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화물연대 파업, 누가 대화를 거부하고 있나

제희원 기자 입력 2022. 12. 8.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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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연대 파업이 꼬박 2주를 넘겼습니다. 물류 차질이 커지고 있다는 기사가 쏟아지지만 아직 정부와 노조는 이렇다 할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사상 최장 기간 파업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그럼에도 양측 대화 물꼬는 끊기다시피 한 상태입니다. 파업 여파가 갈수록 커지는 상황에서 과연 누가 대화를 거부하고 있을까요. 화물연대 파업으로 산업 피해액이 몇 조 원대에 육박한다는 건 맞는 얘기일까요. 이 취재파일은 두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기록하는 과정입니다.
 

첫째, 누가 대화를 거부하고 있나

7일 포항제철소를 찾아 현장 상황을 살피는 원희룡 국토부 장관

먼저 그제(6일), 포항제철소를 찾은 원희룡 국토부 장관의 말입니다.
 
"과적을 방지하고 잘못된 지입 구조라든지, 적정한 운임이 일거리가 있고 없고에 따라서 달라지는 부분에 대해서는 충분히 정부도 합당한 방안을 마련해야 될 입장을 갖고 있다. 우선 정상적인 운송으로 복귀를 하고 그 다음 국회라는 합법적인 장에서 대화와 서로의 타협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자."-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국토부도 일단 일상화된 과적과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화물 기사들의 고충을 모르는 건 아니라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하지만 일단 화물연대가 모든 운송 거부를 철회해야 파업의 시작점이었던 '안전운임제'에 대해 논의하겠다는 뜻은 확고해 보입니다. 국토부는 여전히 '선 파업 철회 후 대화' 원칙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그럼 노조가 대화를 거부하고 있는 걸까요? 화물연대 설명은 이렇습니다.
 
"저희는 지속적으로 정부와 대화하고 협상하자고 이야기를 했고요. 국토부와 만난 지난 자리에서도 화물연대가 '진전된 안을 이야기하자, 같이 협상을 하자'라고 제안을 했습니다. 그런데 국토교통부에서는 협상할 수 없다, 업무 복귀가 원칙이다, 라는 이야기를 반복하고 있고요. (정부가) 강경한 탄압만 이야기하고 있지 조금 더 원만하게 사태를 해결하거나 국민들에게 피해가 돌아가는 지금 상황을 조속히 마무리하려는 태도는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 박연수 화물연대 정책기획실장

파업 이후 두 번째 교섭 다음날에도 화물연대는 국토부에 만나자는 제안을 했으나 별다른 답변을 못 받았다고 주장합니다. 한 화물연대 간부는 결국 생계 박탈 등 마지막 피해를 몽땅 조합원이 뒤집어 써야 하는 상황이어서 파업 해결을 위해 정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라는 말도 했습니다. 일부 보도를 통해 알려진 대로 화물연대는 김문수 경사노위 위원장을 찾아가 국토부 장관과 대화 자리를 마련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둘째, 피해액 3조 5천억? 산업부 "정확히 '출하 차질' 금액"

이봉주 화물연대본부 위원장

평행선을 달리는 지점은 또 있습니다. 바로 파업으로 인한 피해 액수를 둘러싼 인식입니다. 정부는 파업 이후 불어나고 있는 피해액이 3조 원 대로 불어났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게 어떻게 산출되는 건지 담당 공무원에게 직접 물어봤습니다. 파업으로 인한 피해액 집계는 산업부 중견기업정책관이 담당합니다.

Q. 파업으로 인한 피해액 집계는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나요?
A: 석유협회나 철강협회 등에서 받은 피해액을 산업부에서 총괄합니다. 각 협회는 각 기업 회원한테 다시 받고 있고요. 너무 이상한 숫자는 없는지 체크한 다음 취합해서 내보내고 있습니다. 

Q. 구체적인 계산 방식은?
A: 예를 들어 시멘트가 하루 20만 톤 정도 나가는데 지금은 1만 톤만 나가고 19만 톤이 못 나가고 쌓여 있다면 톤 당 단가를 곱해 출하 안된 금액을 산출합니다. '생산 차질' 금액과는 다른 개념입니다.

Q. 예를 들어, 카캐리어가 운송 중단하면 로드탁송 비용이 피해로 잡히는 건 이해되는데 후에 판매되는 차량 비용도 다 포함되고 있습니다. 이를 손해라고 보기 어려운 지적도 있는데요.
A: 그래서 저희가 '생산 차질'이 아니라 '출하 차질'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아직까지 생산에 문제를 일으킨 업종은 별로 없습니다. 다만 이번 주말이 되면 적재 공간이 가득차서 생산에 지장을 줄 가능성이 있는 걸로 보입니다.

요약하면, 정부가 이야기하는 '파업으로 인한 피해액'은 정확히는 '출하 차질'을 뜻한다는 겁니다. 이번 주를 넘기면 한계에 다다른 업계에선 정말로 생산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까지 생산 피해액으로 잡힌 금액은 없다는 게 산업부 설명입니다. 출하가 되지 않은 물량 규모가 곧장 제조사의 매출 피해로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물론 이를 정확히 구분하지 않고 무턱대고 '파업 피해액'이라고 쓴 언론들도 갈등을 키운 책임에서 자유롭지는 못합니다.

지금 필요한 건 '대화의 시간'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화물연대는 지난 6월 한 차례 총파업 이후 두 번째 파업에 나섰습니다. 멈춰있던 '안전운임제' 논의를 촉구하면서 말입니다. 국토부도 화물 기사들의 노동 환경 들여다볼 준비가 되어 있다고 했습니다. 국토부 등 정부 부처는 올해 초 화물차 관련 사고에서 '인명 피해 가능성'이 매우 높아 특단의 교통사고 감축 대책이 필요하다는 자료를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이 대화의 중재는 누가 나서야 할까요. 이미 갈등이 극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 화물연대가 무작정 고개를 숙이고 업무개시명령에 응당 수긍하고 파업을 접을 수 있을까요? 정부는 추가 업무개시명령 발동을 예고했습니다. 진정으로 파국을 막기 위해선 책임을 미루는 말보다 갈등을 해결하겠다는 의지가 더 박수 받을 수 있습니다. 지금 모두를 위해 필요한 건 먼저 손 내미는 자세입니다.

(사진=연합뉴스)

제희원 기자jessy@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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