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너머 꿈꾸는 몸짓.."아, 찬란한 삶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제주방송 김지훈 2022. 12. 8.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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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숙은 '너머(beyond)' 아트스페이스 빈공간.. 11일까지
정상기 '동심합력...' 서울 홍대 와우갤러리.. 17일까지
최재령 '회화적인 삶' 예술공간 이아 전시실.. 30일까지

# 예술이 삶을 치유하고 위안을 준다는 불변의 진리를 몸소 깨달은 작가의 작업입니다. 제주 삶에 매료된 작가가 자신의 감정 하나하나 붓에 실어 풀어낸 날들의 기억입니다. 매 순간 편하게 접하던 일상, 무심코 지나쳤던 풍경은 새로운 시·공간성을 획득하면서 회화적 언어로 재해석돼 선보입니다. '여행자'의 시선에서 탈피해, 제주 안의 터를 잡고 바라보는 작가의 하루는 직감적인 색채와 거침없는 필치에 섞여 색다른 경험을 제공합니다. 가족의 초상부터 일상에서 축적된 이미지와 경험들은 굳이 살을 붙이거나 여과를 거치지 않아도, 채집된 모습 그대로라 생생합니다. 우리 삶에 대한 또 다른 관점이자, 주관적 서사의 기록은 그렇게 또다른 서사의 시작을 향해 물음을 던집니다. (최재령 작가 '회화적인 삶')

# 나무에 기생하여 사는 삶을 운명적으로 타고난 '한라산붉은겨우살이'에서, 제주민의 삶을 끄집어 낸 작가는 "스스로 자손을 번식할 수 없어 새가 자신의 열매를 먹고 다른 나무에 날아가 번식할 수 있도록, 주변에 오로지 자기의 열매만 먹을 수 있는 환경을 선택하도록 해야 했다"면서 "겨우살이는 가장 추운 겨울, 눈이 쌓여 땅과 나무의 씨앗과 벌래들이 새들에게 노출되지 않은 그 장소에서 때를 맞춰 열매를 맺고 새들에게 자기 열매만 식량이 되게 하면서 자손을 번식하는 기발한 생각을 했다"고 제주 고유의 삶과 연결고리를 찾았습니다. 척박한 환경에서 자손을 번창시켜 지금 제주를 일궈낸 생의 구조와 닮았다 말합니다. (정상기 작가 '동심합력(同心合力) 그리고 희망(希望)')

# '너머'의 불편함을 '본다'는 것은 어쩌면 다가서거나, 먼저 부딪혀온다면 자연스러울지 모릅니다. 하지만 능동태로서 스스로 직접 부대끼며 '너머'를 체감한다는건 사실 엄청난 도전이거나 혹은 객기로 치부될 또 하나의 불편함일 수 있습니다. '시선'이란건 해석 여하에 따라 여러 갈래로 나뉩니다. 어느 쪽 입장을 대변하는 관점으로서 'point of view', 혹은 하나의 대상을 대하는 태도 즉 시각이란 측면의 'perspective'일텐데 결국 타자를 대하는게 객관적이라고 자신하지만 지극히 주관적이면서 이념과 집단의식까지 혼재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이기도 합니다. 고정된 기준으로 사태를 보기보다 입장과 입장들을 살펴 인식의 장벽을 깨뜨려 보자는 작가의 의도는 그렇게 ‘너머’의 시선으로 서사의 경계를 확장합니다. (박숙은 작가 '너머'(beyond))

박숙은 개인전 '너머(beyond)'


박숙은 개인전 '너머(beyond)'.. 아트스페이스 빈공간

시선과 시선, 혹은 그 교차와 경계에서 거닐기입니다.

작가는 "사진은 OO다"라고 할 절대적 기준이 없다는 걸 전제로, 비언어적인 메시지가 할 수 있는 다양한 표현을 전하는 아티스트의 모습을 담았습니다.

말 등 언어가 가장 보편적 수단일 수 있겠지만, 작가는 "일종의 신호"이자 "메시지를 해석하는데 도움을 주는 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 역시 가시적 메시지 전달체인 언어와 동등한 가치를 갖는다"며 아티스트의 퍼포먼스에 집중합니다. 그런 행위가 더 크게 체현될 수 있도록 사진과 영상으로 승화시켰습니다.

■ '장애인 이동권'에 대한 시선.. "경계 너머에서 환기되기를"

'너머 beyond' 전시는 장애 당사자인 박숙은 작가 스스로 보고 느낀 불편한 현실을, 조금 다르게 볼 수 있길 바라는 지점에서 출발합니다.

자칫 막연할 수 있는 제주의 퍼포머인 유이연 아티스트의 몸짓을 구심점으로 현실과 이상은 아슬아슬한 경계의 줄타기를 벌이고, 작가는 거기에 꽂히는 시선들의 의미망을 거리낌없이 오가며 보다 확장된 서사의 장으로 담론을 이끌어냅니다.

작가는 "장애인 이동권에 대한 불편한 시선들이 예술적 행위로 미화되는게 아니라, 작품을 보는 이들에게 한 번쯤 사회적으로 환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작업했다"며 "그 '너머'에서 불편한 시선이 하나둘씩 연기처럼 사라지기를 희망한다"고 전했습니다.

