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금리 인상 자제’ 요청에 대출 놔두고 예금 금리만 내린 은행들
인상을 자제하라는 금융 당국 개입을 계기로 은행들이 예금 금리를 일제히 내리고 있다. 그동안 은행들은 시중 자금을 끌어오려 예금 금리를 경쟁적으로 올렸고,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가 연 5%대까지 올랐다. 금융 당국으로선 국민 고통을 가중시키는 대출 금리 상승을 억제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시장 금리 상승 탓에 이것이 여의치 않자 예금 금리를 내리게 해 이것이 대출 금리 인하로 이어지길 기대하고 있다. 그런데 은행들은 금융 당국 개입이 있자 일제히 예금 금리를 4%대로 끌어내리면서 대출 금리 인하에는 미적거리고 있다. 은행이 자기 이익은 지키면서 고객들에게만 손해를 요구하고 있다.
은행들은 시장 금리 상승 과정에서 대출 금리는 빨리, 예금 금리를 느리게 올리면서 9월 말까지 예대 마진으로만 40조원 넘는 이익을 챙겼다. 돈벼락에 대한 비판 여론이 일자 은행들은 신규 예금에 한해 시장 금리 상승폭을 제때 반영하는 시늉을 해 왔는데, 금융 당국의 금리 인상 자제 요구가 있자 기다렸다는 듯이 이마저도 내팽개치고 있다.
1900조원 빚을 안고 있는 가계와 자영업자, 소상공인들은 이자 부담 폭증으로 큰 고통을 겪고 있다. 올해만 가계의 이자 부담이 40조원가량 더 늘어났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도 억대 연봉의 은행원들은 지난 9월 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며 총파업을 벌이고 결국 ‘3% 임금 인상’을 얻어냈다. 은행원들은 매년 그랬듯 올해도 천문학적 이익을 근거로 연말 성과급 지급과 3~4년치 연봉을 받는 명예퇴직 잔치를 요구할 것이다.
은행들이 큰돈을 버는 것은 그들이 잘해서가 아니다. 독과점 보호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은행들의 글로벌 경쟁력은 세계 최하위 수준이다. 아프리카 국가보다 낮다. 이런 은행들이 나라 안에선 땅 짚고 헤엄치기식 이자 장사에 몰두하면서 서민들 허리가 휘는 것은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언젠가는 근본적인 역풍을 맞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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