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美 반도체 제재에 협조...수출 통제 압박 통했나?
현지 반도체 업계, 美 제재 버티기 힘들다며 탄원서 쏟아내
中 반도체 옥죄는 美, 유럽 동맹과 공동 대응 모색
[파이낸셜뉴스] 미국의 반도체 수출 제재에 반발하던 중국이 최근 미 정부의 제재 시행에 협조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중국 업계에서는 미국의 일방주의에 반발하면서도 더 이상 관계 악화는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퍼지고 있다.
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국의 앨런 에스테베즈 상무차관은 전날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워싱턴DC에서 주최한 행사에 참석해 중국의 태도 변화를 언급했다. 그는 중국 정부가 최근 미 관료들이 제재 대상에 올린 기업들을 감찰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고 밝혔다.
미 상무부는 지난 10월 7일 발표에서 첨단 반도체 제조 장비와 특정 고성능 반도체를 중국에 수출하지 못하게 막는 규칙을 발표했다. 당시 상무부는 첨단 반도체와 관련 기술이 대량살상무기나 중국군의 군사력 증강, 인권유린에 쓰인다고 주장했다. 동시에 상무부는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 등 중국 기업 31곳을 ‘미검증 명단’에 올리고 60일 안에 최종 제품 사용자가 누구인지 자세한 정보를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상무부는 요구한 정보를 내놓은 기업의 경우 명단에서 제외할 수 있지만 불응하는 기업은 수출 통제 명단에 올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 정부와 관영 매체들은 해당 조치가 ‘기술 패권주의’라며 강력하게 비난했다. 이후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달 인도네시아에서 만나 무역 문제를 논의했다.
FT는 4명의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중국이 지난달 후베이성 우한, 상하이, 광둥성에 미 정부 관리의 방문을 허가했다고 보도했다. 에스테베즈는 “중국 상무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행동이 나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태도 변화를 지켜보고 있다”며 “중국이 태도를 바꾼 것이 처음은 아니기 때문에 이러한 상황이 얼마나 지속 될지 두고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관계자는 중국 반도체 업체와 현지 관계 당국이 미국의 수출 통제와 관련된 수많은 탄원서를 제출했으며 이후 미 관리들의 방문 허가가 나왔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중국 국가통계국 자료에 따르면 중국의 10월 반도체 생산량은 전년 동기대비 26.7% 감소한 225억개였다. 이는 관련 집계가 시작된 1997년 이후 월간 기준으로 가장 큰 낙폭이었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소비 위축과 물가상승에 따른 수요 감소, 미국의 제재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광둥성 선전의 당국 관계자는 탄원서에 대해 “중국 반도체 업계가 만장일치로 뜻을 모았다”고 말했다. 그는 “업계에서는 미국의 반도체 제재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중국 정부가 미국과 대결에서 양보를 시작해야 된다는 입장이다”고 설명했다. 관계자는 “거시 경제가 부진한 상황에서 지정학적인 영향이 업계에 계속 파고든다면 중국의 반도체 공급망에 이익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세계 반도체 장비 업체의 매출액 순위를 살펴보면 1위를 차지한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AMAT)와 4위 기업 램리서치는 모두 미국 업체였다. 2위는 네덜란드의 ASML, 3위는 일본의 도쿄일렉트론이었다. 이에 미국은 중국 반도체 산업을 빈틈없이 옥죄기 위해 네덜란드와 일본까지 설득해 반도체 장비 수출을 막을 계획이다. 에스테베즈와 타룬 차브라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기술·국가안보 선임보좌관은 지난달 네덜란드를 방문해 해당 문제를 논의했다. 에스테베즈는 네덜란드와 협상 결과에 대해 “좋은 대화를 나눴다”며 어떤 국가라도 미국이 시키는 대로 하겠다는 곳은 없겠지만 제재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는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 언론들은 이달 보도에서 ASML의 지난해 매출의 15%가 중국에서 나온데다 미국의 제조업 진흥 정책이 유럽과 충돌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동시에 네덜란드가 수출 통제 동참 여부를 미국과 무역협상에서 지렛대로 사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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