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진단 D등급 단지 재건축 불씨 살아난다···정부, 재건축 안전진단 완화 발표
주거환경·설비노후 각각 30%로 상향
공공기관 적정성 검토, 지자체 재량에
재건축 가능단지 0개 → 35개로 늘어
재건축 안전진단 구조 안정성 비중이 현행 50%에서 30%로 낮아진다. 주거환경 점수(15%)와 설비노후도 점수(25%) 비중은 각각 30%로 상향된다. 재건축 가능 점수는 현행 30점 이하에서 45점 이하로 상향조정된다. 정밀안전진단 문턱도 크게 낮아진다.
이렇게되면 지난 2018년 3월 이후 안전진단을 완료한 전국 46개 단지 중 재건축이 가능한 단지는 21곳(조건부 재건축)에서 35곳(재건축 12곳·조건부 재건축 23곳)으로 대폭 늘어난다. 정부는 현재 안전진단을 수행 중인 단지에도 모두 소급적용한다는 방침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번 재건축 규제완화로 일부 집주인들이 호가를 올리거나 급매물 회수가 있을 수 있지만, 고금리에 주택경기가 바닥이라 거래가 늘어나거나 재건축이 확대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 봤다.
국토교통부는 이 같은 내용의 ‘재건축 안전진단 합리화 방안’을 8일 발표했다. 이달 중 행정예고를 거쳐 내년 1월부터 본격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가장 큰 변화는 안전진단 기준의 핵심이었던 구조안전성 가중치 완화다. 구조안전성 점수 비중은 현행 50%에서 30%로 낮아진다. 국토부는 “주건환경 중심의 평가 안전진단임에도 불구하고 구조 안정성 점수를 전체의 50% 비중으로 반영하다보니 재건축 판정 여부가 구조 안정성 점수에 크게 좌우돼 왔다”고 설명했다.
반면 주거환경 점수 비중은 15%, 설비 노후도 점수 비중은 25%로 낮게 배정하면서 소득수준 향상, 주택기술 변화 등으로 높아진 국민의 주거환경에 대한 기대수준을 충족시킬 재건축이 어려웠다는 것이 국토부의 설명이다.
구조진단점수 낮추고 주거환경점수 대폭 상향
주차 대수, 생활환경, 일조환경, 층간소음, 에너지 효율성 등 주민들이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불편함을 측정하는 ‘주거환경 점수’ 비중은 기존 15%에서 30%로 상향조정한다. 난방, 급수, 배수 등 기계설비, 전기소방 설비 등을 평가하는 ‘설비노후도 점수’ 비중도 기존 25%에서 30%로 상향조정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구조안전 가중치를 낮추고 주거환경 및 설비 노후도 점수 비중이 높아지면 단지 내 주차공간 부족, 편의시설 부족, 내부설비시설 노후로 등으로 재건축을 원했던 단지들의 안전진단 통과가 수월해지면서 재건축도 보다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재건축 점수도 상향조정된다. 현재는 4개 평가항목별로 점수 비중을 적용해 합산한 총 점수에 따라 재건축(30점 이하), 조건부 재건축(30~55점 이하), 유지보수(55점 초과)로 구분해 판정하고 있다. 정부는 곧바로 재건축이 가능한 재건축 점수는 30점 이하에서 45점 이하로 상향조정하고, 조건부 재건축 점수범위도 45~55점으로 축소했다. 유지보수 점수(55점 초과)는 현행대로 유지한다.
공공기관 적정성 검토도 지방자치단체의 재량에 맡기는 방식으로 완화된다. 조건부 재건축시 의무적으로 시행해온 공공기관 적정성 검토를 생략하고, 지자체가 요청할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공공기관이 적정성 검토를 실시한다.
현재는 안전진단에서 D등급(조건부 재건축)을 받으면 의무적으로 국토안전관리원 등 공공기관의 ‘적정성 검토’를 받도록 하고 있는데, 앞으로는 이 적정성 검토를 지자체가 요청하는 경우에만 시행한다는 것이다. D등급을 받은 단지들의 무덤처럼 여겨졌던 ‘공공기관 적정성 검토’ 기능이 사실상 무력화되는 셈이다.
적정성 검토 앞둔 D등급 단지 ‘희소식’
국토부는 공공기관의 적정성 검토 생략에 따른 민간의 무분별한 안전진단을 막기 위해 정기적으로 합동실태점검을 실시하고, 부실 안전진단 적발 시 형사처벌과 함께 최대 영업정지까지 내릴 수 있는 행정처분 근거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방안이 본격 시행될 경우 2018년 3월 이후 현행기준에 따라 안전진단이 완료된 전국 46개 단지 중 유지보수 판정(55점 초과)을 받은 단지는 25개 단지(54.3%)에서 11개 단지(23.9%)로 대폭 줄어든다. 즉시 재건축이 가능한 단지는 0개에서 12개(26.1%)로 늘어난다. 조건부 재건축 단지(21개→23개)도 소폭 늘어난다.
국토부는 “개정규정은 현재 안전진단을 수행 중인 단지에도 모두 적용해 제도개선 취지가 폭넓게 인정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며 “현행 규정에 따를 경우 조건부재건축에 해당해 공공기관 적정성 의무 검토대상이지만 적정성 검토를 완료하지 못한 단지도 개정된 규정을 적용받게 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이번 재건축규제완화가 집값 추가하락을 다소 줄여주는 완충역할을 하거나 연착륙에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다만 “매수심리가 바닥권이라 거래로 이어지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면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완화가 뒤따라야 재건축도 속도가 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류인하 기자 ac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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