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형근이 포착한 '유형으로 규정할 수 없는 유형'의 인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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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 '소녀', '군인' 등 특정한 정체성으로 묶을 수 있는 인물사진을 통해 우리 사회의 단면을 읽어내는 작업을 해온 사진작가 오형근이 새로운 초상사진 연작으로 8일부터 서울 소격동 아트선재센터에서 개인전을 연다.
언뜻 무표정해 보이는 사진 속 인물들은 대부분 젊은이라는 것 외에는 하나의 정체성으로 뭉뚱그려 규정할 수 없는 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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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아줌마', '소녀', '군인' 등 특정한 정체성으로 묶을 수 있는 인물사진을 통해 우리 사회의 단면을 읽어내는 작업을 해온 사진작가 오형근이 새로운 초상사진 연작으로 8일부터 서울 소격동 아트선재센터에서 개인전을 연다.
오랫동안 초상사진 작업을 해온 그는 2006년부터 '불안초상'(不安肖像. Portraying Anxiety)이라는 이름으로 한국인이 느끼는 불안의 단면을 기록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화장한 10대 소녀들의 모습을 담은 '소녀들의 화장법' 연작 이후 불안초상 연작의 중간 결산 성격을 띠는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의 작업실이 있는 서울 이태원 주변의 사람들이 피사체가 됐다.
일반인을 길거리에서 섭외한 뒤 스튜디오에서 촬영하는 방식으로 작업하는 작가는 이번 전시를 위해 4년간 200여명을 캐스팅했다.
어떤 특정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었던 이전 모델들과는 달리 이번 전시의 사진 속 인물들은 하나의 기준으로 설명하기에는 모호해 보인다. 언뜻 무표정해 보이는 사진 속 인물들은 대부분 젊은이라는 것 외에는 하나의 정체성으로 뭉뚱그려 규정할 수 없는 이들이다.
7일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이를 두고 "(우리 사회에) 하나의 유형으로 규정할 수 없는 인물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표현했다.
"많은 유형을 찍어왔고 그 유형들을 찾아냈다고 생각했죠. 한국은 유형의 천국같은 나라이기도 하고요. 그런데 이제는 겉모습만 보고는 유형을 모르는 인물들이 드러나기 시작했어요. 유형으로 규정지을 수 없는 유형들이 나타났다는 점에서는 아이러니하기도 하죠."
모호한 이들은 작가가 일관되게 관심을 가졌던 '경계인'들과도 맥이 닿아있다. 작가는 이들을 모호하게 외진 경계의 인물로 바라보며 그들의 얼굴에서 사회의 어떤 새로운 징후를 감지한다.
작가는 '불안초상' 시리즈 작업을 계속하는 한편 내년께 스포츠 경기의 열광적인 관중 모습을 포착한 사진 작업을 선보일 계획이다. 평창동계올림픽 당시 미국 잡지 '뉴요커'의 제안이 바탕이 된 작업이라고 작가는 설명했다.
이번 전시와 함께 1999년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렸던 '아줌마'전에 나왔던 일부 사진들이 다시 소개돼 작가의 작품 세계를 돌아보게 한다. '자녀를 다 키운 뒤 시간적·경제적 여유가 있는 아줌마'들의 모습을 정면 클로즈업으로 담은 흑백 사진들은 당시 찬사와 비판을 동시에 받으며 사회에 반향을 일으켰다.
전시는 내년 1월29일까지 계속된다. 유료 관람.
zitro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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