA 선수에게 치명상이다. 필요한 선수와 아닌 선수를 철저하게 구별해 분리하는 두 구단의 성향이 결과적으로 올해 FA 시장 전반부와 후반부를 완전히 갈라놓고 있다.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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