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를 철퇴처럼 휘두른 초식공룡, 상대는 동족이었다

조홍섭 2022. 12. 8.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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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킬로사우루스는 어떤 현생동물과도 다른 독특한 모습의 초식공룡이다.

피부와 골판까지 완벽하게 보존된 안킬로사우루스의 화석을 분석한 결과 무시무시한 꼬리 해머는 포식자보다는 짝짓기와 영역을 놓고 동료와 싸움을 벌이는 데 주로 쓴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분석 결과 해머 꼬리가 으깬 것은 티라노사우루스의 다리뼈가 아니라 경쟁자 안킬로사우루스의 엉덩이 골판이었다.

안킬로사우루스의 해머 꼬리는 사슴 수컷의 웅장한 뿔과 비슷한 기능을 하도록 진화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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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안킬로사우루스 꼬리 무기는 동족 경쟁자 물리치던 무기로 진화
피부까지 보존된 화석 엉덩이 양쪽서 꼬리 휘둘러 생긴 상처 확인
육식공룡 방어에도 썼지만 ‘해머 꼬리’ 진화 이끈 건 성 선택
수사슴이 큰 뿔을 휘두르며 다투는 것처럼 안킬로사우루스의 거대한 해머 꼬리도 짝짓기 상대나 영역을 차지하기 위한 싸움 도구였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헨리 샤프 제공.

안킬로사우루스는 어떤 현생동물과도 다른 독특한 모습의 초식공룡이다. 육중한 탱크처럼 넓고 낮은 몸매에 뾰족한 뼛조각이 갑옷처럼 박혀 있고 긴 꼬리 끝에는 커다란 해머나 곤봉 모양의 뼈 뭉치가 달렸다.

전자레인지 크기의 뼈 해머를 휘둘러 동시대에 살던 포식자 티라노사우루스의 정강이뼈를 으깼을 것이라는 과학자와 예술가의 상상은 절반만 맞은 것으로 드러났다. 피부와 골판까지 완벽하게 보존된 안킬로사우루스의 화석을 분석한 결과 무시무시한 꼬리 해머는 포식자보다는 짝짓기와 영역을 놓고 동료와 싸움을 벌이는 데 주로 쓴 것으로 밝혀졌다.

피부와 골판까지 완벽하게 보존된 화석을 보면 사라졌거나 손상됐다 치유된 골판은 몸 위에는 없고 엉덩이 양쪽에만 분포한다. 이는 꼬리 해머를 좌우로 휘두르며 서로 싸울 때 나타나는 부상이다. 빅토리아 아버 외 (2022) ‘바이올로지 레터스’ 제공.

빅토리아 아버 캐나다 왕립 브리티시컬럼비아박물관 학예사 등은 과학저널 8일 ‘바이올로지 레터스’에 실린 논문에서 “안킬로사우루스의 꼬리 곤봉은 포식자 수각류 공룡에 대항하기 위한 방어용 적응으로 널리 알려졌지만 이번 연구는 꼬리 곤봉이 주로 동료 사이에 벌어진 다툼에 쓰인 성 선택 구조임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연구자들은 그 증거로 손상됐거나 치유 중인 골판이 엉덩이 부위 양옆에서 일관되게 발견됐음을 들었다. “시기별로 꼬리 해머의 크기가 다양하고 (성징처럼) 발육 단계에서 늦게 나타나는 것도 성 선택 가설을 뒷받침한다”고 논문은 적었다.

안킬로사우루스의 꼬리 해머 화석. 길이가 60㎝에 이른다. 라이언 솜마,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이번에 분석한 안킬로사우루스 화석은 2014년 미국 몬태나에서 티라노사우루스 화석을 발굴하던 화석 사냥꾼이 우연히 발견했다. 두개골과 꼬리 일부만 드러났을 뿐 몸체 대부분이 들어있는 1.6t의 사암 덩이는 캐나다 왕립 온타리오박물관으로 옮겨졌다.

암석 조각을 하나씩 떼어내는 수년 동안의 처리 과정 끝에 전모를 드러낸 안킬로사우루스의 피부는 다양한 형태와 크기의 골판으로 뒤덮여 있었다. 연구자들은 특히 엉덩이에 가까운 옆구리 양쪽에서 가시 모양 골판이 끄트머리가 떨어져 나갔거나 골판을 둘러싼 뼈 싸개가 부러졌다가 뭉툭하게 치유된 모습을 보이는 데 주목했다.

연구자들은 이런 부상이 꼬리 해머를 휘두르며 벌인 동족 사이의 의례적 전투 결과이지 포식자의 공격에 의한 것은 아니라고 결론 내렸다. 훨씬 큰 티라노사우루스의 공격이었다면 옆구리가 아닌 위에도 골판의 손상이 나타났어야 하고 날카로운 이에 물리거나 긁힌 흔적이 남아야 했다.

아버 박사는 보도자료에서 “안킬로사우루스가 꼬리 곤봉을 어떻게 사용했는지에 여러 해 동안 궁금했는데 마침내 흥미로운 답변을 얻었다”고 말했다. 아버 박사 등은 2017년 이 안킬로사우루스에 ‘정강이뼈 파괴자’란 뜻의 학명을 붙였다. 그러나 분석 결과 해머 꼬리가 으깬 것은 티라노사우루스의 다리뼈가 아니라 경쟁자 안킬로사우루스의 엉덩이 골판이었다.

안킬로사우루스를 위에서 본 모습. 빅토리아 아버 등,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그렇다고 뼈 해머가 포식자 방어에 전혀 쓰이지 않았다는 것은 아니다. 연구자들은 “필요할 때 꼬리 곤봉을 방어용으로 썼을 것이라는 데엔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하지만 이런 인상적인 무기가 진화하도록 한 원동력은 포식자 방어가 아니라 성 선택임을 이번 연구는 가리킨다”고 논문에 적었다. 안킬로사우루스의 해머 꼬리는 사슴 수컷의 웅장한 뿔과 비슷한 기능을 하도록 진화했다는 얘기다.

안킬로사우루스는 백악기 말 북미에 살았던 길이 6∼8m 무게 5∼8t인 대형 초식공룡으로 티라노사우루스, 트리케라톱스 등과 함께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공룡의 하나다. 연구자들이 분석한 안킬로사우루스의 꼬리는 길이 3m로 옆에 날카로운 가시가 달려있고 끄트머리 절반은 뼈가 융합해 뻣뻣했다.

인용 논문: Biology Letters, DOI: 10.1098/rsbl.2022.0404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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