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 쏠쏠하다는 김과장 계좌에 뭐 담았나 봤더니

원호섭 기자(wonc@mk.co.kr) 2022. 12. 8.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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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오전 9시 30분. 스마트폰으로 삼성증권 애플리케이션(앱)을 열어 '금융상품' 메뉴에서 '삼성증권 채권 거래하기' 버튼을 눌렀다. 곧 이날 거래가 가능한 채권 목록이 뜨기 시작했다. '특판'이라는 글자 아래에는 신용도 'AA-'인 한 기업의 채권 만기 날짜와 금리가 보였다. 만기 1년5개월, 금리 연 6.175%로 금리가 상당히 높았다. 신용도 AA+인 한 기업의 금리도 연 6.101%였다.

나라가 망하지 않는 이상 절대 무너질 리 없다는 신용등급 AAA의 한국전력 채권도 찾을 수 있었다. 만기 1년1개월, 금리는 연 4.984%였다. 만기가 짧은 순서대로 나열하자 신용도 AA 기업의 만기 8개월, 금리 연 5.8%짜리 채권도 있었다. 이 채권을 사면 8개월 뒤 연 5.8% 이자가 붙은 돈을 받을 수 있는 셈이다. 채권은 1000원부터 구매할 수 있었다. 오후에 다시 앱에 접속하자 오전에 봤던 채권 목록이 하나둘 사라지고 보이지 않았다. 그새 '완판'된 것이다.

다음날 오전 9시 30분에도 채권 거래 '시장'으로 들어가봤다.

이날 특판은 없었지만 신용도 AA+ 은행의 만기 9개월, 금리 연 4.526% 채권이 보였다.

해당 은행 사이트에 들어가 개인에게 제공하는 예·적금 금리를 살펴봤다. 90여 개에 달하는 예·적금 중 연 4.526%보다 높은 금리의 상품이 7개 있었는데, 대부분 특정 카드 사용이나 해당 은행이 보유한 결제시스템 이용 등 조건이 붙어 있었다. 금리가 연 7~8%에 달하는 적금에는 월 50만원씩 12개월만 가능하다는 문구가 뒤따랐다. 해당 은행의 예금이나 적금을 이용하느니 채권을 사는 게 더 이득이었다. 여윳돈만 있다면 당장 구매 버튼을 누르고 싶었지만 가파른 대출금리 인상과 빡빡한 생활비로 수중에는 투자자금 자체가 없었다.

삼성증권 앱에서 찾은 채권 수량은 대부분 10억~30억원에 달했다. 이 범위만 넘지 않는다면 얼마든 구매가 가능하다고 한다.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은행 예금을 드는 것보다 해당 은행이 발행한 채권을 사는 게 이득인 시대가 됐다"며 "심지어 지금 채권 금리는 몇 주 전보다 낮아졌다"고 말했다. 채권 금리가 빠르게 높아지자 최근에는 한 개인이 채권을 10억원가량 매수하는 일이 생겨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채권은 더 이상 은행 창구에 가서 살 수 있는 어려운 투자 상품이 아니다"며 "은행 금리보다 높고, 만기까지 기다리지 않고 가격이 올랐을 때 중간에 팔 수도 있어 개인투자자가 많이 찾는다"고 설명했다.

올 한 해 주요국의 가파른 기준금리 인상으로 세계 금융 시장이 요동치면서 지난해 정점을 찍었던 주식 시장은 빠르게 식었다. 갈 곳 잃은 투자자금은 높아진 금리를 따라 은행으로 이동하거나 레버리지나 인버스 등 파생상품으로 옮겨 갔다.

이처럼 불확실한 경제 상황에서 투자자들의 눈은 현재 채권으로 향하고 있다. 기업이나 공공기관이 대중이나 법인투자자에게 거액의 자금을 일시에 대량 조달하기 위해 발행하는 채권은 그동안 개인투자자에게 딱히 매력 있는 상품이 아니었다. 채권을 발행한 기업이 망하면 원금 손실이 발생하는 만큼 공공기관이나 신용도가 높은 기업의 채권을 사야 안전한데, 이때는 금리가 상당히 낮아 투자 매력이 떨어졌다. 하지만 올해 기준금리가 인상되면서 이런 기조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채권 금리는 기본적으로 채권을 발행하는 기업이나 기관의 신용등급 외에 기준금리의 영향도 받는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새로 발행되는 채권은 기존 채권보다 금리가 더 높아지고 기존 채권 가격은 떨어지게 된다. 즉 채권 가격과 금리는 반대로 움직이는 만큼, 금리가 높을 때 채권을 사둔 투자자는 금리가 하락할 때 시세차익을 누릴 수 있다.

이에 따라 내년 금리 인상 속도가 주춤할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채권 투자 비중을 확대하는 투자자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 한 해 장외 시장에서 개인이 순매수한 채권은 12월 5일 기준 19조3939억원에 달한다. 2020년 3조8000억원, 2021년 4조5675억원과 비교하면 5배 가까이 불어난 셈이다. 월별 순매수 금액을 살펴보면 1~2월만 하더라도 지난해와 큰 차이가 없는 3500억원 수준을 유지했다. 하지만 이후 금리 인상과 함께 4월 한 달에만 1조원을 넘었고 7월에는 무려 4조2958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10~11월에도 2조원 이상 팔려 나가면서 개인투자자들이 채권을 빠르게 사들이고 있다. 특히 채권은 만기가 길수록 가격 변동 폭이 큰 만큼 장기 채권 인기가 높아지는 추세다.

채권 관련 상장지수펀드(ETF)에도 개인투자자들의 뭉칫돈이 흘러 들어오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채권 ETF에는 3개월 동안 5880억원이 유입된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자산운용사들은 최근 채권이 만기되면 ETF 청산과 함께 표기된 원금을 돌려주는 '만기매칭형 ETF'를 출시하며 눈길을 끌고 있다. 삼성자산운용이 내놓은 존속기한형 은행채 ETF는 5영업일 만에 순자산이 2500억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임태혁 삼성자산운용 ETF운용본부장은 "중도해지 이율이 없고 일반 정기예금 이상의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예금 대신 이 ETF에 투자하고자 하는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고 전했다.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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