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년째 공회전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해법 없나요 [알기쉬운 경제]

조은비 2022. 12. 8.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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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뉴스DB

제21대 국회에서 실손보험 청구간소화법안(보험업법 일부 개정 법률안)이 대거 발의되면서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가 다시 이슈로 떠올랐죠. 수십년 째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는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는 보험사, 의료계, 고객(환자),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 여러 목소리가 합의점을 찾지 못해 국회에서 공회전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21대 국회에서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 관련 법이 활발하게 발의되고 있는 배경에는 현 정부가 첨단기술과 디지털 데이터가 결합한 ‘디지털 플랫폼 정부’를 강조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지난 8월에는 대통령 직속 ‘플랫폼정부위원회’에서 실손보험 전산화 관련 내용을 주요하게 다뤘고 이후에도 논의되고 있습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실손보험도 디지털 시대 흐름을 거스를 수 없다”면서 실손보험 전산화가 필요한 이유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보험업계에서는 비용 절감과 리스크 방지를 위해 실손보험 전산화가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실제 1년간 보험사에 약 1억개의 청구건이 들어온다고 합니다. 한 명이 최대 4장의 서류를 제출한다고 가정하면 4억건의 청구가 들어오는 셈이죠. 실손보험 청구와 관련된 4억 건 서류를 사람이 직접 전산화하거나 수기 입력할 때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는 곧 비용(사업비)으로 연결됩니다. 보험 가입자가 보험사에 내는 보험료에는 보험사의 사업비 일정부분이 포함되는데, 전산화 시행시 리스크 관리 비용이 줄어 고객의 사업비 부담까지 줄어든다는 겁니다. 

물론 우려의 목소리도 있습니다.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가 시행되면 소액 청구건이 늘어나 보험금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통상 보험금이 늘면 손해율도 올라 결국에는 보험료가 오르는 구조가 아니냐는 우려에 보험업계 관계자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전산화로 고객정보 수기 관리 비용이 줄면 사업비가 감소해 마이너스 요소도 발생해요. 걱정하는 것만큼 많은 비용이 오르지 않을 수 있어요.”

반면 대한의사협회와 의료업계는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 도입이 ‘개인정보 유출’ 위험을 높이고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제한’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합니다. 만약 실손보험이 간소화 되면 치료별로 병원비 차이가 있던 비급여 항목이 데이터화되어 ‘표준화’될 가능성이 존재합니다. 이에 대한개원의협의회(대개협)는 “사보험이 건강보험과 유사한 심사 기준으로 의료기관을 통제하려는 행동”이라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또한 “손해보험사들이 위험손해율 증가 원인을 의료계의 과잉진료로 전가해 국민 의료를 책임지는 의사들에게 심각한 좌절감을 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보험업계는 현재 의료진의 과잉 진료와 고객의 의료쇼핑을 방지하기 위해 4세대 실손보험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주목할 만한 것은 1세대 실손보험 가입자가 비급여 치료시 발생하는 자기부담금이 '0%'라는 겁니다. 여전히 1세대 실손보험 가입자가 상당 부분을 차지하니 비급여 치료의 부담은 보험사가 많이 감당하는 셈이죠. 1~4세대 실손보험 가입자 중 2세대 가입자가 가장 많은데 이들이 부담하는 자기부담금도 치료비의 10~20%에 그칩니다. 

실제로 실손보험 1세대에 가입한 A씨는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누리고 있습니다. 3~5년마다 갱신하면 100세때까지 자기부담금 0%로 비급여 치료를 받을 수 있습니다. 

직장인 A씨는 디스크로 도수치료를 받기 위해 찾은 동네 병원에서 ‘실손 보험을 언제 가입했냐’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1세대요”라고 대답하니 가장 높은 가격대인 20만원 상당의 도수 치료를 권고 받았습니다. A씨는 이후에도 병원을 옮길 때마다 비슷한 질문을 받았다고 합니다.

13년째 공회전,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 논의는 13년 째 진행중이지만 이렇다할 합의점은 아직 찾지 못했습니다. 국회는 보험업계와 의료업계가 합의안을 내놓아야 심사를 본격화할 수 있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환자의 건강과 생계에 직결된 만큼 뜨거운 이슈화 보다는 양질의 논의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조은비 기자 silver_b@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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