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기술 석·박사 어렵게 키워도 3명 중 2명 반도체行…“인재 품을 기관이라도 만들라”

최정석 기자 2022. 12. 8.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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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차 국가연구개발투자혁신 콜로키움
전문가들 “고급인재 갈 기업·기관 없어 바로 ‘이탈’”
8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제3차 국가연구개발투자혁신 콜로키움’에서 정연욱 성균관대 나노공학과 교수가 발언하고 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제공

“양자 분야는 전문인력을 만드는 데 시간과 비용이 다른 분야에 비해 훨씬 많이 들어간다. 그런데 정작 갖은 노력을 다해 길러낸 석·박사들이 갈 곳이 없어 3명 중 2명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같은 반도체 회사로 가서 엉뚱한 일을 하고 있다.”

정연욱 성균관대 나노공학과 교수는 지난 7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제3차 국가연구개발투자혁신 콜로키움’에서 “양자 분야의 고급 인력을 품을 기업과 기관이 절실하다”며 이 같이 말했다.

양자란 불연속적인 덩어리 성질을 가졌으며 더 이상 쪼갤 수 없는 최소 단위의 에너지다. 이러한 양자가 운동하는 법칙을 다루는 학문이 ‘양자 물리학’이다.

최근 몇 년간 양자 물리학을 기반으로 한 산업이 전 세계적으로 활성화하고 있다. 구글, 아마존, 인텔과 같은 글로벌 테크 기업들은 양자 컴퓨터 분야에서 성과를 발표하고 있다. HSBC, 노보 노디스크 등 금융과 제약 분야에서도 양자 컴퓨팅 기술을 도입하는 추세다. 아울러 양자 통신, 양자 센싱 또한 양자 기반 산업 생태계를 이끌 핵심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국가 차원의 투자도 상당하다. 이날 발표자로 나선 김동호 포스코홀딩스 미래기술연구원은 “미국과 중국, 유럽 선진국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거액의 투자를 추진하며 양자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며 “독일의 경우 2025년까지 우리 돈으로 1조3000억원을 양자 컴퓨팅 분야에만 투자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다른 나라에 비해 한국은 산업 생태계 구축이 어려운 상황이다. 가장 큰 문제는 인력 부족이다. 정재욱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 양자기술개발지원과장은 이날 “현재 국내 대학과 정부 출연 연구원에 있는 양자 분야 인력은 총 900명 수준”이라며 “이 중 박사급 핵심 고급 인력은 250명으로 매우 적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IBM의 양자 컴퓨터 ‘퀀텀 시스템 원’. 사진 IBM

양자 물리학은 재료공학, 나노공학, 화학 등 여러 분야의 지식을 필요로 하는 종합 학문이다. 때문에 다른 분야에 비해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길고 난이도도 훨씬 높다. 정 교수는 “똑같은 숫자의 전문인력을 길러낸다 해도 양자 물리학은 다른 분과보다 교수가 두세배는 더 필요하다”며 “지금은 교수도 학생도 숫자가 충분하지 못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기껏 양자 분야 전문인력을 길러내도 국내에는 이들이 근무할 만한 회사나 기관이 다른 선진국에 비해 훨씬 적다. 근무지를 찾는다 해도 보수가 적어 해외 대기업으로 빠지는 일이 잦은 현실이다.

정부는 양자 분야 전문인력을 품을 수 있는 정부 산하 기관을 새로 꾸리는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 양자 분야의 산업 생태계가 꾸려지기 전까지 일종의 ‘인력 저수지’ 역할을 해줄 곳을 마련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실질적이지도 않고 논의는 더디다.

과기정통부 한 관계자는 “스타트업을 양성하고 산업 생태계를 키워 그 쪽으로 (전문인력들이) 진출하는 게 가장 이상적이겠지만 그 단계까지 가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며 “현재 과기부 산하에 양자 분야 출연연을 새로 만들거나, 기존 출연연에 양자 관련 연구 역할을 추가하는 건 어떨지 기초적인 논의만 나누는 단계에 있다”고 말했다.

양자 분야 인재는 고급인재라는 점에서 해외 유출이나 대우가 좋은 다른 산업군으로 빠져나갈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점에서 인재를 모을 기관 설립이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기술 양성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정작 고급인재가 다 빠져 나간다면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 이날 과기정통부는 ‘양자기술 연구개발 추진방향’을 통해 양자 컴퓨터, 양자 통신, 양자 센싱을 양자 분야 3대 기술로 정했다고 발표했다. 과기정통부는 2035년까지 3개 기술 연구개발(R&D)에 예산을 투자해 현재 선진국 대비 85% 수준인 국내 양자 기술력을 10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양자 분야 인력과 기술 양성 로드맵은 현재 목표치를 최종 수정하는 막바지 단계에 있다. 과기정통부는 올해 말까지 로드맵을 완성해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양자기술특별위원회에 올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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