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짜 천국 이 회사...헤드폰 공기청정기 하나로 합쳤네

이새하 기자(ha12@mk.co.kr) 2022. 12. 8. 09:0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영국 다이슨 연구개발센터 가보니
일상의 문제 ‘대기오염’ 해결 위해
착용 편한 헤드폰에 공기정화 기능
6년 간 끊임없이 기술 개발 나서
내년 1월 미국과 중국 등에 출시
실패 장려하는 문화가 다이슨 강점

영국 런던에서 차로 약 1시간30분 걸리는 맘스베리와 훌라빙턴에는 ‘엔지니어 천국’이 있다. 바로 다이슨의 연구개발센터가 있는 캠퍼스다.

다이슨은 직원 1만4000명 중 절반인 약 7000명이 엔지니어일 정도로 기술에 진심인 회사다. 지난달 방문한 다이슨 영국 캠퍼스에는 곳곳에 기술과 도전을 중시하는 다이슨 문화가 녹아있었다.

일상과 맞닿아 있는 문제를 기술로 해결하는 게 창업주인 제임스 다이슨의 경영철학이다. 제임스 다이슨이 ‘회장’이 아닌 ‘수석 엔지니어’로 불리길 원하는 이유도 그만큼 기술을 중요시한다는 의미다.

이번에 다이슨이 고민한 일상의 문제는 대기 오염이다. 전 세계 인구의 99%가 세계보건기구(WHO)의 대기 안전 기준을 초과하는 지역에 산다. 집 뿐 아니라 일상에서 언제든지 사용할 수 있는 공기청정기를 만들겠다는 아이디어가 제품 개발의 시작이었다.

처음에는 공기청정기를 가방처럼 메고 다니거나 목에 거는 등 다양한 논의가 오갔다. 그러다가 결론이 난 방향이 바로 머리에 공기청정기를 쓰는 것이었다. 그렇게 다이슨은 처음으로 헤드폰 개발을 시작했다. 다이슨이 내년 1월 야심 차게 내놓을 ‘다이슨 존’이 그 주인공이다.

헤드폰과 공기청정기 기능을 결합하는 건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하지만 다이슨 엔지니어들은 6년 간 포기하지 않고 끝없이 도전했다. 컴프레서를 헤드폰에 들어갈 만큼 작게 만들고, 최고의 소리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다이슨 존 개발을 총괄한 알렉스 녹스 다이슨 신제품 혁신 부문 부사장은 “다이슨은 어려운 과제라 도전하는 사람이 많이 없다는 점을 오히려 반긴다”며 “혁신가라면 어려운 문제 해결에 도전하고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시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술을 최고시하는 다이슨의 문화는 헤드폰 개발에도 반영됐다. 보통 오디오 개발은 훈련된 사람들이 모여 ‘좋은’ 소리를 결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하지만 다이슨은 과학적으로 접근했다. 전 세계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을 들었고, 노래의 모든 음을 재현하기 위해 노력했다. 다이슨 존은 6Hz~21kHz의 주파수를 재현해 노래의 모든 음을 정확하게 들을 수 있다.

다이슨 존의 헤드폰과 바이저(얼굴 가리개)를 착용하면, 공기 정화 기능이 작동된다. 양쪽 헤드폰에 내장된 컴프레서가 두 겹의 필터로 공기를 빨아들인 뒤 이를 정화해 비접촉 바이저로 내보낸다. 코와 입으로 깨끗한 공기가 들어오는 방식이다.

공기 정화 기능과 함께 헤드폰으로 음악을 듣거나 전화 통화를 할 수 있다. 왼쪽 헤드폰을 두 번 두드리면 주변 소음을 차단해주는 기능도 있다. 다이슨은 내년 1월 미국과 영국, 홍콩, 중국, 싱가포르 등에서 다이슨존을 출시한다. 한국 출시일은 미정이다.

실패를 장려하는 것도 다이슨만의 문화다. 다이슨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엔지니어를 제일 아낀다. 영국 훌라빙턴에 있는 다이슨 연구개발센터 1층 로비에는 ‘다이슨카’가 놓여있다. 다이슨은 약 3조원을 투입해 전기차 개발을 추진했으나 2019년 사업 중단을 선언했다. 다이슨 기술이 녹아있는 전기차를 개발했지만 상용화할만한 방법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결국 ‘실패’로 끝난 전기차 프로젝트지만, 이 또한 경험이라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 다이슨카가 전시돼있다.

다이슨은 이러한 문화를 영국 청년들에게 전파하기 위해 직접 엔지니어 육성 대학인 ‘다이슨 기술 공과 대학(DIET)’도 설립했다. 다이슨 문화를 배우고 몸에 익힐 엔지니어를 일찌감치 키우겠다는 의미다.

맘스베리 캠퍼스 안에 있는 DIET에서 학생들은 이틀 동안 공부하고, 3일 동안 다이슨 직원으로서 연구 개발에 참여한다. 등록금은 무료이고 학생들은 오히려 다이슨에서 일하며 월급을 받는다.

DIET 학생인 안수샤카 파텔(21)은 “영국의 많은 학생이 창의적인 문제 해결 역량을 갖출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하지만 DIET에선 다르다”며 “남들이 보지 못하는 문제를 발견하고, 남들이 해결하고 싶어 하지 않은 문제를 풀어내는 게 다이슨이 지향하는 가치”라고 말했다.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