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농민 대통령, 결국 탄핵…'혼란'의 페루엔 무슨 일이
취임 초기부터 '탄핵 위기'에 직면했던 좌파 성향의 페드로 카스티요 페루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의회 해산을 시도하다 불명예 퇴진한 데 이어 경찰에 체포되는 굴욕을 겪었다.
BBC·블룸버그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페루 의회는 이날 본회의를 열고 카스티요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을 찬성 101표(반대 6표, 기권 10표)로 통과시켰다. 탄핵안은 재적의원(130명, 여당 50석·야당 80석)의 3분의 2(87명)가 넘는 의원이 찬성하면 가결되는데, 찬성표가 100표를 넘었다는 것은 여당 의원들도 다수가 카스티요 대통령의 탄핵에 찬성한 셈이다.
호세 윌리엄스 사파타 의회 의장은 "카스티요 대통령이 의회를 해산하고, 위헌적인 방식으로 그 기능을 방해하려 했다"며 탄핵 배경을 설명했다. 페루 군과 경찰도 공동성명에서 "대통령은 의회 신임투표를 진행한 뒤에나 의회를 해산할 수 있다. 그 외 모든 것은 '헌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페루에서는 의회의 신임투표에서 '불신임'이 나오거나 신임투표 자체가 거부 당하면 대통령이 의회를 새로 구성하기 위한 선거를 진행할 수 있다.
카스티요 대통령은 앞서 의회의 대통령 탄핵 시도에 의회 강제 해산 시도로 대응했다. 그는 이날 의회에서 대통령 탄핵안에 논의되기 10시간 전 대국민 TV연설을 통해 '비상정부' 수립을 선언하며 "새 헌법을 작성할 구성 권한을 가진 새 의회가 9개월 이내에 소집될 것"이라고 의회 강제 해산을 시도했다.
이에 야당이 장악한 의회는 즉시 긴급회의를 소집하고 대통령 탄핵을 통과시켰다. AFP통신에 따르면 카스티요 대통령은 '도덕적 무능'을 이유로 2018년 이후 탄핵당한 페루의 세 번째 대통령이다. 페루는 지난 2020년 5일 동안 3명의 다른 대통령이 등장하는 등 심각한 정치적 불안에 휩싸여있다.
탄핵안 통과 이후 카스티요 대통령은 경찰에 의해 체포돼 구금됐다. 검찰은 "카스티요는 이날 오후 리마 시청에서 '반란' 혐의로 구금됐다"며 "우리는 헌법 질서 위반을 규탄한다. 어떤 권위자도 헌법 위에 자신을 둘 수 없다"고 밝혔다.
야당을 비롯해 페루 각계에선 카스티요 대통령의 의회 해산 시도를 '쿠데타 행위'라고 비난했고, 주요 장관들이 사임을 발표하는 등 내각 인사들도 카스티요 대통령에 등을 돌렸다.
세사르 란다 경제·외무장관은 의회 해산 방침 선언을 '카스티요의 셀프 쿠데타'라고 규정하며 "정부 각료가 모르는 사이 이런 위헌적 결정을 내렸다"고 지적했다. 카스티요 대통령의 퇴진으로 첫 여성 대통령으로 등극한 디나 볼루아르테 부통령은 이날 대통령 취임 연설에서 "쿠데타 시도가 있었다"며 카스티요 대통령의 의회 해산 시도를 비난했다.
전직 교사이자 빈농의 아들인 카스티요 대통령은 지난해 7월 페루의 5번째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페루에서 정·재계 인사가 아닌 농민 출신이 최고 지도자 자리에 오른 것은 카스티요 대통령이 처음으로 당시 큰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경제위기 대응 실패, 부정부패 연루 등으로 임기 초반부터 지지율 급락과 탄핵 위기에 직면했다. 특히 임기 1년이 채 안 된 시점에 수십 명의 장관이 교체되는 등 정권 불안이 계속되면서 의회의 탄핵 압박은 더욱 거세졌고, 결국 취임 후 3번째 탄핵 위기로 대통령직에서 내려오게 됐다. 앞선 두 번의 탄핵안은 지난해 10월과 지난 3월 발의됐으나 부결됐다.
카스티요 대통령의 퇴진에도 페루의 정치적 불안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카스티요 대통령의 의회 해산 시도 과정에서 재무장관 등 내각 인사 다수가 사임을 발표하는 등 내각 재건 불확실성이 한층 커졌기 때문이다. 뉴욕 바클레이의 에릭 마르티네스 전략가는 "카스티요 퇴진으로 페루의 정치적 불안이 단기적으로 안정되겠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며 "중기적으로 불안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AFP는 "페루는 지난 20년 동안 정치적 위기의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며 페루의 정치적 안정 가능성을 낮게 점쳤다.
정혜인 기자 chim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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