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ON을 열다] 자기장 통해 ‘달 진화’ 흔적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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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선 우리가 어디에 있든지 나침반을 통해 남북 방향을 알 수 있습니다.
"지구에 자기장이 있다는 건, 지구 내부에 핵이 살아 있고 활동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그렇다면 달 표면의 자기장을 통해 알 수 있는 달은 어떤 상태일지가 궁금했습니다."
다누리가 내년부터 탐사 임무를 시작하면, 자기장 측정기를 통해 달에 지구와 같은 자기장이 존재했었는지, 아니면 아예 없었는지를 관측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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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누리 탑재체 자기장 측정기 개발 주도
“교과서에서 배운 그래프, 다누리 통해 확인”
지구에선 우리가 어디에 있든지 나침반을 통해 남북 방향을 알 수 있습니다. 지구 내부의 거대한 핵이 만들어낸 지구 자기장 덕분입니다. 이렇듯 자기장은 행성이 현재 활발히 활동하고 있음을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내부 핵이 만들어진 과정을 유추할 수 있기 때문에 행성 진화의 흔적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진호 경희대 교수가 지난 7년 동안 다누리 탑재체 자기장 측정기 개발에 매달린 이유도 그래서입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달 탐사선 다누리를 통해 달의 현재 모습과 과거 진화의 흔적을 찾고 싶어서입니다.
“지구에 자기장이 있다는 건, 지구 내부에 핵이 살아 있고 활동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그렇다면 달 표면의 자기장을 통해 알 수 있는 달은 어떤 상태일지가 궁금했습니다.”
현재 달 표면에는 지구와 같은 전체 활동 자기장은 없는 가운데, 군데군데 일부 영역에서 강하게 측정되는 ‘이상 자기장’만 존재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달 전체를 아우르는 자기장이 관측되지 않는다는 것은, 달 내부의 핵이 소멸했거나, 최소한 활동을 멈춘 상태라는 얘기입니다.
다누리가 내년부터 탐사 임무를 시작하면, 자기장 측정기를 통해 달에 지구와 같은 자기장이 존재했었는지, 아니면 아예 없었는지를 관측할 수 있습니다. 또 ‘이상 자기장’이 얼마나 있는지, 또 있다면 얼마나 자기장이 강한지를 알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달의 진화 과정을 들여다보는 게 목표입니다.
■“주변 간섭 줄여라”...고심 끝에 센서 3개 분산 설치
자기장 측정기는 정밀함이 핵심입니다. 다누리에 실린 자기장 측정기는 지구 자기장의 60만분의 1까지 측정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민감한 장비이고, 개발 과정이 쉽지 않았습니다. 국내에는 정밀 자기장의 검교정 장비가 없어 성능 측정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 우주 공간에서도 최대한 주변의 간섭을 줄이는 데 주력했습니다. 외부로부터의 왜곡을 배제해야 정확한 자기장 측정이 가능하니까요.”
다누리 자기장 측정기에 자기장 센서를 3개 분산 설치한 것도 이런 고민의 결과물입니다. 3개 센서가 측정한 자기장 수치를 비교 검증해 인공적인 잡음을 걸러내는 식입니다.
■교과서에서 배운 그래프, 다누리 통해 확인
다누리는 발사 직후 자기권계면(지구 상공의 지구자기장 경계면으로 태양풍을 차단)을 관측, 진 교수를 비롯한 연구팀을 놀라게 했습니다. 교과서를 통해 존재만 알고 있던 것을, 실제 관측 자료로 확인하는 순간이었습니다. 관측 결과에는 태양풍이 자기권과 부딪힐 때 발생하는 충격파인 ‘뱃머리충격파’도 포함됐는데, 우리나라가 자기권계면을 직접 관측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교과서에 실려 있는 그래프 그대로를 다누리를 통해 수신했던 순간은 저에게 오랫 동안 중요한 기억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경희대 연구실에서 개발된 다누리 자기장 측정기는 5개 국내 탑재체 가운데 유일하게 대학에서 만든 탑재체입니다. 개발을 마무리할 수 있었던 데는 대학원생과 학부생 등 학교 차원의 참여가 큰 도움이 됐습니다. 진 교수는 “다누리 달 탐사는 다양한 우주 탐사 기술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라며 “이를 기반 삼아 앞으로 도전적인 우주탐사가 보다 많이 시도됐으면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승종 기자 (argo@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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