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폰 몸집은 키웠지만… 中企 "토스·은행 가세로 고사 위기"

김나인 2022. 12. 8.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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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말 기준 가입자 1246만명
이통3사 4:2:2 구도 변화 조짐
도매대가 인하·토스 진입 변수
연합뉴스
무선 통신서비스 통계 현황. 과기정통부 제공

통신시장의 '메기' 역할을 하는 알뜰폰(MVNO)의 성장세가 무섭다. 월 2만~3만원대까지 내려온 저렴한 요금제를 무기로 가입자를 끌어모아 이동통신 시장에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굳건했던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의 통신 3사 점유율 구도에도 변동이 감지된다. 향후 알뜰폰 도매대가 인하 여부, 모바일 금융 플랫폼 토스의 알뜰폰 시장 진입이 또 다른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8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무선통신서비스 가입 현황'에 따르면, 지난 10월 말 기준 알뜰폰 가입자는 1246만2574명으로 전체 이동통신 시장 점유율이 16.3%에 이른다. 지난해 11월 1000만명을 넘어선 이후 4월 1100만명, 8월 1200만명을 돌파하는 등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같은 기간 이동통신 3사는 SK텔레콤이 3069만5686명, KT는 1754만1616명, LG유플러스는 1591만4580명을 기록했다. 전체 이동통신 가입자는 7661만4456명으로, 점유율로 따지면 각각 40.1%, 22.9%, 20.8% 순이다. LG유플러스가 KT를 추격하는 가운데 알뜰폰 또한 LG유플러스의 턱밑을 쫓아오고 있다. 오랜 기간 이어온 5:3:2의 구도에서 4:2:2로 변화하는 모양새다. 특히 업계에서는 연내 SK텔레콤의 40%대 이동통신 점유율이 깨질 가능성도 예상하고 있다.

이동통신 3사 중심의 독과점 구조를 해소하기 위해 출범한 알뜰폰이 도입 10년이 지난 시점에서 유의미한 존재감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알뜰폰의 인기는 코로나19 이후 비대면화가 일상화되면서 더 높아졌다. 저렴한 가격과 손쉬운 개통에 더해 자급제 단말이 늘어나면서 전성기를 맞았다. 한때 '효도폰'이라고 불렸던 알뜰폰은 오히려 젊은 세대들이 더 많이 찾으면서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중심으로 확산됐다. IoT(사물인터넷) 회선이 포함된 것을 감안해도 상승세는 뚜렷하다.

이 가운데 정부는 이동통신사가 알뜰폰 사업자에 통신 서비스를 도매대가로 제공하는 의무를 한시 조항에서 영구화하는 것을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에는 도매 제공 의무의 일몰제를 폐지하고 상시화하는 법안들이 발의돼 있다.

현재 도매 제공 의무 사업자는 시장 지배적 통신 사업자에 속하는 SK텔레콤이 유일하다. 알뜰폰 업계는 안정적인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망 도매제공 의무를 제도화하고 망 도매대가 산정방식을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중소 알뜰폰의 경우 최근 5년 동안 228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는 등 수익성은 악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격을 중심으로 경쟁하다 보니 가입자가 늘어나지만 사업자는 남는 게 없는 장사를 하고 있는 것.

이 가운데 알뜰폰 시장을 둔 사업자의 경쟁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특히 내년부터 토스 운영사 비바리퍼블리카가 알뜰폰 사업에 본격 나서면서 알뜰폰 시장에 더 강력한 메기가 등장할 지 주목된다. 토스는 앞서 알뜰폰 시장 진입을 위해 중소 알뜰폰 사업자인 머천드코리아의 지분을 100% 인수한 바 있다.

알뜰폰 브랜드명은 '토스모바일'로 정했다. 업계에서는 현재 알뜰폰 시장에 진출한 KB금융의 'KB리브엠'과 토스모바일이 어떤 차별 서비스를 내놓을지도 관심 있게 보고 있다. KB리브엠은 KB국민은행의 알뜰폰 사업으로, 금융 당국의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을 거쳐 예외적으로 시장에 진출했다. KB국민은행은 공격적 마케팅을 통해 알뜰폰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이에 대해 중소 이동통신 유통업체들은 은행권의 알뜰폰 사업 진출이 자칫 알뜰폰 생태계를 무너뜨릴 수 있다고 우려한다. 금융 당국이 강력한 자금력을 보유한 은행에 알뜰폰 사업을 부수 업무로 허용하면 중소 유통업체는 고사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이날 KMDA(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는 '금융위원회의 알뜰폰 은행 부수업무 지정에 반대한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내고 "KB국민은행은 압도적인 자본력을 바탕으로 가입자를 빠르게 늘리기 위해서 '적자를 감수하는 금권 마케팅'을 전개하며 이동통신 시장을 교란하고 있다"며 "내년 금융위원회가 알뜰폰 사업을 은행의 부수업무로 지정하게 되면, KB국민은행뿐 아니라 막대한 자본력 갖춘 여러 은행들이 우후죽순으로 알뜰폰 사업에 진출할 것"이라고 했다.

김나인기자 silkni@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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