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지마 부탁하더니”...면세점 임대료혜택 없앤 인천공항

정슬기 기자(seulgi@mk.co.kr), 노현 기자(ocarina@mk.co.kr) 2022. 12. 8.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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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 코로나 이전 30%인데
내년부터 고정 임대료 부과
“매출보다 임대료가 높기도”
인천공항 “3년째 적자 기록
계획보다 6개월 더 연장한 것”

코로나19로 인해 주어졌던 임대료 감면 혜택이 올해 말 종료되면서 면세업체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인천공항이 고정 임대료 대신 매출에 연동한 수수료를 받았던 방식을 이달 종료하기로 한 것이다. 업계는 아직 업황이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고정 임대로 방식으로 되돌리는 것은 막대한 부담이라는 입장이다.

최근 업계에 따르면 인천공항은 지난달 인천국제공항 면세 사업자들에게 ‘임대료 특별 감면 제도 안내 및 계약 변경에 대한 의향 조회’ 공문을 발송했다. 공문에는 2019년 대비 여객수가 40% 이상 감소한 달은 임대료에서 여객 감소율의 절반을 감면해주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예를 들어 여객 감소율이 50%면 임대료에서 25%를 감면해주는 셈이다. 단, 여객수가 코로나 이전의 60% 이상을 회복하면 정상 임대료를 부과한다. 일일 여객수는 지난달 말 기준 10만명을 넘어 코로나19 이전 수준의 절반 가량 회복했다.

면세 사업자들은 바뀐 방식을 적용하면 당장 내년부터 월 수억원에서 많게는 100여 억원의 임대료를 더 내야 한다고 한탄했다. 한 면세업체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손님이 한명도 없는 날에도 나간다는 업체들 붙잡아가며 인천공항 요청으로 계속 문을 열었다”며 “지금도 인천공항 면세점 매출은 코로나 전의 3분의 1이 안되는데 이제는 막대한 고정비 부담으로 공항 면세점의 정상 운영은 물론 시내 면세점 등 면세 산업 자체에 대한 고민까지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1터미널에서는 신세계, 현대백화점, 그랜드, 경복궁 등 업체들이 면세점을 운영하고 있다.

반면 인천공항은 더는 적자 누적을 감수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인천공항 관계자는 “인천공항공사도 코로나19로 3년째 적자를 보고 있다”며 “본래 6월 말 끝내기로 한 것을 6개월 연장하면서 적자도 계속되는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면세 사업자들은 흑자를 내는 곳도 있지만, 공사는 적자인데도 정부정책에 따라 임대료 감면을 해왔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천공항공사는 코로나19로 3년간 약 1조 7000억원의 적자가 누적됐다고 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중소·중견 면세업체들은 회사 사활이 걸린 문제라고 반발하고 있다. 한 중소·중견 면세점은 인천공항 매출이 월 6억원 수준인데 임대료만 7~8억원을 부담할 처지에 놓였다. 이 면세점 관계자는 “인천공항공사에서 수용하지 않으면 바로 임대료를 12억원으로 정상화하겠다고 압박했다”며 “지난 3년 동안 직원 몇백 명을 구조조정하고, 무급휴직·임금 30% 삭감을 단행하며 겨우 버텼는데 인천공항공사는 구조조정은 커녕 오히려 화장실 공사까지 하더라”라고 꼬집었다.

한국면세점협회는 인천공항공사에 “10월 현재 인천국제공항 출발여객 수는 2019년의 39.1% 수준까지 회복되었으나 면세품인도장은 2019년 대비 인도건수 3.5%, 인도금액은 4.1%에 불과해 여객수 증가에 따른 효과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며 “월별 인천공항 여객수가 2019년 동월 대비 80%에 도달할 때까지 월 임대료를 여객 감소율만큼 감면해달라”고 요청했다. 또 “현금 납부 외에 국채, 지방채, 이행보증보험증권, 금융기관 지급보증서 등으로 납부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도 했다.

면세업계에서 주목하고 있는 중국 여행객에 대한 시각도 엇갈린다. 지난 6일 중국 정부는 ‘제로 코로나’ 정책의 상징인 상시적인 유전자증폭(PCR) 전수 검사를 폐지하는 등 방역 완화 정책을 발표했다. 지역 간 이동자는 더이상 PCR 검사 결과를 제시하지 않아도 된다. 인천공항 관계자는 “중국이 제로 코로나를 완화하면서 인천공항 여객수도 더욱 빨리 회복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그러나 면세업계는 “지역 간 관광은 해외가 아니라 국내 지역 이동”이라며 “여전히 여권 발급은 힘들고 한-중 항공 운항도 언제 예전 수준을 회복할 수 있을지 모른다. 현재 면세 쇼핑을 원하는 중국인들은 하이난으로 갈 수 밖에 없다”고 반박했다.

일단 면세점의 매출은 회복 단계를 걷고 있으며, 앞으로 더욱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 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 10월 국내 면세점 총 매출은 1조8855억원으로 2020년 1월(2조467억원) 이후 최대치였다. 다만 한국을 방문하는 중국 따이공 등에 주는 수수료가 코로나19 이전보다 3~4배 올라 매출 회복세와 달리 수익은 아직 저조하다고 업계는 설명한다.

이런 가운데 인천공항은 이달 말께 제1 여객터미널(T1)과 제2 여객터미널(T2)의 면세점 사업자 공고를 낼 계획이다. 인천공항 면세점은 연 매출 2조원을 웃도는 규모가 큰 사업장이고 상징성이 높다. 다만 부담스러운 고정 임대료 방식 때문에 입찰을 고민하는 업체들도 있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인천공항에 입점하면 홍보 효과도 누릴 수 있고, 유명 명품 브랜드와 계약할 때에도 바잉파워 등에서 도움이 된다”면서도 “인천공항에서 요구하는 고정 임대료 입찰은 최소 기준이 굉장이 높아 영업요율 방식을 적용해주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인천공항을 제외한 김포공항, 김해공항, 제주공항 등은 모두 매출에 연동해 임대료를 내는 영업요율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인천공항이 요구하는 입찰 조건이 높을 경우 유찰되는 등 입찰 흥행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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