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도산 안창호함 '황당' 지체상금 948억, 규정 개정에도 굳건
산업계의 혁신적 연구개발(R&D) 사업을 치하하고 산학연 기술 이전을 촉진하기 위한 행사인 대한민국 산업 기술 R&D 대전이 어제(7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개막했습니다. '초격차 기술, 산업 대전환 선도'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기술 개발의 성과와 동향을 보여주는 149개 기관과 기업의 기술과 제품 268점을 내일까지 전시합니다. 도전적이고 혁신적인 첨단 기술의 장이 선 것입니다.
개막식의 꽃은 대한민국 기술대상 시상이었습니다. 최고상인 대통령상은 대우조선해양의 장보고-Ⅲ 3천 톤급 잠수함 국산화에 돌아갔습니다. 우리 군의 전략자산인 도산 안창호함 등 3천 톤급 잠수함의 설계, 건조 및 성능 검증을 모두 우리 기술로 수행한 것이 높이 평가됐습니다. 전투체계, 소나체계, 추진전동기 등 핵심 장비 130종 국산화에 성공함으로써 숱한 기술대상 후보들을 압도적인 점수 차로 따돌렸습니다.
그럼에도 장보고-Ⅲ 3천 톤급 잠수함은 기술적 멍에 하나를 짊어지고 있습니다. 1번함인 도산 안창호함 건조 중 어뢰 기만기의 개발이 110일 지체됐다는 이유로 건조 책임업체인 대우조선해양에 지체상금 948억 원이 부과된 것입니다.
쉬운 '외제 구매' 접고, 힘든 '국산화'했더니…
도산 안창호함에 948억 원의 지체상금을 떠안긴 어뢰 기만기는 적의 어뢰 공격을 막는 장비입니다. 잠수함에서 발사된 기만기가 소음을 발생시킴으로써 적 어뢰를 유인해 폭발시키는 방식입니다. 배드콕, 칼조니, TKMS 등 해외 업체들이 양산하고 있습니다. 대당 30억 원대입니다.
해외 어뢰 기만기를 사서 달 수도 있지만 독자 개발 능력이 있다고 보고 퍼스텍이라는 국내 업체에 개발을 맡겼습니다. 개발 기간을 8년 받았는데 110일을 초과했습니다. 어뢰 기만기 개발이 늦어지는 바람에 도산 안창호함 취역도 석 달 이상 지체됐습니다. 이에 방사청은 지체의 책임을 물어 대우조선해양에 잠수함 건조 비용의 10%인 948억 원을 지체상금으로 부과했습니다. 대우조선해양은 작년 8월 전액 납부했습니다.
2차례의 규정 개정에도…
지체상금 관련 조항은 방위사업청 훈령에 있습니다. 작년 11월 "협력업체 귀책 사유로 지체상금이 발생된 경우 협력업체 계약 금액에 한해 지체상금을 부과한다"는 조항이 추가됐고, 지난 3월 "가혹한 시험 조건 또는 도전적 연구개발 수행에 따른 기술적 한계로 개발이 지연됐을 경우 면제한다"는 조항도 새로 생겼습니다. 지체상금의 불합리함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방사청이 규정을 새롭게 한 것입니다.
도산 안창호함에 부과된 지체상금은 작년 11월, 지난 3월 개정 조항 모두에 적용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방사청은 "어뢰 기만기 개발 지연은 협력업체 귀책 사유이지만 어뢰 기만기가 방산물자로 지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작년 11월 조항을 적용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도적적 연구개발인지 따지는 지난 3월 조항의 적용 여부는 몇 달째 방사청에서 검토 중입니다.
도산 안창호함은 기술의 독창성과 우수성, 난이도가 배점의 30% 이상인 대한민국 기술대상의 최고상을 받았습니다. 역시 기술의 독창성과 탁월성을 평가하는 한국공학상, 세계일류상품, 올해의 10대 기술상도 도산 안창호함이 싹쓸이했습니다. 정부와 학계, 산업계가 일제히 도산 안창호함을 도전적 연구개발로 인정한 것입니다. 방사청만 도산 안창호함 개발이 도전적 과제였는지 판단 못할 뿐입니다.
김태훈 국방전문기자oneway@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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