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륜차 아닌 '서비스'를 파는 회사 디앤에이모터스

박찬규 기자 2022. 12. 8.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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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초대석]홍성관 대표 "통합서비스로 국산 이륜차 경쟁력 높일 것"
홍성관 디앤에이모터스 대표 /사진=장동규 기자, 그래픽=이강준 기자
"우린 제조회사가 아니다. 제조를 기반으로 하는 서비스회사일 뿐이다."
홍성관 디앤에이모터스 대표가 회사에 처음 합류했을 때 임직원들에게 한 말이다. 40년 이상 이륜차를 만들어온 회사의 직원들에겐 해당 발언이 꽤 큰 충격이었다고 한다. 홍 대표는 단순히 제품을 만들기만 하는 회사를 넘어서야 미래 모빌리티 시장에서 생존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직원들을 설득하면서 변화를 추구하기 위해 '충격요법'을 썼다. 현재 디앤에이모터스는 그의 지휘에 맞춰 완전히 새롭게 거듭나고 있다.


서비스회사로 DNA 바꿔라


홍 대표가 디앤에이모터스 대표를 맡은 건 올해가 2년째다. 디앤에이모터스는 1978년 설립된 대림자동차(DL모터스) 이륜차사업부에서 시작됐고 2018년 1월 모기업이였던 대림자동차공업에서 분할돼 대림오토바이로 독자 노선을 걷다가 2021년 현재 사명으로 바꿨다. 홍 대표는 AJ렌터카 대표를 역임했다.

그는 7년쯤 전부터 이커머스 비중이 높아지는 상황을 주목했다. 누군가 집 앞까지 물건을 갖다 줘야 하는데 이동수단으로 이륜차가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현재 디앤에이모터스에서도 그가 주력하는 건 '상용' 부문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1997년만 해도 연간 국내 이륜차 판매량은 30만대에 달했지만 2000년대 이후 10만대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그나마 2020년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배달시장이 급속도로 확대되며 이륜차 판매량이 늘어난 점은 위안거리다.

홍 대표는 배달 시장에 거품이 빠지면서 안정화 단계로 접어들었다고 본다. 코로나19 이전 배달인력이 30만명 수준이었지만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최대 60만명까지 늘었다가 현재 45만명 수준으로 줄었다는 게 그의 설명.

그는 "현재 이륜차를 활용한 배송 시장이 일시적으로는 주춤한 것처럼 보이지만 길게 보면 시장은 더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단순 배달을 비롯해 생활의 많은 부분에서 비대면 방식을 활용하는 경우가 늘고 있어서다.

디앤에이모터스는 과거와 달리 단순히 이륜차를 만들어 파는 데 그치지 않는다. 홍 대표는 회사의 이륜차 비즈니스를 두고 '렌탈'과 '배터리교환소'(BSS)가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이동수단의 성격이 서비스로서의 모빌리티(MaaS)로 달라진 만큼 기존 시장의 틈새를 노린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본 것이다.

홍 대표는 "정부가 보조금을 주면서 내연기관 이륜차를 전기용으로 바꾸려 한다"며 "상업용 전기 이륜차 시장을 공략하려면 BSS가 답이라고 생각하는데 우리 서비스의 최전방 공격수인 셈"이라고 말했다.


충주공장 통해 과거 영광 되살린다


홍성관 디앤에이모터스 대표 /사진=장동규 기자, 그래픽=이강준 기자
디앤에이모터스의 핵심 시설은 창원에 있지만 내년 8월이면 충주로 터전을 옮긴다. 생산과 물류, 부품 등의 기능을 먼저 이전하고 연구시설은 창원에 2년 더 남는다.

충주공장은 전기이륜차를 만들 새로운 생산공장이라는 점 외에도 회사의 성격 변화를 위한 전초기지로 볼 수 있다. 기존 창원공장에서는 단순히 제품을 만들고 유통하는 데 그쳤기 때문에 부산 등 해운 물류가 원활한 곳이 유리했다. 하지만 현재는 시장 규모가 줄고 트렌드가 바뀌면서 제품을 제대로 사용할 수 있도록 관리해주는 게 중요해졌다. 이 같은 역할은 국토 중앙에 자리한 충주가 지리적으로 이상적이라는 판단이다.

그는 "업무용으로 이륜차를 타는 분들을 위한 지원이 필요한 상황으로 충주 공장은 고객과 가까워지는 효과가 있다"며 "특히 전기 이륜차로 바뀌는 시점에 서비스와 물류 측면을 강화하는 건 미래를 위한 우리의 핵심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구매 후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 이륜차는 안전과 비용문제로 이어지는 만큼 유지보수부터 보험까지 해결되는 '렌탈' 방식도 주목했다. 충주 공장을 통해 물류 네트워크를 강화하려는 것도 앞으로 전기 이륜차를 직접 판매하기보다 대여하는 사업에 가능성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배달 라이더들이 배터리를 교환할 수 있는 BSS /사진제공=디앤에이모터스
배달 라이더들이 일정한 거점에서 배터리를 수시로 바꿀 수 있는 BSS 사업도 비슷한 맥락이다. 전기차의 최대 단점인 짧은 주행거리를 '배터리 교환 방식'을 통해 해결하려는 시도다. 디앤에이모터스는 서울시와 함께 BSS사업을 확장하고 있는데 특히 KT와 함께 빈 공중전화부스를 활용하는 방안이 대표적이다.

그는 "환경부 실증사업으로 BSS 수를 늘리며 테스트하고 있다"며 "현재 라이더들의 배터리 교환 횟수는 월 4000건에 달하고 쿠팡과 도미노 등의 업체 만족도가 높은 편"이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홍 대표는 디앤에이모터스의 전기 이륜차 경쟁력이 충분한 만큼 품질이 떨어지는 중국산과 맞붙으면 승산이 있다고 본다. 파워트레인은 현대케피코, 배터리는 삼성SDI 제품을 쓰며 40년 이상 이륜차를 직접 제조해온 노하우를 접목한다면 새로 열리는 시장에서도 통할 것이란 게 그의 계산이다.

내연기관 이륜차 시장은 현재 혼다와 야마하 등 일본산이 90%를 장악했는데 이에 대응하기 위한 신차 'UHR'도 내놨다. ABS등 안전장비가 부족하고 서비스가 부실한 수입 이륜차의 약점을 공략하려는 것.

그는 "우리가 단 한 가지 열세로 꼽히는 점이 브랜드 파워지만 서비스로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제품을 활용하는 건 결국 '사람'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전국 6개 도시에 판매·렌탈·A/S서비스·부품·BSS(D-STATION) 까지 아우르는 5개 사업을 책임질 직영 센터를 마련했다. 이곳에서는 내년 출시 예정인 국산 전기스쿠터 ED-1(프로젝트명)을 중심으로 연관 제품도 취급한다.

박찬규 기자 sta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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