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내 노마스크 논의 급물살…전문가 "과학 아닌 정치방역" 쓴소리
2년 이상 지속돼 온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하자는 논의가 최근 급물살을 타고 있다. 자율화 전환 여부와 적용 시기 등은 올해 안에 발표된다. 실내 마스크 해제시기는 내년 1월부터 3월까지로 점쳐지고 있는데 2가 백신 접종률, 겨울철 재유행 정점 시기 그리고 계절독감 등이 핵심 변수로 꼽힌다.
8일 방역당국에 따르면 오는 9일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 중대본회의를 시작으로 실내 마스크 자율화 전환 여부 및 도입 시기 등에 대한 논의가 본궤도에 오른다. 오는 15일 공개토론회와 전문가 의견을 수렴한 뒤, 국가감염병위기대응자문위원회 검토를 거쳐 조정방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실내외 마스크 착용 의무화는 지난 2020년 11월3일 시작됐다. 지난 9월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되면서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당시는 여름철 재유행이 한풀 꺾인 상황이었고, 해외 국가들도 하나둘 실내 마스크 착용을 자율에 맡기기로 결정했던 때다.
하지만 당시 방역당국과 전문가들은 실내 마스크 해제가 시기상조라고 결론을 내렸다. 겨울철 재유행 윤곽이 확실하지 않은만큼 최소한의 안전장치인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화는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실내 마스크 해제에 다소 보수적이었던 당국의 태도는 최근 급변했다. 오미크론 변이가 병원성이 약하고, 국민 대다수의 감염 및 중증 방어력 보유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 태세변환의 이유로 꼽힌다. 전세계적으로 마스크 의무화를 해제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 것도 마스크 의무화 정책 완화를 고민케하는 요인이다.
백경란 질병청장은 지난 7일 정례브리핑을 통해 "마스크 착용의 감염 예방 효과는 논란의 여지없이 명확하지만 의무 조정 관련 기준과 대상, 방법 등을 전문가 그룹 논의 중"이라며 "(실내 마스크 자율화)이행시기는 이르면 내년 1월에서 늦어도 3월 사이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실내 마스크 자율화 전환 이후에도 고위험군 보호를 위한 필수시설 등에는 의무 적용하겠다는 단서를 달았지만, 앞선 입장에 비해 크게 변화된 모습이다.
하지만 겨울철 재유행이 안정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다소 섣부른 입장이란 지적도 나온다. 이날 0시 기준 국내 신규 확진자는 6만5253명으로 전주 대비 8184명 증가했다. 10월 중순 이후 6주간 이어지던 확진자 증가가 지난주 소폭 감소로 전환했지만, 이번주 들어 나흘째 전주 대비 증가세다. 목요일 기준은 지난 9월15일(7만1444명) 이후 12주만에 가장 많다. 당국은 당분간 국내 유행이 느린 증가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일부 자자체가 마스크 의무조치를 해제하겠다고 나섰고 이를 일부 정치권이 동의했는데 당국이 이들의 등에 떠밀린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여론에 따라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하는 건 과학방역이 아니라 정치방역"이라며 "내년 1월 자율화하고 위중증환자와 사망자가 늘면 누가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정부 논리에 힘을 싣기 위해선 동절기 추가 접종률 제고와 유행 방향성 파악 등이 필요해 보인다. 현재 상황은 변화된 정부 입장을 뒷받침 하기 부족한 수준이다. 코로나19 유행 규모 증가 속 치명률이 높은 재감염률은 11월 한달간 10.4%에서 13.3%까지 높아진 가운데 동절기 추가 접종률은 여전히 더디게 오르고 있다.
이날 0시 기준 동절기 추가 접종률은 18세 이상 대상자 대비 9.0%(인구대비 8.2%), 60세 이상 23.5%다. 감염취약시설은 34.7%로 상대적으로 높지만 정부 목표치(60세 이상 50%, 감염취약시설 60%)에 비해 턱없이 낮다.
오는 17일부터 단가백신을 통한 기본접종, 2가 백신을 통한 동절기 추가 접종으로 이원화에 나서지만 접종 유도 효과는 미지수다. 여기에 미국을 덮친 'A형 H3N2' 인플루엔자의 국내 유행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A형 H3N2는 신종플루 바이러스 후손 격인 A형 H1N1 보다 치명률이 4.2배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엄중식 교수는 "12~2월은 코로나19뿐 아니라 폐렴, 호흡기 감염질환, 심혈관질환 중환자가 많은 시기로 의료대응체계 부담이 커지는데 아직 동절기 추가접종률은 고위험군을 지키기에 낮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정기종 기자 azoth4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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