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상면접 대신 통화나 채팅으로…북한 IT인력 신분위장 백태
각종 앱부터 디지털 토큰 개발까지…스마트계약 취약점 악용 부당이익 편취도
(서울=연합뉴스) 오수진 기자 = 8일 정부가 발표한 북한 IT 인력에 대한 합동주의보에는 북한 노동자들이 대북제재를 피해 해외에서 어떻게 신분을 숨기고 일거리를 따내는지 상세히 담겨 있다.
정부는 현재 해외에서 일하는 북한 고숙련 IT 인력이 수천 명에 달하며 이들이 여러 명씩 단체로 생활하면서 온라인 구인·구직 플랫폼을 이용해 일감을 수주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SNS통해 구직 사이트 계정 확보·면접땐 원격으로 프로그래밍 시범도
2017년 12월 채택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 2397호는 각 회원국이 2019년 12월까지 북한 해외 노동자들을 북한으로 송환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 IT 노동자들은 취업비자가 아닌 학업 등 다른 비자로 입국한 뒤 IT 분야에서 일하는 방식으로 이를 회피하고 있다.
신분을 숨기는 가장 쉬운 방법은 신분증 조작으로, 외국인 신분증을 불법 수집한 후 포토샵을 활용해 사진만 교체한다.
실명 확인을 위한 전화 인증 절차는 전화번호 본인 인증 대행 사이트를 활용한다.
구인·구직 플랫폼서 외국인 계정을 통째로 빌리기도 한다.
이들은 주로 SNS를 통해 계정 대리인을 확보하는데, 계정 대리인은 북한 IT 인력을 대신해 구인·구직 사이트에서 계정을 만든 뒤 북한 노동자에 제공한다.
하지만 최근 구인·구직 플랫폼에서 본인 인증 절차가 강화되자 외국인 프리랜서 프로그래머에게 접근해 업무 협력 관계를 맺고 외국인 프로그래머가 의뢰받은 일을 함께 수행하며 보수를 나눠 갖는 일도 있다.
일감 수주 전 진행되는 면접에선 화상보다는 채팅을 선호한다.
발주 기업이 화상 면접을 요구하면 계정 대리인의 얼굴을 보여주고 통신 사정이나 기술적 문제로 음성이 나오지 않는다며 전화 면접을 유도하기도 한다.
화상 면접 때에는 북한 IT 인력이 계정 대리인의 컴퓨터에 원격 접속해 프로그래밍 시범을 보여주기도 한다.
정부는 "북한 IT 인력은 프로그램 개발 의뢰 기업과의 업무 관계가 형성되고 나면 구인·구직 플랫폼이 아닌 다른 플랫폼을 통해 직접 소통하며 거래하는 방식을 제안한다"며 "이를 통해 계정 대리인에 대한 수수료 부담을 줄이고 의뢰 기업과 장기적인 업무 협력 관계를 구축해 나간다"고 설명했다.
이들의 활동 분야는 비즈니스·건강 등 일반인에게도 익숙한 웹·모바일 애플리케이션 개발부터 DApp(탈중앙화 애플리케이션)·스마트 계약· 디지털 토큰 등 블록체인 전반 기술 개발까지 다양하다.
이들은 프로그램 개발로 대금을 받기도 하지만 스마트 계약의 코드 취약성을 악용해 부당하게 이득을 편취하기도 한다고 정부는 설명했다.
"계정 생성 때 인증절차 강화해야…화상 면접땐 신분증 재요구 필요"
정부는 이날 주의보를 발령하며 구인·구직 플랫폼 기업과 프로그램 개발 의뢰 기업을 대상으로 상세한 주의사항도 배포했다.
일단 일자리 플랫폼에서 단시간 내 다양한 IP 주소에서 여러 차례 로그인이 이뤄졌거나, 온종일 실시간 접속 중인 계정은 북한 IT 인력일 가능성이 있다.
계정 평점이 높고 특히 평점을 부여한 의뢰 기업이 프로그래머 계정과 동일한 결제 계좌를 보유하고 있는 경우도 눈여겨 봐야 한다. 허위 계정을 만들어 스스로 일감을 발주하고 보수를 지급해 평점과 경력을 높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신규 계정을 생성하면서 제출한 서류가 기존 다른 계정이 제출한 서류와 동일하거나 유사한 경우도 유의해야 한다.
정부는 "계정 신규 생성 시 화상통화를 이용한 인증절차를 추가하고, 프로그램 개발 의뢰자와 프리랜서 프로그래머 간 계약 체결 이전에 화상면접을 실시하는 등 프로그래머의 신원 확인 강화 조치를 취할 것을 적극 권고한다"고 말했다.
프로그램 개발 의뢰 기업의 경우 미상의 프로그래머가 저가의 개발비를 제안하며 화상 면접이 아닌 음성 통화, 온라인 채팅을 통한 연락을 요구한다면 북한 IT 인력이나 이들과 연계된 인물로 의심해야 한다.
화상 면접을 하더라도 면접 도중 실물 신분증을 요구하거나 계약 시에 제시한 정보와 실제 신분증상 정보의 일치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기존 거래 업체라도 신분 위조가 우려된다면 불시에 화상 통화를 하는 등 적절한 조치를 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일반 국민도 미상의 인물이 신분증 사본을 대여해달라거나 IT 분야 구인 구직 플랫폼 계정·해외 결제 시스템 계정 생성을 요구한다면 북한 IT 인력 또는 이들과 연계된 인물일 가능성이 있으니 각별히 주의해달라"고도 당부했다.
kik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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