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일논단] MBC와 나폴레옹

강병호 배재대 미디어콘텐츠학과 교수 2022. 12. 8.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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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레옹'은 영국 언론인 조지 오웰의 소설 <동물농장(1946)> 에 등장하는 혁명가 돼지다.

그의 후계자 '나폴레옹', '스노볼', '스퀼러' 세 마리 돼지들은 메이저의 사상을 받들어 소위 '동물주의'라는 이념을 만들고 농장 안에 사육되던 동물들을 선동해 인간 농부 '존즈'를 내쫓고 '동물혁명'을 일으킨다.

<동물농장> 에서 나폴레옹의 충복 스퀼러 돼지는 다음과 같이 선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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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호 배재대 미디어콘텐츠학과 교수

'나폴레옹'은 영국 언론인 조지 오웰의 소설 <동물농장(1946)>에 등장하는 혁명가 돼지다. 영국 어느 농장에 사육되던 수퇘지 '메이저'는 혁명의 계시를 받고 "영국의 모든 들판을 동물들에게!"라는 슬로건을 만들고 죽는다. 그의 후계자 '나폴레옹', '스노볼', '스퀼러' 세 마리 돼지들은 메이저의 사상을 받들어 소위 '동물주의'라는 이념을 만들고 농장 안에 사육되던 동물들을 선동해 인간 농부 '존즈'를 내쫓고 '동물혁명'을 일으킨다. 사람을 쫓아내자 혁명 지도계급인 돼지들 사이에서 권력투쟁이 생기게 되고 나폴레옹은 이상만 추구하던 '스노볼'을 농장 밖으로 축출했다. '스노볼'은 러시아 혁명에서 '트로츠키'라 할 수 있다. 돼지들이 권력을 독점하다 보니 타락하게 된다. 전체 동물들에게 배급해야 될 우유, 사과를 독점하고 사람 같이 술을 마시고 노름도 하고 두 발로 걸어 다닌다. 나폴레옹은 심지어 농장에서 죽은 말을 인간 도축업자에게 슬그머니 팔아넘기기도 한다.

지난달 14일 동아일보 단독 보도에 따르면 MBC가 "분식회계를 비롯해 사옥 매각 과정에서 세금을 탈루해 국세청으로부터 520억 원의 추징금을 부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세청에 따르면 520억 원의 추징금 중 400억 원은 MBC가 서울 여의도 사옥을 매각해 얻은 차익에 대해 법인세 등을 누락한 데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주목해야 할 사실은 MBC 전·현직 사장과, 감사, 임원들까지 업무추진비를 현금으로 받은 금액이 20억여 원에 달하는 것이다. 이번 세무조사는 2018년부터 3년간의 MBC 회계자료에 의한 것이며 특히 업무 추진비를 탈루한 임원들 중에 현재 박성제 사장도 포함되어 충격을 주고 있다. 이러한 변칙적 관행은 2018년에는 사장, 부사장, 감사를 포함해 12명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업무추진비 등 법인 비용처리는 세법에 의해 세금 계산서와 신용카드, 현금영수증 등을 통해서만 처리하도록 하고 있고 증빙이 없을 경우 비용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만일 국세청의 조사결과가 사실이라면 MBC는 업무추진비를 마치 정치권의 '특수활동비'와 같이 사용해 온 것이다.

탄핵의 광풍이 휩쓸고 지나가던 시절 MBC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국정원장의 특수활동비를 추상같이 비판했다. 「남재준·이병기구속… '특활비 수수' 최경환 곧 소환 (2017년 11월17일)」, 「"폐지하겠다"던 특활비도 '꽁꽁' 숨겨 (2018년 8월 7일)」, 「특활비 완전 폐지라더니… 상임위는 유지? (8월 13일)」, 「"아무래도 국회의장 몫은…" 미련 못 버린 특활비 (8월 15일)」. MBC의 준엄한 비판은 박 전 대통령과 국회로만 향하고 정작 문재인 전 대통령과 청와대에 대한 언급은 5년 동안 전혀 없었다. MBC는 정치권의 관행을 비판하면서 정작 내부에서 사장, 경영진은 업무추진비를 '주머닛돈' 같이 사용해 온 것은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

MBC는 공식 입장문을 통해 "여의도 사옥을 매각하면서 정확한 회계와 세무 처리를 위해 한국회계기준원과 국세청 공식질의, 사전답변 수령 절차까지 거쳐 성실하게 세금을 납부했다"고 해명하고 "당시 해석을 뒤집을 만한 새로운 사실이 드러나지 않았음에도 국세청이 세무조사를 통해 거액의 추징금을 부과한 데 대해 깊은 유감"이라고 밝혔다. 또한 업무추진비에 대해서는 "근거 없는 비난"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만일 공영방송 MBC에서 세금탈루가 있었다면 전 정권의 비호가 없고서는 가능할 수 없다.

<동물농장>에서 나폴레옹의 충복 스퀼러 돼지는 다음과 같이 선동했다. "여러분은 설마 우리 돼지들이 저들끼리만 잘 먹고 잘 살기 위해서, 또는 무슨 특권을 행사하기 위해서 그러는 것이라고 생각하진 않겠지요… 우리 돼지들은 머리 쓰는 노동에 종사하고 있습니다… 돼지들이 그 의무를 수행하지 못하면 어찌되는지 아십니까? 존즈(인간 농장주, 오늘날 적폐세력)가 다시 오게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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