박숙은 개인전 '너머(beyond)'


■ 퍼포먼스 유이연 아티스트 참여

'너머' 전시의 작품을 위해 퍼즐을 맞춰나가듯 함께 작업에 참여한 유이연 아티스트는 다양한 장르와의 융화, 융합과 다원예술을 지향하며 현재 제주도에서 장애 인식 개선과 작품 활동을 활발하게 하고 있습니다.

박숙은 작가는 미디어 영상과 사진을 전공하고, 2011년 국제장애인기능올림픽 사진야외부분 3위 수상을 한 후, 사람들과의 관계와 사회에 관심을 갖고 다양한 커뮤니케이션을 사진으로 표현하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 3일 시작한 전시는 11일까지 만날 수 있습니다.

관람시간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 문의는 제주시 관덕로 아트스페이스 빈공간으로 하면 됩니다.

정상기 초대전 '동심합력 그리고 희망'


정상기 초대전 '동심합력 그리고 희망'.. 서울 와우갤러리

해마다 추운 겨울, 1100고지 이상 무릎이 빠지도록 눈밭을 헤치며 찾아낸 '붉은겨우살이'를 담아내는 정상기 사진작가의 열 번째 초대전입니다.

'색'으로 작품의 주제와 소재를 화폭에 펼쳐내며 흰 바탕은 평화의 섬 제주, 나무의 검정은 화산석 돌 현무암, 겨우살이의 붉은열매에 옛, 그리고 오늘날 제주민들의 삶의 궤적을 담았습니다.

코로나19로 힘들었던 '우리' 모두에게 위로와, 내일에 희망을 염원하는 바람이 깃든 초대전에선, '담쟁이' 작품을 처음 선보입니다.

도종환 시인이 '절망과 한계 앞에 포기하지 않는 의지를 가진 존재'로 묘사한 담쟁이에서 강인한 생명력과 끈기를 포착한 작가는, 역시나 이 시대 힘들어하는 이들에 희망의 메신저로서 담쟁이에 의미를 부여하고 화폭에 옮겨왔습니다.

■ 전시.. 그리고 3년 만의 귀환

속 깊은 이야기도 함께 전했습니다.
12월 전시를 마치고 작가는 가족들이 머물고 있는 중국을 찾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중국 모대학에 재직 중인 아내와 9살 아들을 3년 만에 만난다는 작가는 "스스로에게 격려와 희망을, 또 우리 모두에게 위로와 희망을 주는 전시회가 되길 바란다"며  "더불어, 한라산붉은겨우살이의 강인한 생명력과 기운을 받아 모두가 건강하고 행복한 연말, 그리고 희망찬 새해를 맞이하길 기원한다"고 전했습니다.

겨우살이는 유럽이나 서양에서는 영물로 여겨지며, 북유럽신화에서도 여러 상징으로 묘사돼 등장합니다.

서구권에선 크리스마스, 겨우살이 아래에서 남녀가 키스를 하면 사랑이 이뤄진다는 전설이 있어 현관에 겨우살이로 만든 화환 장식을 걸어놓는 풍습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지난달 29일 서울 홍익대학교 정문 앞 와우갤러리에서 시작한 전시는 오는 17일까지 이어집니다.

최재령 작가의 '회화적인 삶'


우연한 삶, 찬란한 순간 지고 또 피어 '화양연화' 같은

제주자치도와 제주문화예술재단이 2022 예술공간 이아 일반대관으로 최재령 작가의 '회화적인 삶' 전시를 개최하고 있습니다.

예술공간 이아가 지난 9~10월 '원도심예술공간 예술공간 이아 일반대관 추가공모'를 진행하고 선정한 전시로, 이아의 일반대관 다섯 번째 전시이자 작가의 네 번째 개인전입니다.

■ "삶의 주인공, 빛나는 일상의 회화화"

찬란한, 지금 이 순간을 회화로 재현하는 작가의 이야기, 그리고 전시입니다.

작가는 "누구에게나 즐겁게 본 영상 혹은 영화가 있을 것"이라며 "우리는 '재생'을 통해 그 당시 느꼈던 감정과 기분을 추억하고 회상할 수 있다. 영상 속에서 스쳐 지나간 장면을 회화로 그려내, 하나의 이미지를 '재생'하여 보여주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자신의 작업을 소개했습니다.

우연한 기회로 제주에 살게 되었다는 작가는, 그렇게 뻔할 수 있는 제주의 환경에 매료되면서 자신의 작업에도 변화를 시도했습니다.

기존 자신의 작업 방식과 함께 제주에서 즐겁게 바라본 장면들을 포착하고 제주에 내려와 자신의 삶의 주인공이자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주변인들의 '찬란한 순간'들을 화폭에 담았습니다.

■ "찬란한 순간, 계속되기를" 염원 담아

전시가 종료된 후에는, 작품에 등장한 인물들의 제주에서 행복한 삶이 지속되기를 바라며 그들에게 작품을 전달할 예정입니다.

작가는 전시와 관련해 "'우리 삶의 찬란한 지금 이 순간'에 대해 언제나 기억하길 바란다"는 뜻을 함께 전했습니다.

지난 7일 시작한 전시는 30일까지 예술공간 이아 전시실 1(B1층)에서 이어집니다.

관람시간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 마감은 오후 5시입니다. 매주 월요일, 법정공휴일은 휴관입니다.

자세한 사항은 제주문화예술재단 예술공간이아 홈페이지를 참고하거나, 전화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 (jhkim@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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