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 때부터 미역 '홀릭', 고래에게 배웠다?

박현주 책 칼럼니스트 2022. 12. 8.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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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족의 피에는 미역 국물이 흐르는 것이 틀림없다."

산모도 미역국을 먹었고, 아이는 살아가는 동안 생일마다 미역국을 먹는다.

세월이 흘러 풍속이 바뀌었다 해도 한민족에게 미역국은 생일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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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역국에 밥 한 그릇/김준호 글, 손심심 그림/학이사/1만8000원

“한민족의 피에는 미역 국물이 흐르는 것이 틀림없다.”

산모도 미역국을 먹었고, 아이는 살아가는 동안 생일마다 미역국을 먹는다. 미역국은 어머니에게서 받은 생명을 이어가는 끈끈한 연결이다. 세월이 흘러 풍속이 바뀌었다 해도 한민족에게 미역국은 생일음식이다. 생일 맞은 친구가 미처 못 먹었다면 3분 조리 간편 미역국이라도 챙겨 먹여야 마음 편한 사람들이다. 그뿐이랴. 찜질방에서 땀 흘린 뒤에도 미역국을 먹는다. 외국 관광객들도 ‘찜질방에서 미역국’은 흥미로운 한국 문화 체험이다. 이런 정도라면 한민족 핏속에 미역 국물이 흐른다고 봐야겠다.

한민족에게 미역은 해산을 주관하는 삼신할매 그 자체였다. 손심심 그림. 학이사 제공.


김준호· 손심심 국악인 부부가 ‘미역국에 밥 한 그릇’을 펴냈다. 민속학자로도 활동하는 김준호는 미역과 쌀과 보리의 문화원형에 대한 담론을 펼치고, 손심심은 그림을 맡았다. 김준호는 팔도강산을 넘나들며 소리와 이야기를 모을 때, 우리네 삶에서 쌀 보리 미역은 떼놓을 수 없음을 깨달았다. 먹거리 차원으로 설명할 수 있는 음식이 아니었다. 그 오랜 역사를 더해 우리 고유한 문화와 정서를 담고 있는 위대하고 신앙에 가까운 음식이다.

이 책은 1부 ‘미역 로드’, 2부 ‘쌀 문화 일만 오천 년’, 3부 ‘그 보릿고개 너머’로 구성됐다. 김준호의 소리와 입담으로 미역 쌀 보리의 풍속사를 걷다 보면, 손심심의 정겨운 삽화가 잠시 쉬어가라고 손을 내미는 덕분에 흥겹게 책장이 넘어간다.

우리에게 미역은 단순한 식품을 넘어, 생명을 받은 날을 상징하는 ‘탄생해조’이다. 저자는 8세기 초 당나라 서견(徐堅)의 저서 ‘초학기(初學記)’ 기록을 소개한다. “고구려인들은 ‘고래가 새끼를 낳은 후 미역을 먹으며 상처를 치유하는 것을 보고, 산부에게 미역국을 먹였다.” 해산미역 이야기는 전설이 아니었다. 자연이 알려준 과학이었고, 조상의 지혜다.

미역국은 한 생명의 몸에서 태어난 또 다른 생명이 오래 건강하게 살기를 비는 마음이었다. 김준호 저자는 추억을 들려준다. “어린 시절 할무니는 내 생일만 되면 아침 일찍 내가 태어난 큰 방의 북쪽에 짚 한 줌을 깔고 그 위에 내 탯줄을 잘랐던 가위와 묶었던 무명 실패를 얹어놓고, 그 앞에 쌀밥과 미역국과 정화수 한 그릇을 떠 놓고 한참 동안 삼신할미께 기도를 올렸다.”(20쪽) 이 장면을 고스란히 담은 그림이 이어진다. 그림에 없는 ‘할무니’까지 보이는 듯하다. 저자의 미역 탐구는 멀리 페루의 나스카, 팔파 유적까지 향한다. 말 그대로 ‘미역 로드’이다.

우리 밥상의 중심은 밥이다. 그 밥은 쌀로 짓는다. 우리 쌀은 단계와 과정마다 그 이름이 다르다. ‘씻나락’을 심으면 ‘모’가 나고, ‘모’가 자라 알곡을 달면 ‘벼’가 되고…. 저자는 ‘모-벼-나락-우케-쌀-메-끼-지-밥’에 이르는 용어를 추적한다. 모심기와 김매기를 하는 농부의 수고, 보기만 해도 배가 부른 황금 들판, 추수하는 기꺼움이 눈에 보인다. 이렇게 쌀은 긴 과정을 거쳐 마침내 뜨거운 밥 한 그릇으로 우리 앞에 놓인다. 어찌 밥 한 톨이라도 귀하지 않겠는가.

보리 이야기는 애틋하다, 보릿고개, 꽁보리밥, 보리개떡, 보릿자루 등 보리는 가난과 기아, 별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보리밭이 누렇게 익으면 지긋지긋한 배고픔을 면할 수 있었다. 한고비 또 한고비를 넘기며 살았던 시절. 보리는 고마운 곡물이었다. 책을 다 읽고 나니 미역국을 먹고 싶다. 쌀밥이든 보리밥이든 미역국에 밥 한 그릇 뚝딱 먹고 나면 배 속도 머릿속도 든든해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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