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동원 해법' 지지부진… 외교부-피해자 측 갈등도 계속

노민호 기자 2022. 12. 8.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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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금덕 할머니 서훈 '제동' 논란… "일본 눈치 보기" 비판 나와
외교부 청사 전경.ⓒ News1 안은나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외교부가 올 들어 한일 간 최대 쟁점 현안인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배상 문제에 관한 해법 도출에 매진해왔으나, 연말이 다 되도록 가시적인 결과물이 나오지 않고 있다.

이 문제 해결에 대한 일본 당국과의 인식차가 여전히 남아 있는 상황에서 일부 피해자 및 지원 단체 측과의 갈등도 지속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대일관계 실무를 담당하는 서민정 외교부 아시아·태평양국장은 일본 미쓰비시(三菱) 중공업 강제동원 피해자 지원 단체 및 대리인단과의 상견례를 겸한 면담을 위해 7일 광주를 다녀왔다.

서 국장은 이날 약 1시간30분 동안 '비공개'로 이뤄진 면담을 통해 그간 일본과의 협상 내용 등을 설명하고 빠른 배상 협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하겠단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외교부는 강제동원 피해자 측이 요구해온 일본 측의 '사죄' 문제와 관련해서도 적극 호응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우리 외교당국의 이 같은 설명에도 불구하고 피해자 측에선 정부에 대한 '불신'을 거두지 않고 있는 모양새다.

당장 강제동원 피해자 지원단체인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은 서 국장의 이날 광주 방문계획이 사전 협의과정에서 언론에 보도되자 '유감'을 표시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강제동원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에 대한 정부 서훈 추진에 외교부가 '제동'을 걸었다는 주장까지 제기되면서 '일본 눈치 보기' 등의 비판마저 일고 있다.

일본 미쓰비시중공업 강제동원 피해자인 양금덕 할머니. 2022.11.29/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강제동원 피해자 측 법률대리인 임재성 변호사에 따르면 당초 국가인권위원회는 9일 '인권의 날' 기념식에서 양 할머니에게 국민훈장 모란장 서훈을 할 계획이었으나, 양 할머니에 대한 서훈 안건은 6일 국무회의에 상정되지 않았다. 외교부가 인권위의 양 할머니 서훈 추진과 관련해서 '사전협의가 필요한 사항'이란 의견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임 변호사는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강제동원) 피해자에게 상을 주면 일본이 불편해할까 봐, 현재 논의되는 강제동원 관련 한일 협의에 변수가 생길까 봐 외교 쪽과 협의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피해자 측은 이번 외교부 서 국장 면담에서도 양 할머니 서훈 '보류'와 관련해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는 강제동원 피해배상 해법에 관한 의견 수렴을 위해 지난 7~9월 피해자 측과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민관협의회를 4차례 가동한 데 이어, 공청회 등의 방식으로 국내 여론을 추가 수렴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민관협의회가 가동되던 올 7월 미쓰비시중공업 강제동원 피해자인 양 할머니 등이 제기한 미쓰비시의 국내 상표권·특허권 특별현금화(매각) 명령 사건과 관련해 외교부가 피해자 측과의 사전 협의 없이 "정부는 한일 양국의 공동이익에 부합하는 합리적 해결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대일(對日) 외교협의를 지속 중"이란 내용의 의견서를 대법원에 제출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피해자 측과의 갈등이 불거졌다.

피해자 측 대리인들은 해당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단을 지연시키려는 의도에서 외교부가 의견서를 제출한 것으로 보고 민관협의회 3차 회의 때부턴 전원 불참했고, 이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최종 판단도 계속 미뤄지고 있다.

앞서 일본 정부는 강제동원 피해자 등에 대한 배상문제에 대해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 체결 당시 우리 정부에 제공한 약 5억달러 상당의 유·무상 경제협력을 통해 이미 해결됐다"고 주장하면서 일본제철과 미쓰비시중공업 등 자국 기업들에 피해배상을 명령한 우리 대법원 판결을 "국제법 위반"으로 규정하고 수용 불가 입장을 밝혀왔다.

이 사이 피해자 측에선 해당 일본 기업들의 국내 상표권 등 자산을 압류·매각하기 위한 법적 절차를 진행해왔고, 그에 따라 이르면 올 가을 미쓰비시의 상표권 등 매각 여부에 관한 대법원의 최종 판단이 나올 것이란 전망이 나왔었다.

n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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