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에 '1425회'… '의료 쇼핑'에 골병드는 건보 재정

김유나 2022. 12. 8.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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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5회'.

60대 A씨가 지난 한 해 동안 병·의원을 방문한 횟수다.

그가 지난해 병원을 방문한 날은 무려 358일이었다.

지난해 병·의원을 365회 이상 방문한 사람이 2500명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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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365번 이상 병원 간 2550명
건보 급여 1인당 986만원 지출돼
과잉진료 상당수 습관적 물리치료
요통 이유 年 1425회 다닌 60대도
‘1425회’.

60대 A씨가 지난 한 해 동안 병·의원을 방문한 횟수다. 그가 지난해 병원을 방문한 날은 무려 358일이었다. 1년 중 단 일주일만 빼고 매일 병원 문턱을 넘은 것이다. 하루 평균 병·의원 방문 횟수는 4회. 가장 많이 간 날은 8곳을 찾기도 했다. A씨는 19개 기관을 돌며 총 3779회의 진료 행위를 받았다. 대부분 주사치료(58.9%)와 기본 물리치료(24%)였다. 그는 요통치료를 한다며 거의 매일 주사치료와 물리치료를 반복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병·의원을 365회 이상 방문한 사람이 2500명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A씨처럼 습관적으로 병원을 돌며 ‘의료 쇼핑’을 하는 이들이 많은 것이다. 횟수 제한 없이 적용되는 현행 건강보험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7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외래 이용 현황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외래 의료 이용 횟수가 365회 이상인 사람은 2550명으로 집계됐다. 매일 하루 1회꼴로 병원을 방문한 셈이다. 건강보험 재정에서 이들에게 급여비로 투입한 금액은 251억4500만원, 1인당 연간 급여비는 986만1000원이었다. 이는 지난해 전체 가입자 1인당 연간 급여비(149만3000원)의 6.6배에 달하는 수치다.
특히 이 중 529명은 지난해 외래 의료 이용 횟수가 500회 이상이었다. 이들에게 지급된 급여비는 62억4400만원이었다. 1인당 1180만3000원이 투입된 것이다. 병·의원 방문 횟수가 1000회가 넘는 사람은 A씨 등 17명이었다. 이들에게 지급된 급여비는 3억3700만원, 1인당 급여비는 1982만4000원으로 집계됐다. 1인당 평균 급여비의 13배가 넘는다.

40대 B씨의 경우 지난해 1217회 외래 이용을 해 급여비 1940만원이 투입됐다. 그는 총 4462회 진료 행위를 받았는데, 침구술(71.6%)과 기본 물리치료(10%) 등 근골격계통 질환 관련 치료가 대부분이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보건의료정책 현황과 과제: 지속가능성 확보를 중심으로’ 보고서도 외래진료 과다 이용자의 상당수는 물리치료 이용자라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이들이 물리치료를 받으러 가는 것을 병원에 가는 것이라 생각하지 않고 통증 완화를 위해 마사지를 받는 습관적인 행위 정도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고 밝혔다. 하루라도 물리치료를 받지 않으면 몸이 아프다고 인식해 정형외과와 재활의학과, 한의원 등을 번갈아 방문한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가입자가 하루에 몇 번씩, 한 해 수백 번씩 외래진료를 받아도 차별 없이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현행 제도가 과잉 진료의 원인이란 지적도 나온다. 이 같은 과잉 진료를 막기 위해 2005년 한때 약 처방일수 포함 365일로 이용일수를 제한하는 제도가 있었지만 곧 폐지됐다. 보고서는 “과다 이용의 유형과 규모, 양상을 파악하고 개선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유나 기자 y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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