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공격능력 보유에 박수치는 정부 [세상읽기]

한겨레 2022. 12. 8. 14:3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세상읽기]

아세안+3 정상회의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달 13일(현지시간) 캄보디아 프놈펜의 한 호텔에서 한·미·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프놈펜/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김종대ㅣ연세대 통일연구원 객원교수

일본의 집권 자민당과 연립여당인 공명당이 적의 미사일기지 등을 공격할 수 있는 ‘반격능력’을 보유한다는 합의서를 채택했다. 일본은 앞서 아베 신조 총리 시절인 2013년 집단적 자위권을 선포해 해외 원정작전의 길을 튼 방위계획대강에서 미사일 종합방어계획이라는 개념을 처음으로 선보인 바 있다. 아베 총리는 2020년 9월엔 단순한 미사일방어가 아니라 적 기지를 타격하는 공격능력을 보유하겠다는 담화를 발표했다. ‘적 기지 공격능력’이 중국이나 북한에 대한 선제타격 개념으로 비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계속되자 기시다 후미오 총리 때 반격능력으로 명칭이 변경됐다.

이달 중순 개정될 일본의 국가안전보장전략 등 3개 정책 문서는 반격능력을 공식 정책으로 채택하고, 향후 공격 미사일을 보유하기 위한 세부계획을 작성하게 된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미국으로부터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500발 구매, 지대함 미사일 사정거리 1천㎞ 확대, 사정거리 2천㎞ 도서방어용 고속활공탄 배치를 순차적으로 추진하고 2030년대에는 사정거리 3천㎞ 극초음속 미사일 배치까지 추진한다. 아무리 공격 미사일이 많아도 공격할 표적을 찾지 못하면 무용지물이다. 일본 정부는 중국과 북한의 공격 목표를 찾아내기 위해 초소형 군집위성 수십개를 지구 저궤도에 발사할 계획이다. 한반도 전역이 일본의 감시권과 미사일 사정권에 포함되는 낯선 정세가 펼쳐지고 있다.

일본의 평화헌법은 방위상 필요가 있어도 상대국을 선제공격해서는 안 되며 침공해온 적을 일본 영토에서만 군사력으로 격퇴한다는 전수방위 개념을 천명해왔다. 수천㎞ 밖에 있는 적을 미사일로 공격한다면 당연히 이 원칙은 무력화된다. 이에 대해 일본 정부는 미국의 요청이 있으면 절박한 필요에 따라 미사일 공격능력을 발휘한다는 집단적 자위권 논리로 스스로를 포장할 것이다.

여기에는 미국의 전략적 계산도 깔렸다. 4년 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와 맺은 중거리미사일 폐기조약(INF)에서 탈퇴했다. 그 직후 미국은 중국 견제를 위한 지상 기반 중거리미사일을 배치할 아시아 국가들을 물색했는데 한국과 필리핀은 동의하지 않았고 오스트레일리아는 중국과 거리가 멀어 실효성이 없었다. 다만 미국은 오스트레일리아와 극초음속 순항미사일의 공동개발 및 시험발사에 합의했다.

이에 미국 전략가들은 굳이 중국과 관계 악화를 우려하는 아시아 국가들에 자국 미사일을 배치하는 대신 일본이 중거리미사일을 스스로 확보하도록 돕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결론 내렸다. 일본의 미사일 개발을 지원하자는 제언을 담은 랜드연구소의 ‘인도·태평양의 지상 기반 중거리미사일―미국 동맹국의 위치 평가’ 보고서가 올해 4월에 발간되었는데, 바로 그 시점에 일본 집권 자민당은 “상대국 미사일 기지에 한정되는 게 아닌, 상대국의 지휘통제 기능 등도 포함”한다는 반격능력 제언을 발표한다. 미국 전략가들과 일본 정치인들의 손발이 척척 맞는다.

일본의 공격능력 보유는 평화헌법을 완전히 무력화하고, 일본이 중국과 동아시아 지역 패권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드는 발판이 될 것이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심각하다지만 2018년 방위백서에서부터 북한이 아닌 중국을 “주된 위협”으로 표방해온 일본은 본격적으로 강대국 정치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할 것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숨죽이며 살아왔던 일본이 지역의 군사적 강자로 올라서 대국전략을 구사하게 되면 당연히 동아시아의 안정은 크게 교란될 것이다.

이를 아는지 모르는지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한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삼국이 미사일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한다”고 덜컥 합의해주고 말았다. 최근 <로이터> 통신 인터뷰에서는 “열도 위로 미사일이 날아가는데 그냥 방치할 수는 없지 않았겠느냐”며 일본의 군비증강을 사실상 용인하기에 이르렀다. 한국의 군사정보가 일본의 북한 공격에 활용될 수 있다는 맥락으로 읽힌다.

문제는 일본이 어떤 조건에서 공격능력을 구사하는지 투명하지 않다는 점이다. “일본은 평화헌법을 준수하면서 지역의 안정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투명하게 방위력을 증강해야 한다”는 우리 정부 기존 입장과도 배치된다. 이런 문제제기에 윤석열 정부는 아무런 설명조차 없으니 우리의 불안은 더욱 커져만 간다.

Copyright © 한겨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