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스토리]꼭 '비건' 마크 달아야 건강할까

김아름 입력 2022. 12. 8.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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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 트렌드 강화되며 비건인증 제품도 늘어
비건인증이 곧 '친환경'으로 인식될 우려도

올해 유통업계에서 가장 '핫'한 단어를 하나만 꼽으라면 아마도 '비건(Vegan)'일 겁니다.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두리뭉실하게 '채식주의' 정도로 번역되던 비건은 이제 다른 단어로 대체하기 어려운, 하나의 생활 양식으로 자리잡았습니다. 

유통업계도 이런 흐름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대체육을 사용한 '비건 만두'나 '비건 샌드위치' 같은 비건 식품은 대형마트나 편의점에 가면 얼마든지 구매가 가능하죠. 동물실험을 하지 않은 '비건 화장품' 역시 대세입니다. 올리브영 같은 H&B 스토어들은 아예 비건 제품 구역을 따로 설정하기도 합니다.

비건이 대세라는 건 지표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한국채식연합은 국내 채식 인구를 250만명으로 추산합니다. 이 계산이 맞다면 우리나라 국민 20명 중 1명은 채식주의자인 셈입니다. 2018년 13개에 불과했던 한국비건인증원의 인증 제품 수도 지난해엔 1257개로 급증했습니다. 3년 새 100배가 늘어난 셈입니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포춘 비즈니스 인사이트에 따르면 글로벌 비건 식품 시장 규모는 2020년 261억 달러(34조5000억원)에 달했는데요. 2028년에는 613억 달러(81조원)로 급증할 전망입니다. 국내 비건 시장 규모는 아직 2000억원대에 머무르고 있지만 성장 잠재력은 높다는 평가입니다.

특히 대체유 시장은 국내에서도 비건 브랜드들이 꽤나 자리를 잡은 시장입니다. 두유·아몬드유·오트유 등 다양한 대체유가 개발돼 있고 스타벅스 등 주요 커피 전문점들도 '비건 옵션'을 따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업계에선 현재 7000억~8000억원 규모인 식물성 음료 시장이 2025년에는 1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봅니다. 

주요 기업들도 '비건'을 미래 먹거리로 선정하고 육성에 나서고 있습니다. CJ제일제당은 식물성 식품 브랜드 '플랜테이블'을 론칭하고 식물성 만두와 김치, 주먹밥 등을 선보이는 중입니다. 3년 후인 2025년까지 2000억원의 매출을 올리겠다는 목표도 내놨습니다. 풀무원, 신세계푸드 등도 자체 식물성 식품 브랜드를 내놓고 키워나가는 중입니다.

CJ제일제당의 비건 다시다./사진제공=CJ제일제당

이렇게 비건이 시장 트렌드로 자리잡으면서 '비건 인증'은 제품 선택에 있어 중요한 지표로 자리잡았습니다. 비건 인증을 받았느냐 받지 않았느냐에 따라 매출이 오고갑니다. 비건 인증의 중요성이 높아지다 보니 이 '비건 마크'를 놓고도 많은 이야기가 나옵니다. 비건 인증을 받은 기관도 제각각이고 기준도 소비자가 쉽게 알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현재 국내 기업들이 비건 인증을 받고 있는 곳은 한국비건인증원, 비건표준인증원, 영국의 비건소사이어티, 프랑스의 이브비건, 이탈리아 브이라벨 등이 대표적입니다. 인증기관마다 다르지만 한 번 인증을 받을 때마다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의 인증 비용을 내야 하고 1~3년마다 갱신도 해야 합니다. 각 품목마다 따로 인증을 받아야 해 여러 제품을 '비건 인증' 받으려면 비용은 더 늘어납니다. 기업들로서는 부담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대부분의 비건 인증 기관이 실사 대신 서류 작업으로만 비건 인증을 해 준다는 것도 소비자들이 '비건 마크'를 온전히 믿기 힘든 이유입니다. 주요 비건 인증 기관 중 실사를 진행하는 곳은 프랑스의 이브 비건이 대표적인데요. 이밖에 대부분의 인증 기관들은 서류 검토 후 인증을 내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한국비건인증원의 비건 인증 마크./사진제공=한국비건인증원

업계에서는 '비건 인증'이 지나치게 '만능 친환경 마크'로 인식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비건은 하나의 생활 방식이지 이를 곧 '친환경'이거나 '몸에 좋은' 것으로 받아들이고, 반대로 비건 인증을 받지 않았다면 '몸에 좋지 않은 것'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입니다. 

대표적인 예로 '팜유'를 들 수 있습니다. 팜유는 식품 가공용으로 주로 쓰이는 식물성 기름입니다. 국내에서는 라면을 튀길 때 쓰는 용도로 잘 알려져 있죠. 야자열매에서 채취하는 만큼 당연히 '비건'유입니다. 국내에도 팜유를 이용한 비건 제품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팜유는 환경 운동가들이 지적하는 대표적인 '환경 파괴 식품'입니다. 팜유의 원료가 되는 야자나무를 심기 위해 열대우림이 파괴되고 야생동물들이 서식처를 잃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팜유 프리'를 선언하는 기업도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풀무원이 자체 지속가능식품 브랜드 '지구식단'에는 팜유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밝혔죠.

소비자들이 '비건 인증'에만 너무 집중하고 있다는 푸념도 있습니다. 비건 인증을 받은 제품만큼이나 윤리적이고 친환경적으로 만들었지만 중국 수출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최소한의 동물 실험을 진행했거나 효능을 높이기 위해 동물성 원재료를 일부 사용하면 '논 비건'이 돼 외면받는다는 겁니다. 

반대로 생산 과정에서 동물성 원재료를 넣을 이유가 없고 동물 실험도 할 필요가 없는 제품들이 '비건' 마케팅을 펼치는 경우도 있습니다. 속된 말로 '비건이 장사가 되기 때문'입니다. 

비건 트렌드의 급부상은 그 기저에 환경에 대한 관심과 반성이 있습니다. 단순히 육식을 하지 않고 식물성 제품을 쓰면 된다는 것이 아닌, 우리 주변의 환경과 생명을 소중히 해야 한다는 게 '비건'의 진짜 의미일 겁니다. 오늘은 저도 비건 인증 마크만을 찾아 헤매는 '비건 쇼핑'이 아닌, 비건의 본래 의미를 되새기며 '좋은 제품 고르기'를 해 봐야겠습니다.

김아름 (armijjang@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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