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축제를 다시 디자인하자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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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식은 기능을 따른다(Form follows function)."
미국 건축가 루이스 설리번이 그의 근대 건축 철학을 담은 말이다.
그러나 지역축제의 형식이 모두 똑같다면, 제대로 그 지역의 특성을 고려해 디자인됐는지 한번쯤은 곱씹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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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식은 기능을 따른다(Form follows function)."
미국 건축가 루이스 설리번이 그의 근대 건축 철학을 담은 말이다. 이전까지 "형식은 전례를 따른다(Form follows precedent)"라는 관행에 반기를 드는 '디자인 혁명' 선언이다. 거추장스럽게 형식에 치중한 비효율적인 공간이나 도구가, 이용자들의 편의에 맞춰 기능적으로 재(再)디자인돼야 한다는 말로 해석된다. 미국 시카고 오디토리움 빌딩으로 형상화한 설리번의 철학은 이후 근대 건축 전반에 실현된 것은 물론, 생활에 필요한 도구나 가전제품의 디자인 등에 반영됐다.
필자가 19세기 활동했던 건축가의 말을 끄집어낸 까닭은 한국 지역축제의 형태나 콘텐츠가 대부분 (이벤트 회사가 기획한) 전례에 따라 진행된다는 점을 지적하기 위해서다. 과장하면 한국의 지역 축제는 이름이나 테마만 다르지, 프로그램의 형태는 거의 유사하다. 전야엔 야시장이 열리고, 유동인구가 많은 터에 무대가 세워진다. 이튿날 축제는 단체장의 선언으로 시작되고, 여러 기관장들의 축사가 이어지며, 초청가수들의 무대가 펼쳐진다. 무대 주변으로 사람들이 밤새 노래를 부르거나 술을 마시는 모습은 어느 축제든 똑같다. 해변이나 강변에서 열리는 축제라면 저녁엔 불꽃놀이가 펼쳐지고 폭죽 터지는 소리가 이어진다.
이런 축제 프로그램이 꼭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똑같은 형식이지만 그 지역의 특산물과 어우러지면 '독특한 문화'로 치환되기도 한다. 그러나 지역축제의 형식이 모두 똑같다면, 제대로 그 지역의 특성을 고려해 디자인됐는지 한번쯤은 곱씹어봐야 한다.
지역축제는 그 지역에서 외부 관광객을 유인하는 중요한 수단이자, 대외적으로 알릴 수 있는 효과적 관광자원이다. 그러나 획일화된 형태의 한국의 지역축제 문화는, 관광객에게 기억할 수 있는 경험을 주지 못하는 그들만의 잔치로 끝날 가능성이 큰 것이 사실이다. 그것은 마치, 어린 시절 추석 때만 되면 들었던 어른들의 사라호태풍(1959년 추석 전후 큰 피해를 준 태풍) 얘기가 이후 세대인 필자의 가슴에 큰 울림 없이 다가온 것처럼, 지금 전국에서 열리는 축제의 주관자들이 매년 큰 감동 없는 레퍼토리를 젊은 세대나 방문객들에게 되풀이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것도 막대한 혈세를 들여서 말이다.
지역축제를 하지 말자는 얘기가 아니다. 겉은 단순하지만, 내부는 극장과 특급호텔, 사무실, 상가 등 각종 기능을 갖춘 건축물(오디토리움)을 100년도 훨씬 전에 지은 것과 같은 디자인 혁명을, 감동과 추억 없이 관성적으로 진행하는 지역축제에도 도입해야 한다는 말이다. 단체장의 홍보용 축제가 아닌 지역을 알리는 축제로 리(Re)디자인을 고민해야 할 때다.
김대영 미주리대 호텔관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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